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 전승으로 천적의 면모를 보였던 대만에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발목을 잡혔다. 반대로 대만엔 경사다. 여전히 8강행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미 탈락을 예상했던 터라 분위기는 한국에 비해 훨씬 더 뜨겁다.
대만 야구 대표팀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1라운드 조별리그 3차전에서 대만과 연장 혈투 끝에 5-4 승리를 거뒀다.
지난 5일 호주를 상대로 3안타에 그치며 0-3으로 패했던 대만은 일본과 두 번째 경기에서 7이닝 동안 1안타에 그치며 0-13 처참한 패배를 당하며 커다란 비판을 받았다.
정하오쥐 대만 감독은 지난 6일 일본에 대량 실점을 하자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만큼 감정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숙적이었지만 최정예 멤버가 나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4차례 만나 모두 패했던 대만이기에 사생결단의 각오로 경기에 나섰다.
빈타에 그쳤던 대만이지만 한국을 만나 장타력이 폭발했다. 2회초 장위가 선제 솔로포를, 6회초 정쭝저가 다시 홈런을 날렸고 8회초 페어차일드까지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한국이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며 연장으로 향했지만 한국 수비의 아쉬운 선택과 함께 1점을 냈고 안정적인 수비까지 보태 5-4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대만 매체 포커스타이완은 "긴장감 넘치는 경기는 대만 전역에 많은 관중을 불러 모았고, 연장전 끝에 대만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자 팬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만 매체 ET투데이에 따르면 차이치창 대만프로야구(CPBL) 회장은 경기 직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명승부의 교과서적인 사례"라며 "아직도 진정이 안 된다. 너무 흥분해서 제대로 말도 못하겠다. 목소리가 쉬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대만의 승리를 모두가 기원했다. 대만 야구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며 선종 및 정토불교 기도회에서 승려들이 대만팀을 위해 축복식을 하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선수들도 경기 후 뜨겁게 눈시울을 붉혔다.
심지어는 과거 2002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이뤄낸 한국과 같이 장례식장에서도 대만 야구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보며 열광했고 고인의 마지막을 가장 부드럽게 보내주기 위한 '시신 스파' 서비스까지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4대 편의점 프랜차이즈에선 무료 커피와 쿠키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고 각종 패스트푸드 업체에서도 대표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각종 프로모션을 내놨다.
한국은 9일 호주와 마지막 경기에서 2실점 이하, 5점 차이 이상 승리를 거둬야 하는 난이도 높은 경우의 수에 직면했다. 대만의 조건은 더 까다롭다. 2승 2패로 조별리그 일정을 마친 만큼 자력 진출은 불가능하다. 한국을 응원하면서도 너무 잘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호주에 이길 경우 세 팀은 2승 2패로 승률과 동률 팀 승률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해 다음 조건인 동률 팀간 경기 수비 이닝당 최소 실점을 따져야 한다. 한국은 호주에 5점 이상 차이로 이기면서도 2실점 이하로 경기를 마쳐야 한다. 다만 5점 차 이상으로 이기더라도 2실점 이상을 기록한다면 대만이 진출할 수 있는 희박한 가능성도 살아 있다. ET투데이도 대만의 경우의 수에 대해 소개하며 "요약하자면 한국이 8점 이상 내고 호주가 3점 이상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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