
'우리가 기대했던' 정현우(19·키움 히어로즈)가 돌아왔다. 전체 1순위의 위용을 떨치며 현재 KBO리그 토종 최고 선발 투수 임찬규(33·LG 트윈스)에게도 판정승을 거뒀다.
정현우는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0구 5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다.
시즌 3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한 정현우는 팀과 개인 6연패를 모두 끊어냈다. 지난 4월 12일 한화 이글스전(5이닝 2실점) 승리 후 139일 만에 시즌 3번째 승리(6패)를 챙겼다.
덕수고 출신 좌완 에이스는 전체 1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도 5억원이나 받으며 큰 기대치를 안고 프로에 발을 디뎠다.
처음부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찬 정현우는 첫 경기부터 122구 투혼을 보이며 KBO 역대 12번째 고졸 루키 데뷔전 선발승을 챙겼다. 첫 3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키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어깨 통증으로 인해 4월 중순부터 2개월 가량 쉬어갔다.
복귀 후 3경기에선 단 1실점만 허용하며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으나 7월엔 4경기 3패, 평균자책점(ERA) 9.78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8월에도 4경기에서 한 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으나 이외엔 5이닝도 채우지 못하며 고전을 이어갔다.
설종진 감독 대행은 경기 전 "(저번 경기에서) 빠지고 나서 얘기를 했다. 힘이 빠지는 건 없었고 더 던지고 싶었다고 하더라"며 "웬만하면 5이닝 이상, 이닝보다는 크게 실점 안하면 90구~100구를 던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 대행은 그 기준을 5실점 미만으로 잡으며 가급적 최대 100구까지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1회부터 적극적인 승부가 돋보였다. 빠른 승부로 스트라이크 존을 과감히 파고 들더 만든 유리한 카운트는 주무기인 포크볼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줬다. 1회 2사 1루에서 문보경에게 던진 공이 몰려 1타점 2루타를 맞았지만 3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볼넷은 없었고 투구수도 32구에 불과했다.
4,5회도 깔끔히 끝마친 정현우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최다 6이닝 투구가 단 두 차례에 그쳤을 만큼 주의가 필요한 이닝이었다.
6회가 아쉬웠다. 선두 타자 문성주에게 맞은 중전 안타는 차치하더라도 오스틴 딘에게 3구 연속 볼로 시작했고 이후 승부를 펼치려다가 연속 안타를 맞았다. 문보경에게도 3연속 볼로 시작한 뒤 결국 볼넷을 허용했다. 무사 만루, 단타 하나에도 동점, 홈런을 내주면 역전까지도 허용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코칭스태프와 포수 김건희가 마운드에 올랐고 정현우를 다독였다. 이후 정신을 가다듬었다. 오지환에게 다시 공격적으로 투구를 펼쳤고 볼카운트 2-2에서 결정구로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박동원을 상대로도 적극적으로 승부를 펼쳐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고 바깥쪽 낮은 포크볼로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이후 구본혁에게 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밀어내기로 실점했지만 통산 2511안타에 빛나는 베테랑 김현수를 우익수 직선타로 막아내 승리 요건을 안고 6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직구를 44구 뿌렸고 슬라이더 27구, 커브 15구, 포크볼을 4구 던졌다. 특히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이 141.2㎞였던 정현우가 이날은 최고 148㎞, 최저도 139㎞였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경기 후 설종진 감독 대행은 "선발 투수 정현우가 공격적인 피칭으로 효율적으로 이닝을 소화했다"며 "6회 위기 상황에서 배터리 김건희와 함께 스스로 극복해 낸 것이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고 칭찬했다.
정현우는 "승리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진 않다. 선발 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것에 가장 집중을 하는데 오늘은 불펜 형들이 잘 막아줘서 승수를 챙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에 가장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였던 6회 위기 상황을 돌아봤다. 정현우는 "(김)건희 형이 올라오면 항상 '하고 싶은 것 다 (사인) 내줄 테니까 자신 있게 붙으라고 강하게 말한다"며 "코치님도 올라오셔서 '네가 시작한 것 끝까지 한 번 책임져보라' 하셨고 건희 형도 믿고 던지라고 해서 후회 없이 던졌다. 처음에 주자를 내보낸 게 볼넷이 아니라서 조금은 마음이 더 편했다. 줄 거(점수) 다주고 내려오자는 생각으로 후련하게 던져서 1점만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5회도 잘 채우지 못했으나 이날은 퀄리티스타트까지 달성했다. "스피드도 유지가 됐고 감독님께서 저번 경기 끝나고 다음 경기 때는 100개까지 믿어보겠다고 해주셔서 더 편하게 던졌다"며 "항상 퀄리티스타트가 목표인데 저번 LG전 때 피안타가 10개나 왔고 너무 안 좋은 투구를 했다. 오늘은 분석했을 때 못 던져도 계획대로만 하고 내려오면 얻는 게 있으니 그렇게 하자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전했다.
팀 연패와 동시에 개인 연패까지 끊었기에 이젠 조금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시즌에 임할 수 있게 됐다. "항상 상대팀 영상, 제가 던진 팀 영상 계속 보면서 이번에 올라가면 어떤 플랜으로 던져야겠다고 미리 구상을 하고 던지려고 한다. 안 되면 제 능력이 아쉬웠던 것이고 잘 던지면 그 플랜대로 한 거니까 얻는 게 있다"며 "올 시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 다음 시즌 미래를 준비하면서 몸쪽 공도 섞어보고 타자 반응대로 던져보는 등 똑똑하게 해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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