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축구의 레전드 박지성(44)이 최근 A매치 관중 수가 2만명대로 추락한 것에 대해 "단지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7일 공개된 tvN SPORTS 유튜브 '후방빌드업'에 출연해 "그 관중의 숫자가 결국 지금 축구팬들이 한국 대표팀을 바라보고 있는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달 14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과 파라과이의 A매치 평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수는 2만2206명에 그쳤다. 6만5000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의 3분의1 정도가 겨우 채워진 것이다.
최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는 '예매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늘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수치였다. 실제 지난 2017년 이란전을 시작으로 지난달 브라질전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16경기 평균 관중 수는 6만1385명에 달했다. 파라과이전 관중수는 최근 평균 관중의 절반도 채 안 됐다.
파라과이전 관중수는 2008년 9월 요르단과의 친선경기 당시 1만6537명 이후 무려 17년 새 서울월드컵경기장 A매치 최소 관중 기록이었다. 기성용(포항 스틸러스)이 19세의 나이로 A매치에 데뷔했던 그 경기 이후 가장 적은 A매치 관중수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박지성은 다만 이같은 저조한 관중 수가 홍명보호의 부진한 경기력만이 원인은 아닐 거라고 봤다. 그는 "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거기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박지성은 최근 정몽규 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한축구협회 행정이나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등 경기 외적인 여러 논란들을 팬심이 싸늘하게 바뀐 원인으로 지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0-5 참패로 끝났던 지난달 브라질전에 대해서도 "스코어가 모든 걸 말해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평가전에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전혀 못 느낀 경기이지 않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지성은 "홈에서 하는 만큼 할 수 있는 걸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던 평가전이었다"며 "전술적으로는 전후반 내내 같은 전술을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선수 구성 자체는 상당히 공격적인 5-4-1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경기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지성은 "오히려 우리가 내려서서 수비를 했다. '이 선수 구성을 가지고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었다. 전술적으로 내려서서 카운터어택을 노린 거 같은데, 수비적으로 하면서 역습을 하는 선수 구성은 아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아쉬웠던 압박 타이밍이나 너무 얌전했던 플레이 스타일 등도 지적했다. 박지성은 "(압박은) 타이밍상 선수들이 맞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압박을 하더라도 개별적인 압박이 많았다. 전방에선 압박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같이 끌어올리지 못하니까, 거길(전방 압박) 통과하면 중앙에 공간이 크게 남았다"고 지적했다.
박지성은 또 "(우리 선수들이) 착하게 플레이했다는 표현이 맞다. 남미나 아프리카 선수들은 상대 기분을 좋게 해주면 더 잘하는 경향이 있다. 짜증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너무 얌전하게 해줬다. 경고나 퇴장 등 카드를 받으라는 건 아닌데, 상대가 움찔할 만한 장면에선 같이 싸워주는 장면들이 필요했다. 그런 부분이 없었던 게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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