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세계 배드민턴계의 새 역사를 썼지만 새해 들어 첫 경기부터 다리를 내려쳤다. 부상 우려에도 안세영(24·삼성생명)은 포기하지 않았고 철저한 맞춤형 관리로 다시 한 번 여제의 위용을 알리며 금의환향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8일(한국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인도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2위 왕즈이를 2-0(21-13, 21-11)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말레이시아 오픈에 이어 새해 두 대회 연속 석권이자 6연속 정상이라는 쾌거를 쓴 안세영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이렇게 경기가 있어서 나갔다 왔는데 좋은 결과로 돌아올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무려 11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역대 여자 단식으로는 최다 신기록, 남녀부를 통틀어도 타이 기록을 세웠다. 또 역대 최고 승률인 94.8%(73승 4패)의 압도적 승리 기록을 썼고 사상 최초로 시즌 누적 상금 100만 달러(약 14억 7300만원)를 돌파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열린 왕중왕전 월드투어 파이널스 결승에서 승리를 코앞에 두고 극심한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던 안세영은 제대로 회복할 시간도 없이 지난 6일 말레이시아 오픈에 나섰다. 상대는 세계 12위 미셸 리(캐나다)였는데, 1시간 15분의 혈투 끝에 가까스로 2-1 승리를 거뒀다.
연이은 실수가 쏟아졌고 리의 공격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경기 도중 허리를 숙여 무릎을 짚으며 힘겨워해 부상 후유증 우려를 자아냈다. 말레이시아 매체 더스타에 따르면 안세영은 "회복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다. 선수로서 우리는 그 일정에 맞춰 프로답게 준비해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놀랍게도 이후 더욱 단단해졌다. 말레이시아 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32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에선 왕즈이에게 10연속 승리를 따내며 한 수 위 기량을 과시했다.
안세영은 "말레이시아 오픈 때는 지친 감이 있어서 경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작년 파이널 때 쥐가 났고 완전히 회복이 된 상태에서 뛴 게 아니었기에 왼쪽 다리에 많이 무리가 간 것 같다. 좀 무거웠고 계속 쥐가 날 것 같아서 불안해 계속 (다리를) 치는 행동을 보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다. "그래도 경기를 하면서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인도 오픈 때는 나아진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며 "원래 같았으면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웨이트를 계속해 근력이 빠지지 않도록 했는데 말레이시아 오픈 때는 경기가 끝나면 완전히 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 회복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변했고 인도 오픈에선 그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기량 차를 뽐내며 왕즈이를 격파했다. BWF는 세트당 15점제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안세영의 독주를 막기 위함이라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안세영은 "아직 15점제에 대한 생각은 크게 하지 않고 있다"며 "저도 체력적으로 밀리는 게 느껴지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었고 이번에는 그게 잘 먹혔던 것 같다. 계속해서 이렇게(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건 아니다. 몸 상태에 맞게 조절하면서 플레이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괴물 같은 시즌을 보낸 안세영은 몇 년째 부상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물러설 생각은 없다. "올해에도 큰 대회들이 많이 있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싶다"며 "저는 항상 부상이 제일 걱정이었기에 올 한 해는 기권하는 경기가 없이 다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미 세계 최강 선수지만 안세영의 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남자 단식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이 되고 싶어한다든지, 완벽함의 기준을 '21-0 승리'에 둔다든지 하는 식이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건 동기부여일 뿐이지 배드민턴 경기에서 그렇게 하긴 많이 어려울 것 같다"는 안세영은 "그러나 그런 걸 목표로 삼아 계속해서 준비하고 완벽하게 만든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데 있어 좋은 연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세영에게도 힘겨운 시간이 있었다. 천위페이(중국)에게 국제대회 중요 길목마다 발목을 잡혔고 좌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안세영은 딛고 일어났고 최고의 선수가 됐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잘하는 선수와 하다 보면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서 상실감이 클 때가 많다"며 "그런 부분들을 좋은 연습으로 삼아서 계속 도전하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계속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에도 본인이 목표로 내건 '슈퍼 1000 슬램',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들이 기다리고 있다. 안세영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이상 좋은 결과는 따라오지 않는다. 제가 뛰고 있는 경기들은 다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 등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를)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