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특급 신인 정우주(19)의 선발 등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들도 기다린 순간이다.
정우주는 구남초(남양주리틀)-건대부중-전주고 졸업 후 2025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우완 투수다.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로 전주고의 전국대회 2연패(청룡기, 봉황대기)를 이끌었고, 지난해 11월 열린 '2024 퓨처스 스타대상'에서 야구 부문 대상을 받았다. 입단 계약금도 그해 전체 1순위였던 정현우(19·키움 히어로즈)와 동일한 5억 원을 기대감을 짐작케 했다.
프로에 와서는 성장기의 선수에게 부담이 될 만한 변화구들을 봉인했다. 하지만 분당 2600이 넘는 회젼수(RPM)에서 나오는 직구 수직 무브먼트는 KBO 1군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판단 하에 일찌감치 불펜으로 자리잡았다.
전반기는 체력 저하와 변화구 피안타율 등의 이유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6월 초에는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고 7월 8일 복귀한 뒤로는 더욱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후반기 17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 21⅓이닝 40탈삼진으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며 단숨에 필승조로 올라섰다. 시즌 성적도 어느새 46경기 3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2.96, 45⅔이닝 72탈삼진으로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에 걸맞게 변화했다.
그 정점은 8월 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이었다. 이때 정우주는 한화가 8-3으로 앞선 7회말 무사 1, 2루에서 등판해 세 타자를 공 9개로 3연속 삼진 처리했다. 한국에서는 한 이닝 최소 투구 3탈삼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무결점 이닝(Immaculate inning)으로 불리는 대기록이 KBO 리그 역대 11번째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때마침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보러온 경기에서 이뤄낸 것이라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 팀 동료 코디 폰세(한화)와 상대팀의 송성문(키움)을 보기 위해 아메리칸리그 5개, 내셔널리그 6개 등 총 11개 메이저리그 팀 스카우트들이 고척을 방문했다.
또한 공 9개 중 직구가 8개여서 삼진 수를 늘려갈 때마다 관중석이 떠들썩해졌다. TV 중계 화면에는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손뼉 치며 환호해 화제가 됐다. 이날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정우주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KBO 리그에서도 세 타자 연속 삼진은 절대 쉬운 기록이 아니다. 직구는 한국 최고 수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남긴 말이 의미심장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지금은 KBO 타자들을 직구로만 상대하지만, 원래 정우주는 변화구가 4개 있는 선수였다. 그 변화구들을 쓰는 것도 시간 문제다. 머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감을 계속 이어간다면 네 가지 변화구도 분명 통한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정우주는 특급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정우주의 변화구는 슬라이더, 스플리터, 서클체인지업과 커브 4가지. 그중에서도 스플리터는 여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주목한 주 무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화에서는 팔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스플리터 대신 슬라이더, 커브를 연마하는 데 조금 더 집중했다.
한화 타자들에 따르면 6월 2군으로 향하기 전까지 정우주의 슬라이더는 던질 때 모습이 확연히 구분돼 상대적으로 치기 쉬운 공이었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내려간 퓨처스 팀에서 정우주는 정우람 한화 2군 불펜코치의 지도 아래 최대한 직구를 던질 때와 똑같은 궤적을 만드려 노력했다. 그 결과 채은성 등 팀 내 주축 타자들과 라이브 배팅에서 정우주의 슬라이더는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다.
직구 외에 쓸만한 변화구가 두 개 정도 갖춰지자 한화는 다음 단계를 준비했다. 차츰 이닝을 늘려가며 정우주의 투구 수에 따른 구속 변화를 체크했고, 지난 7일 삼성 라이온즈전 2이닝 무실점 4탈삼진 투구로 확신을 얻었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지난 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남은 경기에 (정)우주를 (황)준서 자리에 선발로 쓸 예정이다"라고 선언했다.
엄상백의 불펜 이동 후 후반기 5선발로 시험했던 황준서, 조동욱이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정우주가 선발로 뛸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 이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이닝을 너무 길게 할 수는 없다. (정)우주가 많은 공을 안 던졌으니 조절해가면서 쓰려고 한다. 던지는 데 부담이 없다고 하면 2이닝이나 3이닝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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