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초 분산 개최 동계 스포츠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17일간의 뜨거웠던 열전을 뒤로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두 곳에서 동시에 타올랐던 성화도 4년 뒤 동계 올림픽이 열릴 프랑스 알프스를 기약하며 꺼졌다.
제25회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은 23일(한국 시각) 오전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92개국 2900여 명 선수단과 작별을 고했다.
베로나는 밀라노에서 동쪽으로 약 150㎞ 떨어진 도시다. 베로나 아레나는 서기 30년에 지어졌다. 고대 로마 시대에 검투사가 맹수와 대결을 벌였던 원형투기장이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20년 만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을 화두로 올림픽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폐회식이 열린 베로나 아레나는 서기 30년에 지어진 고대 로마의 원형 투기장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가 열리는 성지다. 전 세계 선수단 1500명 포함, 약 1만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폐회식은 화려함보다는 이탈리아의 깊은 문화적 자부심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개회식엔 불참했던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도 폐회식에는 함께했다.
행사는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 '라 트라비아타'를 시작으로 리골레토, 아이다, 피가로의 결혼, 나비부인 등 오페라 속 주인공들이 무대를 채우며 예술적 풍요로움을 더했다. 1994 릴레함메르 대회 크로스컨트리 금메달리스트들이 봉송해온 성화가 오륜 모양 구조물에 옮겨붙자 경기장은 환희로 가득 찼다.
이어 각국 기수단과 선수단이 국적에 상관없이 한데 어우러져 입장했다.
한국 선수단은 쇼트트랙의 최민정(성남시청)과 황대헌(강원도청)이 공동 기수를 맡아 위풍당당하게 행진하며 대회의 마지막을 즐겼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종합 순위 13위에 등극했다. 비록 목표했던 '톱10' 진입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4년 전 베이징 대회(금 2·은 5·동 2, 14위)보다 금메달 수와 메달 합계, 순위에서 모두 조금씩 나은 성적을 거뒀다.
한국의 MVP는 쇼트트랙의 김길리(성남시청)였다. 김길리는 여자 1500m와 3000m 계주에서 우승, 한국 선수단 중 유일한 2관왕에 올랐다. 스노보드에서는 고교생 스타 최가온(세화여고)이 하프파이프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안기며 '불모지'의 기적을 썼다.
이 밖에 스노보드의 김상겸(하이원), 유승은(성복고), 쇼트트랙의 임종언(고양시청) 등 10대와 베테랑의 조화로운 활약이 도드라졌다. 다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이후 24년 만에 '노메달'에 그친 스피드스케이팅은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선수단 입장 및 환영 공연이 끝난 뒤에는 남녀 크로스컨트리 50㎞ 매스스타트 시상식이 열렸다. 이번 대회 6관왕에 빛나는 요하네스 클레보(노르웨이)와 에바 안데르손(스웨덴)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경기장 밖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냈다. 봅슬레이의 전설 원윤종은 이번 대회 기간 진행된 IOC 신임 선수위원 선거에서 11명의 후보 중 득표수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단상에 올랐다. 원윤종은 8년 임기의 IOC 선수위원으로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이 IOC 집행위원으로 당선되는 겹경사를 맞으며 한국 스포츠 외교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는 사상 초유의 '광역 분산 개최' 모델을 택했다.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는 약 400㎞ 정도 떨어져 있었다. 선수촌도 6곳을 운영했다. 신규 건설을 최소화해 환경 파괴를 막겠다는 취지를 앞세운 올림픽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림픽 특유의 집중된 축제 분위기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운영상 허점도 드러났다. 일부 경기장의 완공 지연과 노로바이러스 확산, 산악 지역의 폭설로 인한 경기 순연 등이 이어졌다. 리본이 떨어지는 '불량 메달' 논란은 옥에 티로 남았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정치적 갈등이 경기장 안팎에서 표출되며 올림픽 정신이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선수들은 경쟁 속에서도 우정과 존중을 보여주며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냈다"며 스포츠를 통해 하나 된 세계에 감사를 전했다.
행사 막바지,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과 잔루카 로렌치 코르티나담페초 시장은 오륜기를 반납했다. 오륜기는 코번트리 위원장을 거쳐 차기 개최지인 프랑스 알프스의 크리스티안 에스트로 니스 시장에게 전달됐다.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두 곳에서 17일간 이탈리아의 밤을 밝혔던 두 개의 성화가 동시에 꺼졌다. 이어 베로나 아레나는 화려한 라이트쇼로 물들며 대미를 장식했다. 2030년 알프스 동계 올림픽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38년 만에 프랑스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이다. 또 프랑스가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건 1924년 샤모니, 1968년 그르노블, 1992년 알베르빌에 이어 알프스가 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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