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축구의 전통 강호 가봉이 2026 아프리카 네이션스컵(AFCON)에서 굴욕적인 성적으로 탈락하자 정부 차원의 극단적인 처방을 내놨다. 국가대표팀 활동을 무기한 중단하고 간판스타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36·마르세유)을 대표팀에서 영구 제명하는 초강수다.
영국 매체 'BBC'는 2일(한국시간) "가봉 정부는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국가대표팀 활동 중단과 코치진 전원 해임, 핵심 선수 오바메양과 브루노 에쿠엘레 망가의 대표팀 자격 박탈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BBC'에 따르면 심플리스데지레 맘불라 가봉 체육장관은 지난달 31일 코트디부아르전 2-3 패배 직후 국영 방송에 출연해 "네이션스컵에서 보여준 치욕적인 경기력을 고려해 정부는 코칭스태프를 해산하고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국가대표팀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봉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F조에서 카메룬, 모잠비크, 코트디부아르에 연달아 패하며 3전 전패 최하위로 탈락했다. 특히 마지막 경기였던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2-0으로 앞서다 내리 3골을 허용하며 역전패했고, 맘불라 장관은 이를 "윤리적 가치에 반하는 불명예스러운 퍼포먼스"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날 'ESPN'도 "가봉 정부가 네이션스컵에서 엄청난 성적 부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ESPN'은 "가봉 정부가 국가대표팀 전체의 활동을 정지시키고 팀의 상징인 오바메양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며 "무유마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 전원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봉은 보츠와나, 적도 기니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단 1점의 승점도 얻지 못한 세 팀 중 하나가 되는 수모를 겪었다.
가봉 정부는 TV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제5공화국이 지향하는 가치에 정반대되는 부끄러운 성과에 대한 응당한 대가"라며 "가봉 축구연맹이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바메양의 퇴출 문제를 두고 현지 보도는 뜨거운 논쟁을 전했다. 오바메양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라리가 3대 리그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 공격수다. 'BBC'는 "가봉 역대 최다 득점자인 오바메양은 허벅지 부상 치료를 위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마르세유로 복귀했다"며 "정부가 이를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 결여로 판단해 영구 제명 조치를 내렸다"고 분석했다.
이에 오바메양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팀은 나라는 작은 존재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정부의 결정에 전면 반박했다. 또한 무유마 감독이 대회 기간 중 마르세유와 오바메양의 차출 문제를 두고 "국가대표팀은 재활 캠프가 아니다"라며 소속팀의 간섭에 불만을 터뜨렸던 상황도 이번 경질의 배경으로 짚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성적 부진을 넘어 정치적 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 가능성으로 번지고 있다. 'ESPN'은 "2023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브리스 올리귀 응게마 가봉 대통령이 직접 이번 대회를 언급하며 애국심 결여와 자원 낭비를 질타했다"며 "FIFA 정관에 따르면 각 회원국 축구협회 업무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가봉 정부가 직접 대표팀 해체와 선수 제명을 단행한 것은 국제대회 출전 정지 등 FIFA의 강력한 제재를 부를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가봉 정부는 방송 직후 관련 영상을 삭제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강력한 정화 작업을 예고한 만큼 가봉 축구는 국제무대 퇴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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