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11홈런을 때려내며 SSG 랜더스의 미래를 짊어질 거포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던 고명준(23). 홈런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결국 2군에 다녀왔다. 그 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고명준은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홈런 3타점 2득점 맹타로 팀에 7-5 승리를 안겼다.
데뷔 후 첫 연타석 홈런이자 최근 7경기에서 5개의 아치를 몰아 쏘아올렸다. 8월 초 2군에 다녀온 뒤 완벽한 반등을 알리며 타선을 이끌고 있다.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로 SK 와이번스(현 SSG)의 지명을 받은 고명준은 1군에서 쉽사리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지난해 106경기 타율 0.250 11홈런 45타점으로 팀의 주전 1루수로 도약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30홈런 100타점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걸었다. 그렇기에 더욱 실망스러웠다. SSG는 팀 타율 9위에 머물고 있는데 고명준을 상수로 생각했던 SSG의 계산이 예상을 빗나갔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군에 다녀온 뒤 타율 0.313(48타수 15안타) 5홈런 11타점으로 완벽 부활했다. 이날은 첫 멀티홈런까지 작렬했다. 팀이 3-1로 앞선 4회말 빈스 벨라스케즈의 시속 148㎞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고명준은 놓치지 않았다.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5m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5회말엔 바뀐 투수 박진을 상대로도 높은 직구를 받아쳐 랜더스필드의 가장 깊은 중앙 담장을 훌쩍 넘기는 대형 솔로포를 터뜨렸다.
지난 7월 29일 키움전 이후 오랜 홈런 갈증을 겪던 고명준은 지난달 28일 KIA전에서 대포를 터뜨린 뒤 5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어느덧 지난해 11개를 훌쩍 뛰어넘어 14홈런까지 도달했다. 이 기세면 20홈런까지도 욕심을 내볼 수 있는 페이스다.
경기 후 만난 고명준은 "한 번 내려갔다 와서 아직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이 조금은 더 괜찮은 것 같다"며 "(1군에) 올라오고 나서부터 실내에서 강(병식) 코치님과 본 훈련 전에 하는 다양한 연습들이 있는데 그런 걸 하다 보니까 좋아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전엔 상체 위주의 스윙이 강해 땅볼이 많았는데 하체를 활용하는 연습을 하다보니 타석에서 결과가 잘 나오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팀을 이끌 거포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숭용 감독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와 함께 기회를 얻었다. 그렇기에 더욱 어깨가 무거웠다. 고명준은 "감독님은 항상 더 잘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아직 한참 부족하다"며 최근 이숭용 감독의 재계약 소식에 대해서 "작년부터 계속 써주시고 있다. 저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반겼다.
무서운 상승세와 함께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순위표를 수시로 확인한다는 고명준이기에 더욱 기쁠 수밖에 없는 활약이었다. 그럼에도 "끝날 때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다른 밑에 있는 팀들이 연승해서 올라올 수도 있다.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이 이기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가을야구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은 해보고 있다. "항상 꿈꿔왔다. 야구 선수라면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무대다. 저도 그런 마음이 있고 가서 어떤 활약을 할지 스스로에게도 궁금하다"며 "끝내기 홈런도, 끝내기 안타도 치고 역전타도 치고 제가 원래 상상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서 이런저런 상상을 한다"고.
요즘, 특히 이날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가을야구에서 모든 팀, 선수가 꿈꾸는 '미친 선수'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고명준은 "원래 이상한 생각도 많이 하는데 5연타석 홈런을 치는 상상도 하고 그런다"고 웃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20홈런 욕심도 부려볼 수 있다. 고명준은 "몰아쳐야 하는데 하다 보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록적인 것보다는 일단은 팀이 승리하는 게 첫 번째"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자신에게도, 팀이 가을야구를 향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에도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고명준은 "감은 좋다"면서도 "그런데 야구라는 게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이 좋은 감을 잘 유지하는 게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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