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의 패트릭 클루이베르트(49·네덜란드)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16일(한국시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클루이베르트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PSSI는 성명을 통해 "약 12개월 동안 긴밀히 협력해 온 클루이베르트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헌신과 기여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공개적이고 존중하는 논의 끝에 양측은 파트너십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그가 인도네시아 축구에 보여준 열정과 존재감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행보에 행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클루이베르트 감독의 경질은 최근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4차 예선 탈락 이후 급속히 확산된 비판 여론과 맞물려 있다.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지난 12일 "인도네시아가 이라크전 0-1 패배로 조기 탈락이 확정됐다"며 "패배 직후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신태용'을 연호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전 패배는 인도네시아가 4차 예선 B조에서 가장 먼저 탈락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클루이베르트 체제에 대한 불신을 폭발시켰다.
현지 매체 '볼라'는 경기 직후 클루이베르트 감독이 기술 구역에서 고개를 숙인 채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앉아 있었다며 "평소 쾌활하던 그가 눈물을 흘릴 듯한 모습이었다"고 묘사했다.
결국 비판의 화살은 클루이베르트를 영입한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에게 향했다. 토히르 회장은 개인 SNS를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며 "관계자와 선수들, 팬들에게 감사하다. 인도네시아가 4차 예선까지 오른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사과했다.
인도네시아는 경기 내용에서도 무기력했다. 이라크전에서 클루이베르트 감독은 수비 안정화를 위해 라인업을 4차례 바꾸었지만, 공격 전개가 완전히 막혔다. 9개의 슈팅 중 유효 슈팅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고, 후반 실점 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경기 막판 선수단은 판정에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세 장이나 받았고 일부는 주심과 충돌했다.
현지 언론들은 클루이베르트 감독의 전술 문제를 지적했다. '트리분와우'는 "클루이베르트는 유럽식 포메이션을 고집했지만,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기량과 맞지 않았다"며 "사우디전(2-3 패) 이후 이라크전에서도 전술 실패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팬들의 여론은 급속히 신태용 전 감독 쪽으로 돌아섰다. '트리분와우'는 "사우디전 패배 직후부터 신태용 감독 복귀를 요구하는 여론이 폭발했다"며 "그가 인도네시아 축구의 황금기를 열었다는 평가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사령탑 시절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 진출, 2024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준결승, 사상 첫 월드컵 3차 예선 진출 등 성과를 거두며 인도네시아 축구를 상승세로 이끌었다. 그러나 PSSI는 올해 1월 네덜란드 귀화 선수들과의 연계 강화를 이유로 그를 전격 경질하고, 클루이베르트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당시에도 현지 팬들은 분노를 표했으나 협회는 결정을 강행했다.
하지만 클루이베르트 체제 10개월 만에 월드컵 예선 탈락이라는 초라한 결과가 나오자, 여론은 다시 폭발했다. 인도네시아는 클루이베르트 감독 체제로 나선 3차 예선에서도 일본(0-6 패), 호주(1-5 패) 등 강호와의 경기에서 연이어 대패하며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팬들의 압박 속에 클루이베르트 감독과 결별을 선택했다. 협회가 "서로 존중하는 논의 끝의 합의"라고 설명했지만, 현지에서는 사실상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인도네시아를 떠난 신태용 감독은 지난 8월 K리그1 울산HD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65일 만에 성적 부진으로 해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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