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우리시오 파에스(62) 우리카드 감독이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채 완주하지 못했다.
우리카드 구단 관계자는 30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파에스 감독 교체는 29일 늦은 오후 결정됐다. 오늘 오전 9시 잡혀있던 미팅에서 감독님께 해당 사실을 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카드 구단은 "2024~2025시즌부터 팀을 이끌었던 파에스 감독과 상호 합의하에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리카드 구단은 "지난 시즌부터 팀을 위해 헌신한 파에스 감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V리그에만 올 시즌 벌써 3번째 감독 교체다. 앞선 11월 22일 김호철 IBK 기업은행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것이 첫 번째였다. 남자부에서는 지난 12월 19일 같은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에 이어 파에스 감독이 두 번째다. 파에스 감독은 한국에 오기 전 일본 파나소닉 팬서스에서 수석코치로서 일본 V리그 우승 2회, 준우승 1회, 2021~2022시즌 프랑스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위를 경험했으나, 한국에서는 실패를 맛본 채 돌아가게 됐다.
28일 대한항공전 패배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우리카드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책으로 자멸하며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다. 3세트 초반 기세 좋던 임재영이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금방 재정비를 마친 대한항공에 승점 3점을 고스란히 내줬다.
경기 후 파에스 감독은 이례적으로 "상대보다 우리가 문제였다. 스스로 계속 꼬였고 힘들어했다. 특히 첫 두 세트를 시작할 때 경기에 임하는 태도는 정말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패 기간에도 선수들이 채워야 할 부분은 지적하면서도 "선수들을 향한 신뢰와 지지는 확고하다. 자신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했으면 좋겠다"라며 꾸준히 믿음을 주는 사령탑이었다. 그랬기에 지난 시즌 봄배구 진출에 실패했음에도 유임될 수 있었다. 이번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선수단과 코치들이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3라운드를 마친 현재, 우리카드는 6승 12패(승점 19)로 6위에 머물러 있다. 주축 선수들의 별다른 부상이 없음에도 최근 4연패에 빠진 것이 컸다. 5위 OK저축은행(8승 9패·승점 24)과 승점 5점 차, 3위 KB손해보험(10승 8패·승점 31)과 12점 차로 아직 봄배구를 포기할 시점은 아니다. 파에스 감독도 구단의 결정을 듣고 이해했다.
우리카드 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믿고 (반등을) 기다렸다. 하지만 더 이상 뒤처지면 안 되는 상황이라 판단했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해 고심 끝에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후임은 올해 4월 코치로 부임한 박철우(40)가 감독대행을 맡는다. 박철우 감독대행은 선수 시절 V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였다. 19시즌 간 564경기 1945세트에 출전하면서 서브 350개 성공 1호, 후위 공격 2000점 1호, V리그 역사상 첫 한 경기 개인 50득점(2009~2010시즌), 2018~2019시즌에는 남자부 최초 통산 5000득점에 성공하는 등 기록의 사나이로 불렸다.
우승 DNA를 보유한 지도자이기도 하다. 선수 시절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한국전력을 거치며 6번의 챔피언 결정전을 제패했다. 우리카드는 박철우 감독 대행에게 남은 2025~2026시즌을 맡기기로 했다. 박철우 감독대행은 구단을 통해 "팀이 어려울 때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남은 시즌 선수들과 하나 된 마음으로 근성 있고 끈기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대행은 오는 2일 오후 7시 부산에서 열리는 OK저축은행과 원정 경기부터 팀을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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