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마크를 달고 4만 관중 앞에서 9회말 2아웃 동점 홈런이라는 기적을 썼던 김주원(23·NC 다이노스). 그런데 정작 생애 첫 KBO 시상식에서는 긴장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24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시상식'에서 김주원은 유격수 부문 수비상을 수상했다. 지난 2023년 수비상이 생긴 이래 2년 연속 박찬호(두산)가 이름을 올렸지만(2023년은 LG 오지환과 공동 수상), 올해는 김주원이 주인공이 됐다.
김주원은 투표 점수 75점, 수비 기록 점수 15.63점으로 총점 90.63점을 획득했다. 박찬호와 동점을 이룬 가운데, 총점이 같을 경우 투표 점수 우위 선수가 앞선다는 선정 기준에 따라 투표 점수 65.63점의 박찬호를 제치고 김주원이 1위에 올랐다.
깔끔한 정장을 입고 한껏 꾸민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김주원은 긴장된 듯 혀를 내밀기도 했다. "이 상이 처음 생길 때부터 꼭 받고 싶었다"고 말한 그는 고마운 사람들을 계속 언급했다. 끝으로 "계속 발전하고 노력해서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수비상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9일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주원은 "좀 떨렸다. 소감 준비 안 하고 바로 가서 하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라고 고백했다. "다음에는 조금 정리해서 가려고 한다"고 말한 그는 "그런데 올라가면 또 머리가 하얘질 것 같아서 기대하시면 안될 것 같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긴장이 됐으면 김주원은 수상소감에서 가족을 언급하는 것도 잊었다. 그는 "프로 와서 첫 시상식이라 부모님이 오셨다. 나가기 전에는 '부모님 얘기를 꼭 할 거다' 하고 올라갔는데 막상 생각이 안 나더라"라고 고백했다. 이어 "무대 내려오고 나서 부모님이 '왜 얘기도 안 하냐, 섭섭하다' 하면서 장난을 치셨다. 아마 내가 너무 긴장하고 떤 걸 아신 것 같다"고 했다. 김주원은 "다음 시상식 때는 시작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적진에서 많은 관중을 침묵시킨 홈런도 터트렸던 김주원이었기에 이런 긴장감을 느꼈다는 게 쉽게 믿어질 수 없었다. 그는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NAVER K-BASEBALL SERIES' 일본과 평가전 2차전에서 7번 타자 겸 유격수로 출전했다.
경기 내내 접전을 펼친 한국은 9회말 시작 상황에서 6-7로 뒤지고 있었다. 올해 일본프로야구(NPB)에서 46홀드와 2.1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오타 타이세이(요미우리)가 올라온 가운데, 2아웃에서 김주원은 오타의 시속 155km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중월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 특히 외조부의 별세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긴 상황에서도 이를 참고 활약을 펼쳤다.
김주원은 "뭔가 다 잘 맞아떨어졌다. 포크볼 2개를 던졌는데, 그 선수(오타)가 직구가 자신있을 거라 하나 들어오겠다 싶었다"며 "내가 생각한 코스, 궤적으로 오면 바로 반응해서 쳐야겠다고 했는데, 그랬더니 알아서 공이 와서 맞아준 느낌이었다"고 했다.
경기장 분위기에 대해 "응원 문화가 색달랐고 진짜 야구를 사랑한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한 김주원은 "(APBC 때) 처음 갔을 땐 그라운드에 서 있는데도 계속 소름돋았다. 한 번 겪고 나니 낫긴 한데 그래도 위압감이 컸다"고 밝혔다.
이번 대표팀에서 김주원은 NC에서 홀로 뽑혔다. 유력한 발탁 후보였던 포수 김형준이 왼손 유구골 수술로 빠졌고, 엔트리에 들었던 좌완 김영규도 어깨가 좋지 않아 교체됐다. 그는 "너무 외로웠다"고 고백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지나니까 많이 친해져서 괜찮았다"고 얘기했다. 김주원이 대표팀에 적응하기 전까지 강인권 수석코치 겸 배터리코치, 이동욱 수비코치 등 전직 NC 사령탑 출신 지도자들이 도와줬다. 그는 "나 혼자 있으니까 장난도 치고 많이 챙겨주셨다"고 했다.
김주원은 "이전까지 조금 안 좋았다가 마무리를 잘한 것 같다"며 "내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뽑히면 좋겠지만, 일단 비시즌에 준비를 잘해야 할 것이다. 부름을 받으면 가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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