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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미생'은 OPS 1.104 괴물이 됐다, 전설의 결정적 조언... "다른 세상이 열린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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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기자
SSG 류효승이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SSG 류효승이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다른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어요."


한국 최고의 홈런 타자 최정(38)의 한마디가 류효승(29)의 커리어에 크나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SSG 랜더스에 류효승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류효승은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 2회말 양 팀이 0-0으로 맞선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빈스 벨라스케즈의 시속 148㎞ 몸쪽 직구를 강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SSG의 고공행진을 가능케 하는 보물과 같은 선수다. 지난달 16일에서야 올 시즌 처음 1군 콜업을 받은 류효승은 13경기에서 타율 0.370(46타수 17안타) 4홈런 8타점 10득점, 출루율 0.408, 장타율 0.696, OPS(출루율+장타율) 1.104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로 프로에 입단했다. 한유섬과 김동엽(키움)의 뒤를 이을 외야 거포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1군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했다. 퓨처스에선 2021시즌을 제외하고는 모두 3할 타율을 써냈고 장타력도 과시했지만 1군에만 올라오면 급해졌다. 2021시즌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리모델링'이라는 구단의 기조 속에 유망주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던 이숭용 감독은 류효승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SSG 류효승이 5일 롯데전 2회말 타격에 나서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앞서 이숭용 감독은 류효승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타격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다음 타석에서는 직구가 조금 늦었는데도 홈런이 됐다. 내 생각 이상이구나 싶었다. 좋은 자원을 발견한것 같아 기쁘다. 2군에 있는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2군에서 열심히 했고 또 1군에서도 기회를 받았을 때 퍼포먼스를 원 없이 내고 있다. 우리 팀이 견고하게 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박정권 퓨처스 감독에게 전화해서 써도 되겠냐고 그랬더니, 진짜 써보라 해서 알았다고 하고 기용했다. 훈련 시켜보니 잘 시행한다. 타석에서도 머뭇거리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한다. 잘 성장해준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뉴스와 만난 강병식 코치도 류효승에 대해서 "아직 표본이 적어 조심스럽지만 반짝하고 사라질 선수로 보이지 않는다. 가능성은 엄청 큰 선수"라며 "이전에는 너무 힘에 의존해서 스윙을 억지로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간결한 스윙을 통해 장타도 만들어내고 있다. 부담감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끔 균형을 잡은 상태에서 스윙을 할 수 있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뉴스와 만난 류효승은 잇따른 인터뷰 요청에 얼떨떨하다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지도자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확실한 타격 재능을 갖췄다. 그걸 1군에서도 통하게 만든 게 가장 결정적인 변화다. 기술적인 면보다는 마음에서 답을 찾았다. 류효승은 "매년 한 번씩 오는 기회 때마다 너무 잘하려고 욕심만 내다보니까 계속 아쉬운 순간들만 많아졌다"며 "그게 계속 쌓이다 보니까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제서야 조급함이 사라졌고 욕심도 덜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다시 한 번 시련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캠프에 갔다가 일주일 만에 갈비뼈를 다쳐 한국으로 돌아왔다"면서도 "오히려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서 멘탈을 다지는 연습도 했다. 수술의 경험도 도움이 됐다. 정신적으로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홈런을 날린 류효승(왼쪽)이 윤재국 코치의 격려를 받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가자

그렇기에 다시 찾아온 기회를 쉽게 놓칠 수 없었다. 그럴수록 오히려 더 차분해지기로 했다. "적은 기회였지만 계속 경험이 쌓였다. 이번에 가면 스스로와 싸우지 말고 투수와 한 번 싸워봐야겠다고 계속 생각을 하다보니 편안하게 타석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단순히 자신의 타격을 할 수 있는 것을 넘어 누구보다 침착한 타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 투고타저가 이어지고, 또 한 번 변화된 ABS존으로 인해 타자들의 존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류효승은 출루율 0.408로 빼어난 선구안까지 과시하고 있다.


비결은 절박함, 그리고 그 안에서 느끼는 흥미로움에 있었다. 류효승은 "저도 원래는 공을 많이 보기보다는 공격적으로 타석에 나서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올라와서는 상황도 생각해야 되고 공을 하나, 두 개씩 참아내다 보니까 그런 재미가 있더라"면서 "2군에서도 나만의 존을 지키면서 훈련을 해왔지만 나쁜 공을 쳐서 아웃이 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잘 참아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숭용 감독, 강병식 코치의 조언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삼진을 먹더라도 너의 스윙을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타석에 더 편하게 나설 수 있다"고 감사함을 나타냈다.


류효승이 홈런을 터뜨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기술적으로는 KBO 최다 홈런 타자 최정의 한마디가 크나 큰 변화를 안겨다 줬다. 최정과 몇몇 베테랑들은 이숭용 감독의 배려 속에 1차 스프링캠프를 미국 플로리다가 아닌 일본 가고시마에서 2군 선수들과 함께 했는데 그 당시 최정의 조언이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류효승은 "그때 최정 선배가 공을 치려고 하지 말고 투수가 던진 공이 날아오는 선상에 지나가게 스윙을 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당시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그대로 해보다보니 '이런 느낌이구나' 알게 됐다. 다른 세상이 열린 것 같은 기분"이라고 감탄했다.


강병식 코치는 이럴수록 조급해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보여주려는 욕심이 자칫 좋은 리듬을 깨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류효승 또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건 어느 선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생각들을 많이 안 하려고 한다"며 "그런 것들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해왔는데 이젠 하루 하루 매 타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신경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5번 타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런 부담도 갖지 않으려 한다.


서른을 바라보는, 유망주라는 말도 민망해진 나이다. 그러나 류효승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다. 그는 팬들을 향해 "2군에서 시간이 길었는데 아직은 짧지만 1군에서 저라는 선수를 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돼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제 장점을 많이 보여드리면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류효승은 "최정, 한유섬 선배님과 같이 SSG하면 생각나는 홈런 타자가 되고 싶다. 그런 선수가 될 수 있게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승리 후 류효승(왼쪽)이 이숭용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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