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미디어데이를 전담 마크하고 있는 임찬규(34)가 또 다른 대표 선수의 탄생을 기대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호텔 월드에서 2026 신한 SOL KBO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올해 미디어데이에 각 팀 주장은 의무 참석인 가운데, 임찬규는 LG 대표 선수로서 참여했다. 미디어데이 연례행사인 우승 공약을 묻는 말에 디펜딩 챔피언 LG는 캡틴 박해민이 먼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박해민은 "우승만 바라보고 있어서 우승 못했을 때 공약은 생각 못했다"고 2연패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재치 넘치는 (임)찬규가 하겠다"고 턴을 넘겼다.
임찬규는 신인 시절부터 입담이 좋기로 유명했던 선수. 차명석(57) LG 단장과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하는 관계도 화제다. 이번에도 임찬규는 "올해가 잠실 야구장에서 마지막 해가 될 수 있으니 춥더라도 잠실에서 맥주파티는 어떨까 싶다"라며 "차명석 단장님이 사비를 들여 (팬들과 함께할) 위스키, 샴페인 등을 마련해 주셨으면 한다. 단장님이 사비를 쓰신다는데 선수들이 합류를 안 할까 싶다. 단장님 답변은 엘튜브 통해서 드리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여전한 입담을 과시한 임찬규 휘문고 졸업 후 2011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LG에 입단한 성공한 엘린이(LG+어린이) 출신이다. 커리어 초반 부상과 부진으로 고생하다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염경엽 LG 감독 부임 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2023년부터 선발 로테이션 주축으로 자리했다.
수려한 언변에 기량까지 갖춰지면서 자연스레 LG 미디어데이 단골손님이 됐다. 2023년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부터 2024년 KBO 개막 미디어데이, 2025년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를 거쳐 이번 행사까지 5번 중 4번을 LG 대표선수로 나왔다.
한 팀의 대표가 된다는 것이 자부심일 수도 있으나, 부담도 있을 터. 이에 임찬규는 "내가 미디어데이에 나가는 게 모두에게 편한 길이다. 구단도 그렇고 선수단도 그렇고 내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서 나도 거기에 응했을 뿐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올해 구단 대표 선수로 두산 곽빈(27), NC 김주원(24), SSG 조병현(24), KT 안현민(23), 한화 문현빈(22) 등이 나왔듯 서서히 새 얼굴들이 각 팀의 간판으로 떠 오르고 있다. LG도 순조롭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스타들이 나오고 있다.
임찬규는 '언젠가 자신을 대신해 미디어데이에 나와 입담을 과시할 선수가 누가 될까'라는 질문에 "일단 야구를 더 잘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문)보경이나 투수 쪽에선 (이)정용이 같은 선수들이 앞으로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더 좋은 성적을 내서 팀의 주축이 되고 미디어데이에도 잘 나오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후배들에게 기대한 만큼 본인 역시 팀 대표 선수에 걸맞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은 여전하다. 임찬규는 최근 끝난 시범경기에서 2경기 평균자책점 9.00, 9이닝 무사사구 3탈삼진으로 좋지 않았다. 이에 임찬규는 "시범 경기 때 잘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캠프 때부터 준비했던 체인지업을 이번에 많이 시도해봤는데 잘 먹히지 않았다. 이 과정을 잘 생각해서 개막을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사령탑도 임찬규의 시범경기 성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냉정한 현실과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사령탑의 배려도 담겨 있었다. 염 감독은 "내가 기대하는 (임)찬규는 6이닝에 3~4점, 평균자책점 3점대 후반이다. 찬규에게 절대 무실점으로 막으라는 말은 안 한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하면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줄 점수는 빨리 줘도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찬규도 카운트가 불리하게 가서 안 좋은 날은 무조건 맞을 수밖에 없다. 찬규는 3구 안에 상대가 치도록 유리한 카운트에서 타이밍을 빼서 맞춰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도 사령탑의 마음과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임찬규는 "나는 그보단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감독님은 그럴 수 있다. 사실 감독님이 말씀하신 그 기준(퀄리티 스타트)도 쉬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리그에 평균 6이닝 3실점 하는 투수가 얼마나 귀한지 알지 않나"라고 반문하면서 "나를 6이닝 3실점 투수로 생각해 주신다는 게 아쉽다기보단, 오히려 그렇게까지 나를 인정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임찬규는 27경기 11승 7패 평균자책점 3.03, 160⅓이닝 107탈삼진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토종 선발 투수 중에서는 평균자책점 1위였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임찬규는 "사실 국내 선수 평균자책점(ERA) 1위가 무슨 의미가 있나. 외국인 선수들도 우리 리그 구성원인데. 그런 걸(리그 ERA 1위) 신경 쓰며 야구한 적이 없다"라면서도 "매년 도태되지 않고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위해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질 뿐이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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