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를 떠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내야수 박찬호(30)가 전 소속팀을 향한 '뭉클'한 고별사를 남겼다.
박찬호는 18일 저녁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통해 KIA 타이거즈 구단을 비롯한 팬들을 향한 인사를 전했다. 이날 오전 두산은 박찬호의 영입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4년 최대 80억 원(계약금 50억·연봉 총 28억·인센티브 2억)의 조건이다.
박찬호는 "더 이상 제 이름 앞에 '기아 타이거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슬프다. 낯설기만 했던 광주에 첫 발을 내딛은 지 어느덧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버렸다. 사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시작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부모님 곁을 떠나 예상하지 못한 팀에서 지인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맞이해야 했던 새로운 삶이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시작했다.
또 박찬호는 "그렇게 시작된 광주에서의 시간은 제 인생의 페이지를 하나씩 써 내려가는 여정이었다. 그 어느 한 페이지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들마저 지금의 저를 만든 소중한 밑거름이었다. 데뷔 첫 경기부터 첫 안타, 첫 홈런, 끝내기, 도루 타이틀, 골든글러브, 수비상, 그리고 '우리'였기에 가능했던 우승의 순간까지 신혼생활과 두 딸의 출생도 이곳에서 맞이했기에 광주에서의 12년은 절대 잊지 못할 인생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KIA에서의 생활을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팬들도 언급했다. 그는 "보잘것없던 저를 타이거즈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아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병원에서 제 손을 잡고 '우리 막내아들이야'라며 응원해주시던 할머님, 우승 후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해 주시던 주민 아버님, 어디서든 우리 아이 손을 가득 채워 주시던 팬분들, 어떻게 여러분을 잊을 수 있을까"고 떠올렸다.
이어 박찬호는 "광주를, 타이거즈를 떠난다는 것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올 시즌 동료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팬들의 응원과 함성을 조금이라도 더 마음에 담아 두려고 했다. 이별이 너무 힘들 걸 알았기에 혹시 찾아 올 이별의 순간에 스스로 대비하려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떠나는 팀에 걱정은 없다. 동생들 모두가 마음만 단단히 먹는다면, 무너지지 않는다면 빈자리쯤이야 생각도 안 나게끔 더 뛰어난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KIA를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박찬호는 "빼빼 마른 중학생 같았던 20살 청년이 이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소중했던 광주 생활을 마무리하려 한다. 타이거즈와 함께여서, 팬분들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모두가 가족 같았던 단장님, 감독님,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단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 비록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진 못하지만, 항상 응원하겠다. 끝으로 12년간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주신 기아타이거즈 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받았던 과분했던 사랑과 응원을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고 추억하겠다. 너무 감사했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장충고를 졸업한 박찬호는 2014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입단 첫해인 2014시즌부터 2025시즌까지 타이거즈에서 통산 1088경기에 나서 타율 0.266(3579타수 951안타) 23홈런 353타점 514득점 187도루, 출루율 0.328 장타율 0.332의 기록을 남겼다. KIA에서만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한 10시즌이나 활약하며 타이거즈의 내야 한 자리를 지켰다. 2024시즌에는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까지 이뤄냈고, 그 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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