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콜드게임 패배. 세계 최강 타선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고전이 예상됐으나 이토록 크나 큰 격차를 절감하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도 잘 싸웠고 감동도 안겨줬지만 마지막 결과로 인해 씁쓸한 뒷맛도 남게 됐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2라운드 경기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떠안았다.
조별리그에서 극한의 경우의 수를 뚫고 8강에 진출하며 야구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으나 2라운드 첫 경기부터 너무도 강한 상대를 만나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우선 상대 타선이 너무 강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단일 시즌 20홈런 이상을 경험한 타자가 즐비했고 예상대로 조별리그에서 13홈런 41득점으로 미국, 일본, 푸에르토리코 등 막강한 전력을 갖춘 경쟁팀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화력을 뽐냈다.
MLB 74승에 빛나는 류현진(한화)이 선발 등판했고 1회부터 보더라인 안팎을 파고드는 정교한 제구로 감탄을 자아냈지만 도미니카 타자들은 존에서 한참 벗어나는 유인구에도 헛스윙이 아닌 끝까지 따라가 결국 안타를 만들어냈다. 결국 2회를 마치지 못하고 노경은(SSG)에게 공을 넘겼고 케텔 마르테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3회 연속 안타를 허용했고 박영현(KT)에게 공을 넘겼는데 다시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이 늘어났다. 삼진을 잡아낸 뒤 1사 1,2루에서 곽빈(두산)에게 공을 넘겼는데 이후가 이날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한국 투수들의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던 도미니카 타자들은 최고 시속 97.5마일(156.9㎞) 빠른 공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아구스틴 라미레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헤라르도 페르도모에게 볼카운트 2-2에서 존을 크게 벗어나는 볼 2개를 던지며 볼넷을 허용해 만루위기를 자초했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밀어내기로 실점이 불어났다.
마르테에겐 빠른 공을 앞세워 볼카운트 0-2를 만들고도 이후 피해가는 승부만 펼치다가 결국 다시 한 번 밀어내기 볼넷을 기록했다. 결과는 결국 투수 교체였다. 데인 더닝(시애틀)이 등판해 결국 이닝을 끝냈다.
이후 고영표(KT)와 조병현(SSG), 고우석(디트로이트)이 차례로 등판해 1이닝씩을 깔끔하게 막아냈으나 7회말 소형준이 1사에서 매니 마차도에게 안타를 맞은 뒤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고 이후 2사에서 오스틴 웰스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결국 승부는 콜드게임 패배로 끝났다.
MBC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은 전설적인 투수 선배 정민철과 오승환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초반에 밀린 이후로는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콜드패만 아니었으면 했는데 여운이 남고 아쉽다"고 했고 오승환 해설위원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치르며 공격력 수준은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산체스를 만나며 숙제를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점은 앞으로 채워나가면 된다. 결과를 떠나서 많은 걸 얻어가는 경기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투수 출신으로서 아쉬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6 4강, 2009 준우승 신화의 주역이었던 그는 "투수 쪽에선 자신의 공을 시험해보기도 전에 볼넷을 허용하는 장면들이 아쉬웠다. 결과를 내야만 그걸 토대로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데 그것조차 채우지 못한 게 아쉽다"며 "선수들이 분명 한 번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까지는 졌지만 잘 싸웠다, '졌잘싸'라고 할 수 있지만 다음 대회부터는 졌잘싸는 없다. 싸우면 이겨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민철 위원은 "마이애미까지 와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건 박수를 쳐주고 싶고 한 경기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투수, 마음 놓고 지켜볼 수 있는 마무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걸 확인했다"며 "조병현이 있었지만 더 확실한 투수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오승환 위원도 "단기전에서는 한 경기를 막을 수 있는 투수가 정말 중요하다. 한 명이 아닌 많을수록 좋다. 경쟁력 있는 팀을 꾸린다면 세계 무대에서도 더 위를 바라볼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7년 만에 WBC 2라운드에 나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격차를 실감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일 수 있다. 정민철 위원은 투수들을 향해 "2025년엔 투고타저 시즌이었지만 세계 무대에 와서 본인들도 답답함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며 "그 답답함을 다음 무대에서는 느낌표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계 수준의 피칭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