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배구연맹(KOVO)이 컵대회 남자부 대회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해 '전면 취소'를 발표한 지 불과 9시간 만이다. 예정됐던 대회 제2경기 연기를 시작으로 대회 취소 발표, 그리고 재개 결정까지 17시간 새 사죄 발표만 세 번이나 나왔다. 행정 촌극 속 그야말로 대혼란을 불러왔다.
KOVO는 14일 오전 9시께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 남자부 대회가 재개된다고 발표했다. 이날 새벽 FIVB로부터 대회 개최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은 데 따른 발표다. KOVO에 따르면 FIVB는 KOVO컵이 정규리그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국제이적동의서(ITC)는 발급되지 않으며 외국 클럽·외국인 선수의 참가 금지,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등록 선수들의 출전 금지를 조건으로 걸었다. 결국 KOVO는 초청팀인 태국 나콘랏차시마를 대회에서 제외하고, 국내 V리그 남자부 7개 구단만 참가하는 것으로 대회 재개를 결정했다.
대회 취소 발표 후 불과 9시간 만에 이를 번복했다. 앞서 KOVO는 FIVB의 대회 승인 여부를 기다리며 자체적으로 이날 오전 0시를 시한으로 뒀다. 이 시점까지 FIVB의 승인 회신을 받지 못하면 대회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실제 FIVB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한 KOVO는 자정을 넘긴 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지만 개최에 대한 최종 답변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컵대회 남자부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면 취소 발표 후 새벽에 FIVB로부터 조건부 승인 회신을 받으면서, 결국 KOVO는 대회 취소를 번복하고 '재개'를 결정했다. 이미 대회 취소 여부를 결정할 시한을 13일 자정(14일 오전 0시)으로 자체 설정하고 이를 공표한 데다, 실제 자정을 넘긴 뒤 "최종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대회 취소를 발표하고도 새벽에 받은 '조건부 승인' 근거로 대회 취소를 번복 발표한 셈이다. 대혼란을 자초한 그야말로 행정 촌극이다.
뿐만 아니라 KOVO는 지난 13일 열릴 예정이던 남자부 제2경기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경기도 당일에야 이튿날 오전 11시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제1경기는 치르고도 대회에 대한 FIVB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결국 다음날로 경기를 연기했다. 경기 연기와 대회 전면 취소 결정, 그리고 번복까지 17시간 새 KOVO는 팬들과 구단, 관계자 등을 향한 '사죄'만 세 차례나 했다.
앞서 KOVO는 FIVB에 이번 컵대회 개최 승인을 요청했지만, FIVB는 세계선수권대회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KOVO는 컵대회를 이벤트성 대회로 강조한 반면, FIVB는 정식 대회로 판단해 해석 차이가 있었다는 게 KOVO 설명이었다. 당초 FIVB 승인을 받지 못했는데도 대회를 강행하려던 KOVO는 결국 개막 당일 두 번째 경기 연기에 이어 '대회 취소'까지 발표했다가, 새벽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가까스로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KOVO 측은 팬들을 위해 기존 예매 티켓은 전액 환불하되 예매된 좌석은 유지할 예정이다. 남자부 잔여 경기는 모두 현장 선착순 무료 관람으로 진행키로 했다. KOVO는 입장문을 통해 "계속된 번복으로 팬과 관계자분들께 혼란을 일으킨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대회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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