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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생각 아예 없었는데" 은퇴식서 후배 보고 왈칵, 생각대로 다 이룬 V리그 전설... 코트에서 또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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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김동윤 기자
현대건설 원클럽우먼 양효진이 은퇴식에서 절친 김연경으로부터 꽃다발과 감사패를 받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V리그 전설 양효진(37·현대건설)이 지도자로서 길도 열어놓았다.


양효진은 8일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구단과 감독님께 은퇴 결심을 알릴 때는 마음이 편했다. 은퇴 결정이 발표돼서 홀가분했는데, 막상 은퇴식을 한다고 하니까 전날 생각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의 진에어 2025~2026 V리그 정규리그 여자부 6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 경기는 양효진이 봄배구 전 마지막으로 홈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였다. 은퇴식에는 절친 김연경(38)이 찾았고, 전 동료들이 영상들 통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침착하게 은퇴식을 바라보던 양효진은 가족과 동료들을 보며 왈칵 눈물을 흘렸다.


양효진은 "가족들이랑 사진 찍고 (김)연경 언니와 감독님, (김)다인이 등 가까운 분들을 보는데 갑자기 그분들과 함께했던 희로애락이 느껴졌다. 오늘 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그동안 힘들고 즐거웠던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가면서 마음이 그랬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2007~2008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지명된 양효진은 19시즌 동안 현대건설에서만 뛴 원클럽 플레이어다. 그뿐 아니라 현대건설을 넘어 한국 V리그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여자부 역대 통산 누적 서브 3위(461점)를 기록했고, 8375점(3월 8일 경기 전 시점)으로 남녀부 통합 역대 통산 누적 득점 1위, 블로킹도 1741점으로 역대 통산 누적 1위를 마크했다.


현대건설 원클럽우먼 양효진의 은퇴식이 8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렸다. 2025-2026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대 페퍼저축은행 경기 후 열린 은퇴식에서 양효진이 절친 김연경과 한국전력 신영석으로부터 꽃다발과 감사패를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에 양효진은 "신인 때부터 항상 목표를 세웠다. 첫 시즌을 뛰고 상을 많이 받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시상식에 간 뒤에는 기록에 남고 싶었고, 또 최고 연봉자가 되고 싶었다"도 답했다. 그러면서 "MVP도 해보고 싶어 달려갔는데 마지막에는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게 정말 마지막 종착지였다. 팀에 더 도움이 되고 팬들이 봤을 때 어디서든 정말 잘하는 이미지가 생겼으면 했다. 그래서 더 홀가분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그야말로 목표한 대로 다 이룬 레전드다. 뛰어난 자기 관리로 오랜 기간 자신의 이름을 V리그 역사에 새겼다. 정규리그 MVP 2회, 챔프전 MVP 1회를 비롯해, 라운드 MVP 전신인 월간 MVP 1회 수상을 포함해 V리그 라운드 MVP 8회, V리그 블로킹상을 5회 수상했다. 꾸준한 인기로 올스타전에는 남녀 통틀어 최다인 17번 참석했고, 올스타전 MVP도 한 차례 올랐다.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는 전설이라는 말도 모자라다. 2009~2010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11시즌 연속 수상을 포함해 총 12번의 블로킹 득점 1위를 차지했다. 당연하게도 V리그 10주년, 20주년 베스트 7 미들블로커에도 선정됐고, 베스트7 수상은 남녀 통틀어 최다인 10회다.


양효진에게는 별명이 수도 없이 많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얻은 거요미(거대한 귀요미)에 가장 애착을 느꼈다. 실제로 그는 한국 여자배구 전성기의 주역이었다. 2009 FIVB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2010 AVC컵 대회 베스트 미들블로커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10 광저우 은메달, 2014 인천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동메달 등 아시안게임 세 대회 연속 입상의 주역이 됐다.


현대건설 원클럽우먼 양효진이 은퇴식에서 절친 김연경으로부터 꽃다발과 감사패를 받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 여자배구의 레전드 '미들블로커' 양효진(37·현대건설)이 홈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눈물의 은퇴식을 치렀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올림픽 무대에서도 세계 예선 베스트 미들블로커로 두 차례(2012년, 2016년) 뽑히며 2012 런던 4강, 2016 리우 8강, 2020 도쿄 4강을 이끌었다. 이밖에 준우승을 이끈 2014 AVC컵 대회에서 베스트 미들블로커, 아시아선수권에서 2015 준우승, 2011, 2013, 2017, 2019 3위에도 공헌했다.


양효진은 "거대한 귀요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2 런던 올림픽 때 어린 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별명이 붙어서 신기했다. 그때 팬들이 많이 유입됐던 시기다. 어릴 때 키는 큰데 얼굴에 살이 많아 붙었던 거 같은데 지금도 조금 부끄럽다"고 웃었다.


후배들에게 양효진은 다그치는 선배가 아닌 묵묵하게 존재함으로써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 양효진은 "내 성격상 후배들에게 따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같이하는 선수들도 그렇고 다들 고마운 것이 그동안 내가 하는 걸 보고 옆에서 배울 게 많았다고 했다. 그럴 때 많이 뿌듯함을 느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얼마 전에도 후배들이 이벤트를 해서 꽃다발이랑 편지를 줬는데 눈물이 났다. 원래 눈물이 많지 않은데 감동적이었다. 후배들이 같이 운동해서 좋았다, 고마웠다고 하는데 나 또한 좋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어릴 적 교사를 꿈꾸던 아이는 한 분야의 전설로서 챕터의 한 장을 곧 마무리한다. 그다음 챕터가 어떻게 시작될지는 아직 본인도 모른다.


양효진은 "아직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주위에서 들은 조언은 너무 닫아놓지 말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만 하고 살았는데 다른 것도 경험해봤으면 했다. (김)연경 언니 유튜브에 나갈지도 모르겠다"고 농담도 건넸다.


현대건설 원클럽우먼 양효진이 은퇴식에서 절친 김연경으로부터 꽃다발과 감사패를 받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 여자배구의 레전드 '미들블로커' 양효진(37·현대건설)이 홈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눈물의 은퇴식을 치렀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러면서도 "교사가 꿈이었다. 그동안은 학교에서만 가르치는 걸 생각했는데, 주위에선 그 꿈을 지도자로 하면 되지 않냐고 하더라. 나도 처음에는 지도자 생각이 정말 없었는데, 지도자로서 견문이 넓어지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되거나 자신감이 생긴다면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언제나 그의 결정을 지지해주는 가족, 특히 남편이 있기에 양효진의 앞날은 밝다. 양효진은 "남편이 나랑 성격이 너무 반대다. 내가 쌓아온 커리어가 있어서 그런지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은퇴할까 말하면 내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냥 한 번 이야기해 보라고 해도 절대 안 한다. 어떤 조언보단 내 선택을 존중해줘서 조금 섭섭할 때도 있다. 그런데 어차피 내가 결국은 하고 싶은 걸 하는 성격이다 보니 별말을 안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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