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상대적 약체인 체코가 상대였으나 한국의 화력은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류지현(55)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체코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1차전에서 11-4 대승을 거뒀다.
홈런 4방을 앞세운 화력이 돋보였다. 일찌감치 승기를 안겨준 문보경(LG)의 만루포가 가장 결정적이었지만 한국계 선수 셰이 위트컴(휴스턴)의 연타석 홈런과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의 한 방 또한 2라운드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가 됐다.
2006년 첫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한국은 2009년 준우승을 이루며 전성시대를 보냈다. 그러나 이후 3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KBO리그는 1200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열었지만 여전히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나 이러한 상황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보여선 절대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유례 없는 1차 캠프를 준비했다. 날씨가 온화한 사이판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당시부터 류지현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은 연신 '마이애미'를 강조했다. 조별리그를 통과해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럼에도 문동주(한화)와 원태인(삼성) 등이 불의의 부상으로 빠지며 마운드가 허술해졌다. 그러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강력한 화력으로 약점을 지워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도 한국의 첫 경기 승리 소식을 전하며 특별한 세리머니에 대해 소개했다.
1회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며 대표팀에 승기를 안긴 문보경은 베이스를 돌며 비행기 세리머니를 펼쳤고 더그아웃 앞에선 사전에 준비된 'M'자 모양의 풍선을 들고 기뻐했다.
두 세리머니에 모두 마이애미행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조별리그를 통과해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겠다는 것이고 'M'은 바로 그 행선지가 마이애미라는 뜻이 담겨 있다.
MLB닷컴은 "한국 대표팀은 이번주 도쿄돔에서 열린 WBC에 참가하며 단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며 "바로 대회가 끝나고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8강전에 진출하는 것이다. 홈런을 칠 때마다 비행기 날개를 펼친 듯한 세리머니를 펼친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비행기 세리머니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들의 공통된 행동이다. MLB닷컴의 설명과 달리 홈런 때만이 아닌 안타를 친 뒤에도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만큼 2라운드 진출에 대한 생각이 한 데로 모였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MLB닷컴은 문보경이 경기 초반 만루포로 포문을 열었다며 "문보경의 홈런은 한국 대표팀이 기록한 4개의 홈런 중 첫 번째였다"며 "위트컴은 WBC 데뷔전에서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며 MLB 승격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태어난 나라에서 어머니를 위해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에 영광스러운 마음을 전했던 위트컴과 존스는 첫 경기부터 불 방망이를 휘둘렀다.
MLB닷컴에 따르면 류지현 감독은 "우리 타선은 계속해서 힘껏 스윙해야 한다"며 "이것이 오늘 경기의 핵심 메시지"라고 전했다.
위트컴도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훌륭하다"는 그는 "모두 타격 실력이 뛰어나고 타선도 막강하다. 정말 재밌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타선은 기대이상이다. 문보경과 위트컴, 존스 뿐아니라 이정후(샌프란시스코)도 멀티 히트에 볼넷까지 골라냈고 4번 타자로 나선 안현민(KT)은 안타와 볼넷까지 멀티출루 활약을 펼쳤다. 박동원(LG)과 김주원(NC)도 안타를 신고했다. 볼넷에 만족해야 했던 김도영(KIA)도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타자다.
다만 아직도 불펜진은 다소 불안하다. 정우주(한화)는 2피안타(1피홈런)로 3실점, 유영찬(LG)은 볼넷 포함 1피안타 1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화끈한 타선이 강점으로 부각받고 있는 가운데 평가전에서도 불안한 제구로 과제를 남겼던 불펜진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이번 대회 불안 요소이자 크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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