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가 심상치 않다. 느낌이 좋다. 이 정도 화력이면 8강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3년 전과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대표팀이 2026 월드베이스볼(WBC) 대회를 이틀 앞두고 열린 최종 평가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무엇보다 화끈한 홈런포가 돋보였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펼쳐진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펄로스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식 평가전에서 무려 홈런 3방을 포함, 장단 10안타를 몰아친 끝에 8-5 승리를 챙겼다. 김도영이 3점 홈런을 쳐냈으며, 셰이 위트컴과 안현민이 각각 솔로포를 쳐냈다.
대표팀은 전날(2일) 한신 타이거즈와 첫 평가전에서 3-3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 대표팀은 이날 승리로 두 차례 NPB 팀들과 평가전 일정을 무패(1승 1무)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분명 1라운드에서 탈락했던 지난 2023 WBC 대회와 분위기가 다르다. 2023년 3월 당시 한국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대회를 앞두고 두 차례 NPB 팀들과 평가전을 치렀다. 결과는 아쉬웠다. 당시 먼저 오릭스 2군급 전력을 상대로 2-4 충격패를 당한 것. 이어 한신 타이거즈와 평가전에서는 7-4로 승리하긴 했지만, 앞서 고우석이 다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을 맞이한 2023 WBC 대표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앞서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평가전 성적까지 합치면 이번 대표팀의 연습경기 성적은 5승 1무 1패가 됐다. 오키나와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등 KBO 리그 팀들과 5차례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제 대표팀은 도쿄로 이동, 4일 도쿄돔에서 적응 훈련과 함께 공식기자회견 일정을 짧게 소화한 뒤 5일 오후 7시에 약체로 평가받는 체코와 1차전에 임한다. 이어 6일 하루 휴식을 취한 대표팀은 7일 오후 7시 운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한일전을 마친 뒤에는 얼마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다음날인 8일 정오에 대만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사실상 대만과 경기에서 한국의 2라운드 진출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그리고 9일에는 오후 7시에 호주를 상대로 1라운드 최종전에 임한다. C조에 속한 가운데, 조 2위 안에 들 경우 8강전이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로 향한다.
이날 한국은 김도영(지명타자·KIA 타이거즈)-저마이 존스(좌익수·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이정후(중견수·샌프란신스코 자이언츠)-안현민(우익수·KT 위즈)-문보경(1루수·LG 트윈스)-셰이 위트컴(3루수·휴스턴 애스트로스)-김혜성(2루수·LA 다저스)-박동원(포수·LG)-김주원(유격수·NC 다이노스)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앞서 한신전에 3루수로 나섰던 김도영이 지명타자로 향하는 대신, 위트컴이 3루 수비를 맡았다. 또 전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던 김주원이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한신전에서 1타점 2루타로 펄펄 날았던 안현민이 4번 타순에 배치됐다. 대신 한신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위트컴이 4번에서 6번으로 내려갔다.
한국의 선발 투수는 한국계 메이저리거 데인 더닝이었다. 더닝은 빅리그 통산 136경기에 등판해 28승 32패 평균자책점 4.44를 마크한 우완 투수.
이날 한국은 김도영이 2경기 연속 홈런포를 터트리며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또 안현민도 홈런 1개를 포함해 3안타 2타점으로 맹위를 떨쳤다. 위트컴 역시 대표팀 합류 후 첫 아치를 그리며 배트 감각을 조율했다. 존스 역시 멀티 출루 경기를 해냈다. 선발로 나선 더닝은 3이닝 3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한국은 양 팀이 0-0으로 맞선 2회초 대거 6득점을 올리며 오릭스의 기선을 제압했다. 선두 타자 안현민의 중전 안타와 문보경, 김혜성의 연속 볼넷으로 순식간에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박동원이 좌전 적시타를 작렬시키며 0의 균형을 깼다. 이어 김주원(NC)의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인, 추가점을 올렸다. 점수는 2-0이 됐다.
계속된 2사 1, 3루 기회. 여기서 '차세대 메이저리거' 김도영이 짜릿한 한 방을 터트렸다. 오릭스 선발 가타야마 라이쿠를 상대로 풀카운트 끝에 슬라이더를 공략,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의 대형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김도영이 전날 한신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포를 맛본 순간이었다. 계속해서 한국은 존스와 이정후가 몸에 맞는 볼과 볼넷으로 각각 출루해 2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안현민의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까지 터졌다. 이렇게 한국은 2회에만 대거 6득점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3회말에는 내야에서 실책이 2개나 나오며 무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더닝이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무실점으로 급한 불을 잘 껐다.
그런데 한국은 더닝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잠시 흔들렸다. 4회말 두 번째 투수 송승기가 밥 시모어에게 볼넷, 히로오카 타이시에게 중전 안타, 스기사와 류에게 몸에 맞는 볼을 각각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여기서 무네 유마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계속해서 고우석이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하지만 고우석마저 구레바야시 고타로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헌납, 점수는 6-3이 됐다.
한국은 5회초 재차 흐름을 가져왔다. 큰 것 한 방이 결정적일 때 터진 것이다. 위트컴이 오릭스 좌완 야마다 노부요시의 하이 패스트볼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한국 대표팀 합류 후 첫 안타를 장타, 그것도 홈런으로 장식한 위트컴이었다. 점수는 7-3, 4점 차로 벌어졌다.
한국은 고우석과 김영규, 조병현이 5회부터 7회까지 1이닝씩 무실점으로 잘 책임졌다. 그러나 운명의 8회초. 마운드에 오른 유영찬이 흔들렸다. 유영찬은 1사 2, 3루에서 기타 료토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헌납했다. 이어 노구치 도모야에게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점수는 7-5, 두 점 차로 좁혀졌지만 거기까지였다. 오히려 한국은 9회초 안현민이 오릭스 다카시마 타이토의 한가운데 실투를 놓치지 않고, 좌중월 솔로포를 작렬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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