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타자'로만 전념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가 결전의 땅 마이애미에서 돌연 투수로 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60구 가까운 공을 던졌지만 WBC 본선 무대 등판 예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LA 다저스 일정에 맞춘 빌드업으로 보였다.
이바타 히로카즈(51) 감독이 이끄는 일본 야구 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에서 첫 공식 훈련을 가졌다. 도쿄돔 1라운드에서 4전 전승을 거두고 C조 1위로 상륙한 일본은 이날 훈련이 예정된 베네수엘라, 도미니카공화국, 한국에 앞서 가장 먼저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날 훈련의 백미는 단연 오타니의 '투수 훈련' 장면이었다. 동료들의 배팅 훈련이 한창이던 중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직접 타자 4명을 상대하며 총 59구의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다. 2023년 9월 팔꿈치 수술 이후 긴 재활을 거쳐 지난해 6월 투수로 복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그 날카로운 구위가 마이애미 하늘 아래 다시 펼쳐진 것이다. 2026 시즌 오타니는 본격적인 투수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WBC에서 오타니는 사실 투수 등판을 하지 않기로 공언한 상태다. 그럼에도 실전 투구를 강행한 이유는 '철저한 관리 스케줄'에 있다. 2026시즌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에서 투타 겸업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대표팀 합류 전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짜놓은 투수 빌드업 일정을 대표팀 훈련 중에도 그대로 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훈련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오타니는 이번 대회 등판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로서는 (등판 계획이) 없다. 그것이 구단과의 약속이며, 나를 기꺼이 보내준 다저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긴급 등판 가능성은 혹시라도 열어놨다/ 오타니는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100% 제로라고 단정 짓지는 않겠다"며 팀의 비상 상황 시 '소방수'로 나설 일말의 가능성만을 열어둔 것이다.
투수 등판 무산에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지만 오타니는 의연했다. 그는 "충분히 납득하고 있다. 내가 던지지 않더라도 일본에는 훌륭한 젊은 투수들이 많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 나 역시 기대된다"며 동료들을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일본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15일 오전 10시, D조 2위 베네수엘라와 8강 단판 승부를 벌인다. WBC 역사상 첫 맞대결이라고 한다. 마운드 위에서 59구를 뿌리며 예열을 마친 오타니가 이제 타석에서 어떤 화력을 보여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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