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 점보스가 2025년을 단독 선두로 마치고도 쉽게 웃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2025~2026 진에어 V리그 정규시즌 3라운드 방문경기에서 우리카드에 세트 점수 3-1(25-21, 25-22, 23-25, 25-22)로 승리했다.
이로써 승점 3점을 챙긴 1위 대한항공은 14승 3패(승점 40)로 2위 현대캐피탈(10승 7패·승점 32)과 승점 차를 8점 차로 더욱 벌렸다. 반면 우리카드는 4연패에 빠지며 6승 12패(승점 19)로 6위에 머물렀다.
정지석 없이도 강했던 대한항공이다. 주포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이 25점, 김민재와 임재영이 각각 12점을 올렸다. 정한용과 김규민도 각각 10점, 7점을 기록하며 전방위적으로 우리카드 코트를 폭격했다.
하지만 임재영의 부상에 고민이 커졌다. 임재영은 대한항공이 5-6으로 지고 있는 3세트에서 착지 후 왼쪽 무릎에 통증을 느껴 코치들의 부축을 받고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헤난 달 조토(65) 대한항공 감독 역시 "지금 MRI를 찍고 있다고 한다. 아직 결과는 안 나왔다"고 한껏 걱정을 드러냈다. 이어 "워낙 건강한 선수라 큰 부상은 아닐 거라 믿고 있다. 일단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머릿속에서 이미 플랜 C를 가동하고 있다"고 씁쓸한 웃음을 내보였다.
최근 대한항공은 주전 공격수를 잇달아 잃었다. 정지석은 지난 경기를 앞두고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로 8주 재활 소견을 받았다. 대한항공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최소 2월 중순은 돼야 돌아올 수 있는 상황. 지난 경기에서는 러셀이 허리 근육 수축 현상으로 통증을 느끼면서 대한항공은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수비에 강점이 있는 김선호가 빈자리를 잘 메워주며 일단 고비를 넘겼다.
헤난 감독은 "선수들에게 대본에 없던 경기라고 했다. 임재영이 힘으로 때리는 공격력이 강한 선수라면, 김선호는 리시브가 안정적인 선수다. 김선호가 안정적으로 받쳐줘서 한선수가 상대적으로 편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한선수가 공을 배분할 때 스피드를 살려서 속공을 잘 활용해줬다. 덕분에 사이드를 활용한 공격도 더욱 편하게 이뤄졌다. 또 상대 리시브가 흔들릴 때 미들블로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접전에서 많은 점수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미들블로커들이 그 역할을 잘해줬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의 가장 큰 강점은 뎁스다. 첫 번째, 두 번째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이탈해도 베테랑 곽승석(37)이 버티고 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힘들었던 곽승석은 이미 그 준비를 마쳤다. 헤난 감독은 "곽승석에게도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부상이 많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곽승석은 경험이 많은 선수이고, 지금은 그런 경험을 많이 필요로 하는 때"라면서 "곽승석이 시즌을 시작하면서 종아리 부상이 있어 두 달 동안 거의 뛰지 못했는데 지금은 많이 쉬면서 몸 상태를 100%까지 끌어올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앞으로 많이 투입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줄부상에도 결국 2위와 8점 차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이에 헤난 감독은 "긍정적인 전반기였다. 모두가 잘 버텨줬다. 승패에 상관없이 우리 선수들이 끈끈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줘서 이렇게 잘 끌어올 수 있었다"라고 칭찬하면서 "두 가지 걱정이 있다. 하나는 정지석과 임재영을 빨리 회복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4라운드를 잘 준비하는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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