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배추보이' 이상호(31·넥센)가 금빛 질주를 펼쳤다. 올림픽 직전 열린 마지막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8년 만의 메달 획득에 청신호를 켰다.
이상호는 31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 로글라에서 열린 2025~2026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베테랑 롤란드 피슈날러(33·이탈리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금메달은 이상호의 통산 4번째 월드컵 우승이자 지난 2024년 3월 독일 빈터베르크 대회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맛본 감격적인 승리다.
결승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예선 2위로 결승 토너먼트에 오른 이상호는 파죽지세로 결승에 안착했다. 올 시즌 3회 우승을 기록 중인 예선 1위 피슈날러와 맞붙었다.
경기 초반 첫 번째 구간에서 0.16초 차로 뒤지던 이상호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두 선수는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고, 육안으로는 승자를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비디오 판독 결과 이상호의 왼손 손끝이 피슈날러보다 미세하게 앞선 것으로 확인되며 극적인 우승이 확정됐다. FIS는 이에 대해 "이상호가 손끝 차이로 승리하며 시즌 가장 치열한 명승부를 연출했다"고 묘사했다.
경기 후 이상호는 FIS를 통해 "이번 시즌은 역대 가장 강력한 선수들이 모인 것 같았다. 그래서 100% 그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무척 긴장됐지만, 결국 해내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호는 "올림픽 전에 우승이 정말 필요했다. 사실 이번 시즌 초반은 내게 최악의 시즌과도 같았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더불어 이상호는 "올림픽을 위해 많은 장비를 사용해봤다. 이번 시즌 내 유일한 목표는 오직 올림픽이었다"면서 "끝내 올림픽 직전 마침내 해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상호는 강원도 정선군 고랭지 배추밭에서 훈련하며 성장했다는 일화 덕분에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8 평창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설상 종목 최초의 메달리스트가 됐고, 2022 베이징 대회에서는 8강에서 0.01초 차로 5위에 머물렀다.
절치부심한 이상호는 지난해 초 왼쪽 손목 골절 수술을 받는 등 부상 악재를 이겨내고 재활에 매진해왔다. 지난달 24일 오스트리아 월드컵 4위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까지 거머쥐며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이상호는 이제 생애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정조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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