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같은 조에 속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팀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경기력에 대해 현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하긴 했으나, 특히 수비 불안에 대해 제기되는 현지 우려는 손흥민(LAFC) 등을 보유한 홍명보호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위고 브로스(벨기에) 감독이 이끄는 남아공은 30일(한국시간) 모로코의 마라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짐바브웨를 3-2로 꺾었다. FIFA 랭킹은 남아공이 61위, 짐바브웨는 129위다. 앞서 앙골라를 2-1로 꺾고 이집트에 0-1로 졌던 남아공은 승점 6(2승 1패)을 기록, 이집트(승점 7)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결과적으로 조 2위를 통한 16강 직행 성과를 내긴 했지만, 최종전은 현지에서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다. FIFA 랭킹 격차가 말해주듯 한 수 아래의 팀인 짐바브웨를 상대로 1골 차 진땀승을 거둔 탓이다. 심지어 결승골은 상대 핸드볼 파울에 따른 페널티킥으로 넣었다. 볼 점유율에서 66%-34%로 크게 앞서고도 슈팅 수에선 16-10으로 10개나 허용했고, 먼저 리드를 잡고도 번번이 동점골을 허용한 끝에 가까스로 승리했다.
특히 실점 장면마다 남아공 수비 집중력은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남아공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19분엔 상대 드리블 돌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타완다 마스완하이스가 미드필드 지역 오른쪽부터 드리블해 상대 수비 3명을 연이어 제치고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해 남아공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전력을 고려해 수비 압박 강도가 덜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대 개인기에 완전히 무너지는 모습은 남아공 현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올만했다.
남아공이 1골 앞서던 후반 27분 짐바브웨의 2번째 동점골 장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비 뒷공간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상대 공격수와 골키퍼가 일대일로 맞선 상황이 됐다. 그나마 골키퍼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기는가 했지만, 달려들던 수비에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 자책골로 연결됐다.
남아공 매체 IOL은 "남아공이 짐바브웨를 3-2로 꺾으면서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중요한 결과를 얻었다"면서도 "물론 남아공의 축구 순수주의자들은 엉성한 경기력을 불평할 것이다. 중앙 수비 조합의 비효율성을 한탄하면서 '더 강한 상대라면 가차없이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매체는 "수비진이 너무 허술해 론웬 윌리엄스 골키퍼의 구원이 필요한 순간들도 있었고, 주장인 윌리엄스는 골키퍼가 해야 할 일을 해냈다"면서도 "오브리 모디바의 자책골은 남아공 수비의 취약점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남아공 수비진은 이날 여러 차례 위치 선정에서 실수가 나왔고, 결국 그 대가를 치렀다. 이는 브로스 감독이 다음 경기 전까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들"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할 땐 남아공의 수비 전술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현지에서도 당장은 '토너먼트 진출 성과'에 더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다만 16강 진출이 걸린 경기에서 남아공 수비진 개개인이 보여준 집중력 등은 그동안 '미지의 상대'였던 남아공에 대한 경계심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앞서 FIFA 랭킹 89위 앙골라전을 포함해 조별리그 매 경기 실점을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남아공의 짐바브웨전 실점 장면을 돌아보면, 한국에는 손흥민뿐만 아니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오현규(헹크)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상대 수비를 뒤흔들 수 있는 공격 자원들이 더 많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섣부른 판단을 해서도 안 되지만 적어도 지난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남아공 수비력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충분히 공략 가능한 대상이라는 평가다. 대표팀 코치진과 분석관이 현지에 파견돼 남아공의 이같은 전력을 파악한 가운데, 그나마 관건은 홍명보 감독이 남아공을 상대로 과연 어떠한 공격 전술을 구상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