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영(하나카드)도,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 그리고 그 옆에 당당히 김민아(35·NH농협카드)의 이름을 새겨넣을 수 있게 됐다. 13개 대회 만에 2강 구도를 깨뜨리며 김민아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민아는 27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026시즌 6차 투어 '휴온스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에서 김상아(37·하림)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4-0(11-3, 11-4, 11-6, 11-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23~2024시즌 9차전이었던 지난해 2월 25일 이후 1년 8개월 2일, 610일 만에 통산 4번째 정상 등극과 함께 우승 상금 4000만원을 손에 넣었다. 누적 상금은 1억 9617만 5000원으로 2억원을 눈앞에 바라보게 됐다.
앞서 3회 우승을 맛봤지만 지난 시즌 막판 2회 연속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여제' 김가영 앞에 번번이 무너졌다. 올 시즌 3차전에선 다시 결승에 올랐으나 이번엔 스롱 피아비에게 패했다.
이번엔 김효정(24-19), 임혜원(3-0)에 이어 16강에서 우승자 출신 강지은(SK렌터카)을 풀세트 끝에 잠재운 데 이어 8강에선 세계선수권 우승자 이신영(휴온스)을 3-1, 4강에서 백민주(크라운해태)를 3-1로 돌려세우고 결승에 진출했다.
절호의 기회였다. 김가영이 16강에서 백민주에 무너졌고 스롱은 4강에서 김상아에 덜미를 잡혔다. 김상아의 경기력이 만만치 않았으나 긴장한 탓인지 결승은 싱거울 정도였다.
1세트부터 파죽지세였다. 초구를 4득점으로 연결한 후 3이닝, 4이닝 연속으로 1,2득점씩 뽑아 7-2로 앞섰다. 이어 8이닝에서 남은 4득점을 추가해 11-3 첫 세트를 따냈다. 이어 2세트서도 김민아가 10이닝 만에 11점을 채워 11-4로 두 세트를 앞서갔다.
김민아는 여세를 몰아 3세트도 초반 3이닝 동안 2득점씩 추가하는 등 11이닝 만에 11점으로 11-6 승리했다. 김상아도 6득점으로 쫓았으나 세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세트가 극적이었다. 패배에 몰린 김상아가 4세트 초구를 6득점으로 연결하며 크게 앞서 갔지만 이후 5이닝 동안 공타에 그친 반면 김민아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7이닝에서 8-7로 경기를 뒤집었다. 김상아가 다시 추격하며 끝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으나 김민아가 10이닝 10-10 상황에서 김상아의 공격실패를 이어받아 득점하며 11-10 역전승을 거뒀다.
LPBA 결승전 셧아웃은 올 시즌 개막전에서 김가영이 차유람을 잡아낸 이후 2번째다. PBA까지 합쳐서는 6번째 진기록을 남기고 단 89분 만에 우승을 장식했다.
12개 연속 이어졌던 김가영과 피아비의 양강 체제를 드디어 깨뜨렸다. 김민아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PBA에 따르면 김민아는 경기 후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 4-0으로 이겨서 더한 기쁨이 있다. 최근 결승전 3번에서 모두 준우승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며 "방심하지 말자는 생각이 컸고 그게 흔들리지 않고 잘 지켜져 우승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려 610일 만의 우승이었음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김가영과 피아비와의 기량 차를 인정했고 더 발전하고자 노력했다. 김민아는 "힘들진 않았다. 결승 상대가 아주 잘 나가고 있는 김가영, 피아비였기 때문"이라며 "속상함은 있지만 다음 대회에서 멘탈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 두 선수를 쫓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습해왔다"고 전했다.
단단해진 멘탈이 이번 우승에 큰 역할을 해냈다. 4세트 아찔한 상황에서도 김민아는 "4세트에서 끝내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김상아 선수가 초구 득점하며 다득점으로 이어졌다"면서도 "세트 경기를 해본 결과 6,7점 차이는 점수 차이도 아니고 상대가 2점이 남았든 1점이 남았든 언제든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0-6에서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한 두 큐에 따라갈 수도, 끝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뒤집을 수 있었다"며 "마지막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공이 왔는데 너무 어려웠다. 순간적으로 멋있는 공으로 위닝샷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쳤는데 안 들어가서 아쉬웠다. '다시 기회가 올까'라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기회가 와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준우승 이후 경기력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던 김민아지만 기술보다는 정신을 가다듬는 데에 더 집중했다. "두께 조절은 연습으로 되진 않는다. NH투자증권에서 3회 정도 멘탈 코칭을 받았다"며 "나는 부족한 게 불안함이 들어오면 머리에서 나가질 않는다. 그런 걸 끊어내기 위한 연습을 많이 했고 결과가 좋았을 때 마음가짐과 상태를 다시 되새기며 그때를 다시 상상하고 자신감을 얻는 연습도 많이 했다. 멘탈적으로 연습을 많이 하다보니 그 힘이 많이 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젠 당당히 김가영, 피아비와 맞설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피아비와 김가영이 결론적으로 우승을 많이 했다. '왜 양강 구도에 낄 수 없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스스로는 주눅 들지 않으려고 한다. 상대 전적에서도 밀리지 않고 김가영 선수는 최근엔 16강에서 이긴 적도 있고 피아비에겐 과거 결승에선 이겼지 않나고 생각하며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양강 구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최근 3번 중 한 번이라도 이겼다면 3강 체제가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오늘은 상대가 김상아 선수였긴 했지만 다시 우승을 함으로써 3강 구도를 만들어보자는 욕심은 있다"고 당당히 포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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