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투백투백투백. 그 역사의 중심에 두 번이나 서 있었다. 한국 최고의 홈런 타자의 대포는 매 순간이 역사였다. 그럼에도 최정(38·SSG 랜더스)는 쉽게 미소를 짓지 못했다. 왜 그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자책했을까.
최정은 1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에 7-3 승리를 안겼다.
에이스 드류 앤더슨이 1회말 맷 데이비스에게 선제 투런포를 맞고 어렵게 시작했지만 SSG의 불방망이는 한순간에 흐름을 뒤집어놨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4회초 선두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홈런을 날렸고 이어 최정이 타석에 나섰다. 1회말 직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던 최정은 1-2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시속 143㎞ 높은 코스의 직구를 이번엔 놓치지 않았다. 강하게 잡아당긴 타구는 비거리 135m 장외 솔로포가 됐다. 시즌 21호포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한유섬과 류효승까지 대포를 터뜨리며 팀 4연타석 홈런을 써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단 4번째에 불과한 기록. 2001년 8월 17일 삼성(이승엽-마르티네스-바에르가-마해영), 2020년 10월 22일 롯데(이대호-이병규-안치홍-한동희) 이후 2021년 6월 19일 SSG 최정-한유섬-로맥-정의윤이 3번째 기록을 달성한 뒤 다시 새 역사를 써냈다.
최정은 한유섬과 함께 이 기록을 두 번이나 경험한 타자가 됐다. 통산 517홈런으로 KBO 통산 최다 홈런의 주인공인 최정이지만 동료들이 함께 힘을 내야만 작성할 수 있는 기록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한유섬과는 9차례나 백투백 홈런을 날려 동일 선수 최다 연속 타자 홈런 기록에서 박석민·최형우(당시 삼성)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최정은 5회초 다시 로건을 상대했다. 2사 1루에서 등장한 최정은 가운데로 들어오는 시속 133㎞ 체인지업을 때려 좌중간 125m 지점에 투런포를 안착시켰다. 시즌 22호포이자 개인 30번째 연타석 홈런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최정은 "첫 타석에서 반응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두 번째엔 첫 타석에서 못 쳤던 걸 학습을 해서 금방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심적으로 많이 풀려서 다음 타석에도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매 경기가 중요한데 오늘 타자들이 기록도 세우면서 이기게 돼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KBO 출범 후 단 4번 뿐인 기록을 두 차례나 달성한 선수가 됐다. 에레디아에 이어 백투백을 날린 최정은 더그아웃에서 3,4번째 홈런을 지켜봤다. "대단했다. 다 잘 쳤다.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게 아니라 완벽한 스윙으로 만든 홈런이었다"며 "(한)유섬이가 칠 때도 놀랐는데 (류)효승이까지 치니까 더 놀랐다. (고)명준이도 칠 것 같아서 정말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앞서 한 번 4연타석 홈런이 있어서 명준이까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시작 전부터 햄스트링 부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겪은 최정은 통증이 쉽게 완치되지 않아 시즌 내내 부침을 겪었다. 2005년 데뷔해 주전으로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한 2007년 이후로 가장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8월 이후 살아나기 시작했다. 8월 이후 타율은 0.308(104타수 32안타), 9월 들어선 타율 0.409(22타수 9안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가을이 왔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10년 연속 20홈런 대기록도 달성했고 500홈런도 진작에 넘어섰다. 올 시즌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개인 기록은 대부분 세운 최정은 "홀가분하다"면서도 쉽게 미소를 짓지 못했다.
SSG는 131경기에서 67승 60패 4무를 기록, 이날 패배한 6위 롯데 자이언츠와 승차를 4경기로 벌렸다. 가을야구 진출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최정은 자책했다. 최근 뚜렷한 상승세를 달리고 있지만 "제가 살아나서 팀이 이렇게 된 건 아니다"라며 "팀에 많이 도움이 많이 못했다. 초반부터 꾸준히 평소처럼만 했다면 3위 말고도 더 높은 곳에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가 재활군에 있거나 복귀해서도 안 좋을 때 투수들이나 다른 타자들도 다 잘해줬다"며 "저는 남은 경기에선 어떻게 해서든 빨리 가을야구를 확정지으려는 생각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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