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157㎞ 강속구로 홀드왕까지 올랐던 LG 트윈스 정우영(27)이 모든 걸 내려놓고 180도 바뀐 모습을 예고했다.
정우영은 서울고 졸업 후 2019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5순위로 LG에 입단한 우완 사이드암이다. 빠른 투심 패스트볼을 주 무기로 2022년 67경기 2승 3패 35홀드,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 홀드왕에 올랐다.
투심 패스트볼 하나만으로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았던 그는 더 빠른 구속과 구종 장착을 시도하다 하락세를 탔다. 2023년 이후 3년간 91경기 평균자책점 5.26으로 예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우영은 1차 스프링캠프에서 구단을 통해 "원래 계획은 2022년 시즌을 마치고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할 예정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술이 조금 연기됐고, 2023시즌에 통증을 갖고 시즌을 치렀다"고 지난 3년을 차분히 돌아봤다.
이어 "통증이 느껴지다 보니 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좋았던 폼을 찾으려고 변화를 시도했다. 구속에 대한 집착도 너무 심했다. 구속이 빨랐을 당시 정확한 내 루틴을 모른 채 성장했다 보니 슬럼프에 빠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고 덧붙였다.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방향 설정의 문제였다. 정우영은 2025시즌을 앞두고 미국 유명 트레이닝 센터인 트레드 애슬레틱에 자비로 한 달간 다녀왔다. 전성기적 구속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그 결과는 2025시즌 4경기 평균자책점 20.25였다.
갈피를 못 잡는 정우영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LG를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이다. 지난해 염 감독은 정우영의 초반 부진에 "미국에서 배운 투구폼이 아직 자리를 안 잡은 것 같다. 그게 하루아침에 되겠나. 미국에서 그 방법이 좋다고 느껴도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정우영 정도면 우리가 뭐라 강요할 수 없다. 우리는 방향을 제시할 뿐"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재임 기간 내내 정우영에게 과거가 아닌 현재 자신을 바라보길 바랐다. 염 감독은 "한 시즌을 치렀는데 구속이 안 올라왔다. 그렇다면 변화구를 추가하든 제구력을 키우든 디테일을 채워야 한다"라며 "(구속이라는) 장점이 사라졌기 때문에 다른 걸로 채워야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채워지지 않았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3년의 시행착오 끝에 구속에 대한 집착을 버린 정우영이다. 그는 "2025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에 가서 야구를 배웠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처음 시작부터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당시 마운드에서 타자랑 싸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싸웠다. 폼에 대한 정립도 안돼 있어 나 자신을 너무 신경 썼다. 그러니 결과가 좋을 수가 없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묵묵히 지켜보던 염 감독이 나섰다. 정우영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감독님은 최대한 마운드에서 심플하게 던지자고 하셨다. 심플하게 던지는 동작을 지난 마무리캠프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망주도 아니고 커리어가 있는 선수니깐 생각만 바꿔서 마운드 위에서 자신과 싸우지 말라고 하셨다. 심플하게 생각을 비우고 던져도 내 재능으로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계속 심플하게 던지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떠올렸다.
구속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차츰 경기 운영이 됐다. 정우영은 "지난해와 지금 시점을 비교하면 구속을 제외하고 많이 좋아졌다. 아직 부족하지만, 투구 내용도 좋아지고, 날리던 볼들이 탄착군에 많이 들어온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청백전하기 전날에도 감독님, 수석코치님께서 내가 마운드에 있을 때 불편한 점을 말해주셨다. 그런 조언을 생각해서 마운드에서 더 편하게 하려고 했다. 청백전 이후에 수석코치님께서 많이 편해졌다고 말해주셨다. 꾸준히 편하게 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LG 선수단은 약 한 달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치러진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2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했다. 실전 위주의 2차 캠프에서 LG 팬들은 낯선 정우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정우영은 "팬들은 구속이 많이 올랐을 때 정우영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을 때 이닝의 투구 수를 효율적으로 가져가면서 땅볼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우영다운 투구라고 생각한다"고 달라진 자신을 소개했다.
방향성을 제시한 염 감독이 과연 정우영을 살려낼지도 올 시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정우영은 "투구적으로 심플하게 던지는 데 포인트를 두고 있다. 내가 편하게 던져야 보는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감독님 말씀대로 심플하게 던지려고 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항상 심플하게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방향성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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