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너 잘하는 것만 해."
2경기 연속 실책. 팀은 4연패에 빠졌다. 김원형(54) 두산 베어스 감독은 어깨가 무거웠던 20세 주전 내야수의 부담을 덜어줬다. 박준순(20)은 사이클링 히트급 맹타로 사령탑에게 연패 탈출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박준순은 5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등판해 결승 스리런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1삼진 3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홈 개막시리즈에서 사흘 연속 매진을 이룬 경기. 개막 후 7경기에서 1승, 4연패에 빠져 있던 두산으로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박준순의 한 방이 값진 승리를 만들어냈다.
박준순은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두산의 상징과 같았던 강력한 내야 수비는 베테랑들의 이적과 은퇴로 헐거워졌고 박준순은 그 약점을 메워줄 카드로 평가를 받았고 쟁쟁한 투수들 대신 두산이 택한 카드였다. 2024년 퓨처스 스타대상에서 스타상을 수상할 만큼 빼어난 재목이었지만 쟁쟁한 투수들을 대신한 두산의 지명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지난해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91경기에서 타율 0.284로 맹타를 휘둘렀고 올 시즌 개막전부터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수비에선 자유계약선수(FA) 박찬호가 유격수로, 안재석이 3루에서 자리를 잡으며 박준순은 2루에서 이유찬, 강승호와 기회를 나눠가졌다.
타격에선 발군의 활약을 펼쳤지만 수비는 다소 아쉬웠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불안한 수비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 3일 한화전에선 2회초 2사 만루에서 포구 실책을 범해 주자 2실점을 더했다.
4일 경기에선 5회초 1사 1,2루에서 다시 한 번 땅볼 타구를 잡지 못했다. 만루 상황이 됐고 팀은 이후 3점을 더 내줬다. 결국 박준순은 6회초 수비를 앞두고 이유찬과 교체됐다. 수비로 나선 5경기에서 3개의 실책을 범했다.
이날은 지명타자로 기회를 잡았다. 경기 전 김원형 감독은 "준순이는 작년에 프로에 올라왔고 19살 선수가 멋모르고 야구를 했다. 지금은 주전이 되느냐 마느냐하는 상황에서 개막전부터 경기에 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실책 얘기를 해버리면 상처를 받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 조금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진 건 아니지만 본인은 그것 때문에 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게 약간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상황이고 팀에도 스태프한테도 부담이 될 수도 있어서 지금은 잘할 수 있는 타격으로 풀어야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선택이었다. 수비의 부담을 내려놓은 박준순은 훨훨 날아올랐다. 1회말 첫 타석에서부터 우전 안타로 시작한 박준순은 3회엔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5회 결정적인 타구를 날렸다.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5회말 1사 1,3루에서 바뀐 투수 윤산흠의 시속 145㎞ 높은 코스의 직구를 강타했다. 타구는 좌측으로 빠르게 뻗어 갔고 비거리 115m 스리런 홈런이 됐다.
7회엔 김범준의 바깥쪽 코스의 직구를 때려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만들어냈다. 8회엔 대량 득점을 하며 완벽히 승기를 굳히며 5번째 타석에 올라섰고 정우주를 상대로 우전 안타까지 날렸다. 프로 첫 사이클링 히트까지 2루타가 하나 모자랐지만 4안타 경기로 지난 2경기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다.
6경기에서 타율 0.474(19타수 9안타) 1홈런 5타점, 출루율 0.500, 장타율 0.737, OPS(출루율+장타율) 1.237로 훨훨 날아오르고 있다. 팀 타율(0.227) 최하위의 두산에서 단연 가장 뜨거운 타격감으로 타선을 이끌고 있다.
경기 후 박준순은 "경기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께서 불러서 '좀 어떠냐'고 이렇게 물어봐 주셨고 '오늘은 너 잘하는 것만 하라'고 하셨다"며 "그나마 조금 (마음이) 편했다"고 털어놨다.
사령탑은 어린 선수가 위축되지 않도록 감쌌지만 박준순으로선 수비를 떨쳐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박준순은 "시범경기 때는 실책이 없었고 자신감이 있었는데 삼성전 때 실책 이후로 계속 나오니까 몸이 잘 안 움직이는 것 같았다. 펑고 받을 때나 계속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5회에 제가 점수를 내서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미안함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성장을 위한 아픔의 시간을 겪는다. 어린 후배가 힘들어하는 걸 신경 쓴 건 사령탑만이 아니었다.
박준순은 "어제 실책하고 (김)민석이 형이 괜찮다고 고기를 사줘서 이렇게 잘할 수 있었다"며 정확한 금액까지 언급하더니 "덕분에 이렇게 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조수행 선배도 이틀 연속 힘내라고 훈련 전에 맥모닝을 사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뿐 아니었다. "주변에서 코치님들이나 형들이나 '우리도 다 이렇게 컸다'고 다독여 주셔서 그 부분이 많은 힘이 됐다"며 "평소에도 손시헌 코치이나 손지환 코치님께서 많이 알려주시고 '편하게 하라', '자신 있게 하라'고 해주셨던 게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비해 나아진 점도 분명히 있다. "힘이 좋아진 것 같고 작년보다 투수들의 변화구나 공도 많이 보다보니까 적응도 훨씬 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수하고 넘어지면서 성장한다. 당사자는 누구보다 아프지만 통과의례라는 걸 알고 있는 주변에선 서로 힘이 될 말들을 조언들을 건넸다. 힘을 얻은 박준순은 누구보다 빠르게 털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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