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써내며 8강 무대에 올랐지만 너무도 버거운 상대를 만났다.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타자가 없는 최강 화력의 도미니카공화국을 만나게 됐다.
도미니카공화국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D조 최종전에서 베네수엘라를 7-5로 꺾었다.
4전 전승을 달린 도미니카는 C조 2위 한국의 상대가 됐다. 세계 야구 랭킹에선 한국이 4위로 11위에 그쳐 있는 도미니카에 크게 앞서 있고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뒤엔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도미니카에 7승 1패 우위를 점했다. 최근엔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에서 0-6으로 끌려가다가 9점을 몰아치며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다만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하는 WBC에선 아직까지 만난 적이 없다. 한국은 WBC에서 강호들을 이겨본 경험이 있다.
2006년 초대 대회 때는 세계 최강 미국을 7-3으로 잡아내는 등 기적을 일으키며 4강 신화를 써냈다. 당시 한국은 손민한이 선발로 나서 1회부터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노련한 투구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데 이어 공격에 나섰다.
당대 최고의 좌투수였던 돈트렐 윌리스가 선발로 나섰는데 앞서 50구 만에 한국을 잡아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투수였다. 그러나 이승엽이 1회부터 선제 투런포를 안기며 포문을 열었다. 손민한은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당시 '연봉킹'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3구 삼진으로 잠재웠고 핵잠수함 김병현도 빅리거들을 무기력하게 돌려세웠다.
4회 미국은 앞서 홈런을 내준 이승엽을 고의4구로 내보냈는데 뒤이어 타석에 선 최희섭은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포를 터뜨렸고 결국 기적적인 승리를 거뒀다.
2009년엔 4강에서 베네수엘라를 만났다. 추신수가 1회부터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승기를 안기는 등 5득점했고 김태균이 2회 투런포를 터뜨리며 초전 박살을 냈다. 10득점이라는 든든한 타선의 지원을 받은 선발 투수 윤석민은 6⅓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치며 한국의 결승행을 견인했다. 결국 그해 한국은 준우승을 거두며 직전 대회보다 더 놀라운 신화를 써냈다.
17년 전의 일이지만 당시에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국 야구가 결코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은 경기였다.
이날 도미니카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케텔 마르테(2루수)-후안 소토(좌익수)-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1루수)-매니 마차도(3루수)-주니오르 카미네로(지명타자)-훌리오 로드리게스(중견수)-오스틴 웰스(포수)-헤랄도 페르도모(유격수)로 타순을 꾸렸다.
이들 모두 빅리그에서 단일 시즌 20홈런 이상을 경험한 일발장타를 갖춘 선수들로 어떤 타자라도 한국 대표팀에선 4번 타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도미니카는 세계 최강의 화력을 뽐냈다. 4경기에서 무려 13개의 홈런을 터뜨렸고 41점을 폭발시켰다. 4경기에서 평균 2.5실점에 그친 마운드도 안정적이었지만 모든 시선은 타선에 쏠렸다.
반면 한국 대표팀의 약점은 마운드에 있다. 문동주(한화)와 원태인(삼성)이 출격 전부터 부상을 입었고 라일리 준영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의 합류도 끝내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손주영(LG)의 대체 선수 없이 한 명의 자리를 비워둔 채 8강 무대에 나서게 됐다.
호주전과 같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 호주전을 앞두고 5점 차 이상, 2실점 이하 경기를 치러야 했는데 무엇보다 호주를 2실점 이하로 묶는 게 가장 큰 과제로 여겨졌으나 선발 손주영이 1이닝만 책임지고 조기에 물러난 상황에서도 불펜 데이를 치르며 7득점, 2실점으로 승리하며 기적 같은 8강행을 이뤄냈다.
앞으로는 매 경기가 결승이나 다름없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 도미니카전에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 류지현 감독은 앞서 8강에만 진출한다면 단판승부에선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도 기세에선 전혀 밀릴 게 없다. 타선도 폭발하고 있다. 과거 미국, 베네수엘라전 승리에 힌트가 있다. 경기 초반 타선이 상대 투수를 흔들어놓으며 다득점을 펼친다면 도미니카는 미국과 베네수엘라처럼 기세가 꺾여 움츠러들 수도 있다. 사생결단으로 경기 초반부터 모든 힘을 쏟아 붓는 게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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