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투·타 겸업 풀타임 첫해를 보낸 '서울고 오타니' 김지우(17·서울고)가 내년에도 투수와 타자를 병행할 뜻을 확고히 했다.
김지우는 2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25 이마트 노브랜드배 CHAMPIONSHIP' 고등부 결승전에서 4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해 성남고를 3-2로 꺾고 서울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유일한 안타가 2사 2루에서 바깥쪽 낮게 떨어진 상대 선발 투수의 슬라이더를 밀어 쳐 만든 우익선상 1타점 적시 2루타로 이날의 결승타가 됐다.
첫 주장으로서 부상을 이겨낸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김지우는 시즌 막판 당한 팔꿈치 통증에 10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46회 서울특별시장기 18세 이하(U-18) 고교 추계 야구대회'를 아예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태가 조금은 호전됐고, 경남고와 4강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 맹타를 휘두른 데 이어 이날도 좋은 타구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우승 후 만난 김지우는 "올해 이마트배 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 시즌이 지날수록 부진해 아쉬웠다. 그래도 이렇게 마지막에 좋은 대회가 생겨서 우리가 처음과 끝을 잘 마무리한 것 같아 기분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우는 강남중 시절부터 타고난 파워로 전국구 유망주로 분류됐다. 서울고에 입학하자마자 11경기 타율 0.583(12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 6득점 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560으로 활약해 2027 KBO 신인드래프트 빅3로 분류됐다.
타고난 신체조건(키 194㎝ 몸무게 88㎏)의 부산고 하현승(17)과 뛰어난 야구 센스로 정평이 난 덕수고 엄준상(17)과 비교해 김지우는 확실한 우타 거포 자원으로 분류된다. 전형적인 슬러거 타입이 아님에도 올해 타자로서 27경기에 출전, 타율 0.275(91타수 25안타) 5홈런 28타점 13득점 5도루, 21볼넷(고의4구 7개 포함) 20삼진, 출루율 0.404 장타율 0.484 OPS 0.888로 임팩트를 남겼다.
현장에서 만난 한 KBO 구단 스카우트는 "김지우는 신체 능력이 좋고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우타 거포다. 좋은 툴을 갖고 있어 잠재력은 엄준상보다 낫다고 보는 스카우트들도 있다"라고 올 시즌을 총평했다. 이어 "올해 콘택트가 일정하지 않았는데 아직 많은 타석에 들어서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보고 있다. 투박한 수비도 마찬가지다. 선구안과 콘택트 자체가 나쁜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타석과 수비에서의 세밀함은 많은 경기에 나서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지우도 자신을 향한 우려를 알고 있었다. 김지우는 "올해 계속 중심 타선으로 나선 것에 감사하고 뿌듯하다. 다만 타율이 높지 않았기에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 한다. 또 수비는 아무리 좋아도 계속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 열심히 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놀라운 건 이런 김지우를 투수로서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스카우트도 있다는 점이다. 올해 서울고는 이호범(18·삼성 1R 9번 지명), 박지성(18·키움 3R 21번 지명) 원투펀치가 있어 김지우는 불펜으로만 종종 나섰다. 투수 훈련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김지우는 올해 마운드에서 7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00, 13⅓이닝 6사사구(5볼넷 1몸에 맞는 공) 19탈삼진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투수로서 비교적 작은 키(183㎝)를 아쉬워하는 스카우트도 있을 정도로 최고 시속 154㎞(비공식 153㎞)의 직구 구위가 묵직하다는 평가다. KBO 스카우트는 "김지우는 구단이 어떻게 키울지에 따라 성장 방향이 달라질 것 같다. 투수로서는 프로에서 즉시 전력이 될 수 있을 구위를 가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서울고에서도 고민이었다. 뛰어난 원투펀치가 빠져나간 서울고에서 현시점 에이스는 김지우다. 지금 당장은 4번 타자 김지우가 매력적이지만, 또 다른 투수들이 나올 때까지 '투수 김지우'의 활약이 불가피하다.
김동수 감독은 "지금 당장은 투수가 조금 약하다고 보고 있다. 김지우 말고 조금씩 더 나와줘야 한다. 기대하고 있다"라며 "(김)지우가 고등학교 때는 투수와 타자 다 하고 싶다고 해서 내년에도 지우는 모두 하는 쪽으로 훈련 방향을 잡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야수가 더 좋아 보이지만, 올해 일주일에 많이 던져봐야 2번 정도 던질 정도로 피칭 훈련을 하지 않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우가 운동 능력이나 투·타 모두 감각적으로 뛰어난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올해는 타격에 조금 더 신경 쓰라고 했지만, 앞으로 우리가 얼마만큼 잘 케어하고 더 실력을 갈고닦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하현승·김지우·엄준상 모두 이미 1학년 때부터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들이 주목했던 재능인 만큼, 이들 빅3의 활약에 KBO 팬들의 관심도 쏠릴 예정이다. 김지우는 "내년에도 투·타 겸업할 생각이다. 투수와 타자 다 했을 때가 가장 재미있고 자신감도 생긴다. 투수로서 김지우는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고, 타자로서 김지우는 강한 파워로 담장 밖을 넘길 자신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종 목표가 메이저리그인 만큼 KBO와 메이저리그 진출 모두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내 소속팀은 서울고다. 내년에도 서울고가 우승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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