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25·서울시청)이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최종 4위에 오르며 한국 남자 피겨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새로 썼다. 간발의 차로 시상대에 서지 못했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발생한 판정 논란이 없었더라면 포디움까지 가능한 점수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차준환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5.16점, 예술점수(PCS) 87.04점에 감점 1점을 더해 181.20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92.72점)를 합산한 최종 합계 273.92점을 기록한 차준환은 전체 24명 중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동메달을 차지한 일본의 사토 슌(274.90점)과 불과 0.98점 차이다. 당초 메달권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쇼트프로그램 상위권이던 일리야 말리닌(미국)과 아담 샤오 힘 파(프랑스) 등이 프리스케이팅에서 넘어지는 난조를 보이는 사이 차준환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비록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한 차례 넘어지는 실수가 있었지만, 나머지 과제를 완벽히 수행하며 2018 평창 15위, 2022 베이징 5위에 이어 또 한 번 자신의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뛰어난 연기로 높은 점수를 받았기에, 쇼트프로그램 당시 차준환에게 내려졌던 인색한 점수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차준환은 지난 10일 쇼트프로그램에서 클린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고도 92.72점이라는 의아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신들도 일제히 차준환의 쇼트프로그램 점수에 의문을 표했다. 전 일본 피겨 선수 오다 노부나리는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 3를 받은 건 말이 안 된다. 내가 한국 연맹 이사가 되어 항의하고 싶을 정도다. 저렇게 잘하는데 레벨 4를 못 받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는 "메달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쇼트 연기였는데 예상보다 훨씬 점수가 낮았다"고 전했다. '인사이드 스케이팅' 역시 "구성, 표현, 스케이팅 기술에서 당연히 9점대를 받아야 했다. 이보다 더 잘 탈 수는 없는데 42.64점(PCS)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독일 'ZDF' 방송 중계진조차 "예술적 완성도가 최고인데 왜 8.5점대로 떨어지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쇼트프로그램에서 깎인 미세한 점수 차가 메달 획득 여부를 가른 셈이 됐다. 만약 전문가들의 견해대로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 4를 인정받고 예술 점수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았다면, 사토 슌과의 0.98점 차는 충분히 뒤집힐 수 있었던 수치다.
차준환은 믹스트존에서 "순위만 보면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다짐했던 것처럼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후회는 없다. 선수로서의 인생보다 사람으로서의 인생에 더 큰 배움을 얻었다"고 의연한 소감을 전했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굵직한 성과를 내온 차준환은 비록 판정의 아쉬움 속에 올림픽 메달은 놓쳤지만, 한계를 또다시 뛰어넘으며 한국 남자 피겨 역사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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