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컵스 소속 일본인 좌완 투수 이마나가 쇼타(32)가 실력만큼이나 화끈한 입담으로 메이저리그(MLB) 현지 매체를 들썩이게 했다. 다가올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조국 일본과 소속팀 동료들이 포진한 미국이 결승에서 맞붙는다면 "차라리 TV를 끄겠다"는 유쾌하면서도 진중한 폭언 발언을 한 것이다.
이마나가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슬론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범 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3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이날 이마나가가 던진 33구 중 23구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안정적인 제구력을 뽐냈으며, 최고 구속은 벌써 94.1마일(약 151.4km)을 찍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은 모습이었다. 특히 샌디에이고 4번 타자에 배치된 한국인 타자 송성문(30)과 1회초 한 차례 맞붙어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도 보였다.
이마나가는 일본이 자랑하는 수준급 왼손 투수다. 2024시즌을 앞두고 컵스 유니폼을 입은 이마나가는 첫 해부터 15승 3패 평균자책점 2.91의 기록으로 뛰어난 메이저리그 데뷔시즌을 보냈고 2025시즌도 25경기 9승 8패 평균자책점 3.73으로 나쁘지 않았다. 2026 시즌을 앞두고 컵스가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여 단년 계약을 체결했다. 2026시즌 이마나가의 연봉은 2202만 5000달러(약 316억원)다.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WBC로 향했다. 이마나가는 2023 WBC 우승 멤버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소속으로 나간 대회에서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00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과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1실점하며 승리 투수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6년 대회에는 지난 시즌 2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른 이력으로 인한 구단의 만류로 불참을 결정했다.
일본 스포츠 호치 등에 따르면 이날 경기를 마친 이마나가는 WBC에 나서는 일본 대표팀에 대해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 나간다. 컵스에서 같이 뛰고 있는 외야수 스즈키 세이야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부상 없이 대회를 마쳤으면 좋겠다. 결과까지 우승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없이 기쁠 것"이라는 응원을 남겼다.
짓궂은 질문도 나왔다. 만약 결승에서 일본과 미국이 맞붙는다면 어느 쪽을 응원하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일본에 대한 애정과 현재 뛰고 있는 미국 가운데 어느 곳을 고르겠느냐는 난처한 물음이었다.
이에 이마나가는 특유의 엉뚱하면서도 진중한 답변으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만약 결승에서 맞붙는다면, 그냥 TV를 끄겠다"고 선언하며 "대신 'Wii 스포츠(게임기)'를 가져와서 컴퓨터를 상대로 게임이나 하겠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을 고르기 힘든 난처한 상황을 그만의 유머로 넘긴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마나가는 진중한 화법으로 유명하다. '던지는 철학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WBC 불참의 아쉬움도 묻어난 답변으로 보인다.
WBC 우승 투수라는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컵스의 1선발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이마나가. 유쾌한 유머 뒤에 숨겨진 그의 진중한 태도는 그가 왜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메이저리거'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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