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베네수엘라에 5-8로 역전패하며 침몰한 일본 야구 대표팀을 향해 미국 현지 언론의 냉혹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과거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 야구 특유의 정교함은 사라졌고, 현대 야구의 흐름을 쫓지 못한 마운드 운용이 결국 '대참사'를 불렀다는 미국 매체의 분석이 나왔다.
이바타 히로카즈(51) 감독이 이끄는 일본 야구 대표팀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WBC 8강전에서 베네수엘라에 5-8로 졌다. 0-1로 끌려가다 1-1을 만든 뒤 5-2까지 달아났으나 재역전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 패배로 일본은 대회 2연속 우승에 실패했고, 한국 야구 대표팀과 같은 8강이라는 성적으로 일정을 마감했다. 그리고 2006년 WBC에 창설된 뒤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르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디펜딩 챔피언'이었지만, 역대 가장 낮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한 것이다. 이에 이바타 감독은 미국에서 일본으로 향하기 직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미국 현지 매체는 이번 WBC에서 일본의 가장 큰 패착으로 '자신들이 무엇을 잘하는지 잊어버린 점'을 꼽았다.
현장을 찾은 뉴욕 포스트 소속 딜런 에르난데스 기자는 16일 기사를 통해 "과거 일본은 탄탄한 수비와 정교한 작전 수행, 이른바 '스몰볼'로 상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를 필두로 한 '빅볼(장타 위주 야구)'에만 매몰됐다. 일본은 야구의 현대화라는 명목하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었다. 번트와 진루타 등 기본기에 충실하기보다 메이저리그식 파워 야구를 흉내 내다 자멸했다"고 꼬집었다.
가장 뼈아픈 지적은 일본의 마운드 구성이었다. 오타니 쇼헤이, 사사키 로키(이상 LA 다저스) 등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구속이 빠른 투수들이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 벤치가 선택한 카드는 '단신 제구력 투수'들이었다. 뉴욕 포스트는 "재앙의 레시피(Recipe for disaster)"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사를 통해 "일본은 스미다 치히로(세이부 라이온스)와 이토 히로미(닛폰햄 파이터스) 같은 175cm의 단신 위주 투수들로 불펜을 구성했다. 결국 이들이 베네수엘라의 괴물 같은 타자들에게 연달아 역전 홈런을 얻어맞으며 5-2의 리드를 날려버렸다"고 분석했다.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는 젊은 거구 투수(스기야마 카즈키, 야마시타 슌페이타 등)들을 보유하고도 정교한 제구만 고집하다 파워에 압도당했다는 지적을 했다.
일본 내 최고의 거포로 추앙받으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입단한 무라카미 무네타카에 대한 평가도 냉정했다. 기사는 "무라카미와 사토 테루아키(한신 타이거즈)는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미국식 파워 히터를 동경하며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타격 접근법을 택했지만, 정작 메이저리그급 강속구에는 대처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특히 무라카미가 메이저리그 진출 과정에서 예상보다 낮은 금액(2년 3,400만 달러)에 계약한 이유에 대해서도 "메이저리그의 직구를 이겨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강한 의구심 때문에 조건이 좋지 않았다"고 분석하며, 일본식 파워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 통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뉴욕 포스트는 "자신들만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피칭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대의 파워 야구를 어설프게 따라 하다가 특색 있던 무기마저 잃어버린 일본 야구의 이번 8강 탈락은 미국에서도 단순한 탈락 이상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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