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역사상 이런 클러치히터가 있었을까. '문보물(문보경+보물)' 문보경(25)이 단 두 번의 시리즈로 구단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문보경은 올해 기복이 있는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 141경기 타율 0.276(515타수 142안타) 24홈런 10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1로, 개인 단일 시즌 최다 홈런과 타점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점차 떨어졌다.
급기야 9월 이후에는 18경기 타율 0.148(61타수 9안타)로 타격감 조절 차원에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굴욕까지 맛봤다. 염경엽 LG 감독은 시즌 막판 취재진에 "(문)보경이가 빨리 감을 찾게 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을 생각하면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타선은 결국 보경이가 4번 타순에서 자기 역할을 해줄 때 가장 강하다"고 공언하며 어떻게든 살리려 애썼다.
3주간의 휴식이 문보경에게 큰 도움이 됐다. 문보경은 4번의 청백전에서 초반 공을 지켜보기만 하며 자신의 타격 궤적과 타이밍을 이미지 트레이닝하는 데 전념했다. 그 결과 좋았을 때의 타격감을 찾는 데 성공했고 LG 내부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았다.
같은 팀 동료이자 국가대표 내야수 신민재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문)보경이가 잘할 것 같다. 그동안 많이 묵혀놓지 않았나. 며칠 전부터 운동할 때 방망이 치는 걸 보니까 좋아진 것 같다"고 일찌감치 활약을 예견하기도 했다.
그 예언은 현실이 됐다. 문보경은 1차전 첫 타석부터 문동주의 시속 154㎞ 강속구를 통타해 좌중간 1타점 적시 2루타를 쳤다. 6회말에도 좌전 1타점 적시타로 빅이닝을 이끌며 LG의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도 득점권만큼은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2회 첫 타석에서는 우중간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5-7로 쫓기던 4회말 2사 만루에서는 박상원의 초구를 공략해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8회말에는 투런포까지 작렬하며 5타수 4안타 5타점으로 데일리 MVP도 수상했다.
덕분에 LG는 한화를 13-5로 제압하고 2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90.5%를 잡았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2연승으로 시작한 팀은 21개 팀이었다. 그들 중 19개 팀이 최종 우승까지 해냈다.
과연 국가대표 클린업답게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한국시리즈 문보경의 타율은 0.667(9타수 6안타)에 달한다. 통산 한국시리즈 성적도 무려 7경기 타율 0.538(26타수 14안타) 2홈런 11타점, 출루율 0.533 장타율 0.923으로, 단 두 번의 시리즈로 LG 구단 역사상 한국시리즈 최다 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통산 최다 타점 기록의 김현수 9타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뜨거운 타격감의 비결로 문보경은 충분한 휴식으로 완전히 회복한 손목과 빠른 공을 많이 보며 타이밍 잡은 것을 꼽았다. 문보경은 1차전 승리 후 "그동안 공을 많이 본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모창민 코치님과 이야기하면서 무언가 치려고 마음먹으면 밸런스를 못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공만 보겠다는 마음으로 밸런스를 잡은 게 도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너무 못 치긴 했는데, 아무리 못 쳐도 끝까지 못 치진 않겠나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어떻게 보면 내가 그 기간 하나만 잘 쳤어도 우리가 정규 1위도 자력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런 부분이 마음에 많이 남아 있었다"고 덧붙였다.
2차전까지 잘 치르고 나자 조금은 홀가분해진 모습이었다. 2차전 승리 후 문보경은 "오랜만에 야간 경기라 공에 잔상이 남았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동안 경기가 없어서 타격에 잡념이 없었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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