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아주 요상하게 비틀었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A를 취하고, 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B를 취해 싸잡아 디스를 해댔다. 그러나 정작 A+B를 동시에 갖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실체는 국내엔 아직 없다.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2주 연속 패러디해 디스를 해오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얘기다.
'넝쿨당'이 지난 17일 방송분에서 디스를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폐해에 대한 구체적 사례는 이렇다. 한물간 왕년의 가수 윤빈(김원준)이 극중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왜 출연했나?"라는 질문에 "3억원이 필요하기도 했으나 진심으로 재기를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방송에는 '3억원 발언'만이 편집돼 나갔다. 윤빈이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은 것은 당연지사다.
이는 엠넷 오디션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등이 촉발시킨 소위 '악마의 편집' 논란을 연상시킨다. '슈퍼스타K'가 참가자들의 인간적 사연이나 서로간의 갈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작진 입맛에 맞는 부분만 잘라 편집한다는 논란을 '넝쿨당'이 나름 의미를 갖고 비판한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좌절과 역경을 통해 윤빈의 재기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확히 따져보자. 윤빈이 도전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마추어들이 도전하는 '슈퍼스타K'가 아니다. 지난달 방송에서 나온 오디션 프로그램 지면광고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우승상금으로 '3억원'을 내걸었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레전드 보컬리스트들의 감동의 향연'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프로그램 제목까지 'Re-Start'(재출발)다. 이미 웬만한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아는 과거 유명가수의 재기를 돕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대한민국 레전드 보컬리스트들의 감동의 향연'? 이는 분명 MBC '나는 가수다'가 자랑스럽게 내건 프로그램 성격이다. 임재범 김범수 김연우 BMK 인순이 박정현 백지영 정엽 JK김동욱 박미경 김건모 이영현 정인 등 지금까지 출연가수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딱 맞다. 지금까지 '나가수'가 2년 동안 방청객과 시청자들에게 안긴 '감동'의 폭은 한 편의 주말드라마가 싸잡아 디스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넝쿨당'이 애써 그리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실체가 도저히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레전드 보컬리스트들'이 '재기를 위해' '우승상금'을 노리고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PD한테 '악마의 편집'에 대해 하소연하다 망신만 당하는 레전드 보컬리스트? 극중 비슷한 처지의 가수 성시갱(성시경)과 경쟁적으로 자신의 힘든 처지를 심사위원들한테 구걸하는 왕년의 인기가수?
이는 엄밀히 말하면 '나가수' 출연가수들에 대한 모독이다. '나가수' 가수들이 어디 오디션을 위해 참가했나? 게다가 '나가수'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니다. '슈스케'나 '코리아 갓 탤런트' 같은 프로그램처럼 전문 심사위원들도 없다. '나가수'의 형식은 분명히 가수들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레전드 가수들이 인기를 다시 높이기 위해 이 예능을 이용하거나 출연에 감사할 순 있어도, 심사위원들에게 읍소할 일은 절대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이같은 엉성한 패러디 겸 디스는 동시에 '슈스케'를 기다리는 수많은 아마추어 가수들에 대한 모독이다.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눈물까지 흘리고 없는 것 있는 것 다 보여주려는 그들의 열정이, 성시갱과 윤빈의 우스꽝스러운 얼치기 경쟁심리로 희화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슈스케'에서 지금까지 '악마의 편집'으로 상처받고 악플에 시달린 일부 참가자들한테 대한 예의와 위로는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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