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154㎞-152㎞-154㎞-151㎞.
직구만 5개를 뿌렸고 결과는 삼진이었다. 관중석에선 그의 투구 하나 하나에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국가대표 유격수도, 지난해 타격왕도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임지민(22·NC 다이노스)의 괴물 같은 투구에 야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임지민은 1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팀이 2-0으로 앞선 8회말 구원 등판했다.
강원고를 거쳐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로 입단해 1군에서 단 4경기 2⅔이닝만 소화한 투수는 홈 팬들에게도 낯선 투수였다. 그러나 단 공 하나로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이후 임지민의 공 하나 하나에 관중석에선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정준재에게 5구 연속 직구만 뿌렸다. 단순히 구속만이 아닌 일명 '볼끝'을 체감케 해주는 분당 회전수(rpm)는 2600을 손쉽게 웃돌았다. 국내 최고의 돌직구를 뿌린다고 알려진 안우진, 박영현(KT), 김택연(두산)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거나 오히려 더 앞서는 수준이다.
단조로운 구종에도 공략이 쉽지 않았다. 최근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국가대표 유격수 박성한은 직구로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뒤 포크볼에 범타로 물러났고 지난해 타격왕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볼넷을 골라내긴 했지만 시속 153㎞ 직구엔 방망이가 헛돌았다. 박성한을 상대로 던진 초구는 전광판에 시속 155㎞가 찍혔다.
볼넷 이후 김진호에게 공을 넘겼고 팀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쳐 데뷔 첫 홀드까지 손에 넣었다. 올 시즌 3경기에선 볼넷만 2개 내줬을 뿐 안타는 하나도 맞지 않고 있다.
더 놀라운 건 임지민이 고교 시절 투수보다 포수에 더 주력했던 선수라는 점이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였고 2014년 창단한 강원고 야구부의 첫 프로 진출자가 된 것에 더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원석을 알아본 NC는 임지민을 투수로서 다이아몬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첫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만 뛰며 31경기에서 1승 2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55로 퓨처스 올스타에도 뽑혔던 임지민은 이듬해 1군 데뷔전을 치렀으나 오른쪽 팔꿈치 골절 부상 이후 현역 입대를 결정했다. 지난 1월 전역 후 부지런히 몸을 만든 그는 2군에서 시속 150㎞ 이상의 직구를 뿌리며 때를 기다렸다.
앞서 이호준 NC 감독은 "(임지민이) 살벌하다더라"며 테스트해보겠다는 뜻을 나타냈는데 지난 11일 고척 키움전에서 강한 공을 뿌렸고 이호준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14일 두산전에서 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임지민은 이날 중요 상황에서 등판했다. 표본이 적지만 그만큼 믿고 맡길 정도로 위력적인 무기를 갖고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지민은 왜 이호준 감독이 자신만만했는지를 보여주며 더 많은 야구 팬들에게 존재감을 어필했다.
프로 첫 홀드를 올린 임지민은 경기 후 "첫 타자를 잡을 때는 힘도 많이 안 들고 제구도 잘 됐다. 투아웃 이후부터 조금 흥분하면서 힘이 들어가고 제구도 흔들렸던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발 빠른 타자들을 잡아서 기쁘다. 2군에서 강점인 직구를 살려 피칭해왔다. 코치님들 덕분에 잘 준비할 수 있었다. 아직 변화구는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투수다. 당장은 팀의 가을야구 진출 희망을 밝히는 데 힝믈 보탤 예정이다. "(시즌) 목표는 이닝에 관계없이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것"이라며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에도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지켜봐주시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