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착한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기억상실증'

발행:
이수연 방송작가
사진


'착한남자'는 달랐다.


20회 종영 방송을 본 후 내린 최종적인 결론이었다.


대체 뜬금없이 뭐가 다르다는 얘길까? 대답은 그냥 모두 다 달랐다. 드라마가 풍기는 향기나 시청자의 예상을 깬 결말의 사랑스러운(?) 반전, 이 모든 것들이 다 달랐다.


'착한 남자의 첫 시작은 어땠나? 솔직히 초반에는 '차칸남자' 맞춤법 표기 지적을 시작으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특이한 건 점점 회를 거듭할수록 마지막 결말 추측이 난무(?)하며 애정 어린 관심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초반 부정적인 지적에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드라마의 소재가 살인, 복수, 기억상실 등 너무나 진부하고 빤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막장 드라마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흔한 소재들이었지만, '착한남자'는 같은 재료를 다른 느낌으로 버무렸다. 눈살 찌푸리게 되는 막장은커녕 오히려 아름답게 말이다.


특히, 최종회의 결말을 보며 '역시' 하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죽을지도 모르는 강마루 때문에, 또 이경희 작가의 전작들에서 나온 결말 때문에, 대부분은 비극을 예측했다. 그러나 그 예상을 뒤엎고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여기의 엔딩에서 시청자의 허를 찌른 최고의 반전은 바로 강마루의 '기억상실증'이다. '기억상실증'이란 소재를 두 번이나 사용한 드라마는 세상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억상실증'조차 달랐다. 그 이유는 대체 뭘까?


'기억상실증'이란 소재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솔직히 툭, 하면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억상실증 장치는 극의 흐름에서 결정적인 역할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중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렇고 그런 진부한 느낌들이었던 건 사고가 나는 순간 시청자들이 '아, 기억상실증에 걸리겠구나' 예상할 만큼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 똑똑한 시청자들은 그 순간 이미도 작가가 되어 결말까지 예상한단 얘기다. '아, 기억상실증으로 얼굴을 잊고 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고 그러다가 비밀... 등등을 밝히며 충격을 받고 다시 해결되겠구나' 뭐, 이런 식으로.


하지만, '착한남자'의 기억상실증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처음 서은기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나타났을 때,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마루와 절절한 사랑을 쌓아갔는데, 갑자기 초반으로 리셋되다니 대체 이 얘기가 어떻게 흘러가려고?, 하는 당황스러움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에 한재희와 안변호사의 음모에, 서은기의 기억상실증까지... 갑자기 모든 이야기들이 처음과 전혀 다르게 엎어져버리니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갈지 도통 예상할 수 없어서였다. 그랬는데, 두 번째 강마루의 기억상실증 또한 그랬다. 대충 해피엔딩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종영을 몇 분 안 남겨 둔 시점에서 사람 얼굴도 못 알아보는 기억상실증이라니! 저 둘은 어찌 되려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하지만, 서은기의 기억상실증이 '당혹스러움'이었다면, 강마루의 기억상실증은 '다행스러움'이었다. 그건 둘이 더 이상 아픈 사랑이 아니라,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 감정은 강마루가 칼에 맞고 쓰러질 때의 내레이션과 맞물려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은기가 물었다. 그때 터널에서 왜 자신을 차를 피하지 않았냐고. 은기에겐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그 이유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난 세상과 내 자신에 몹시 지쳐있었고 이번 생은 그냥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세상에서 은기와 꼭 다시 만나 그땐 누구나 하는 평범한 연애를, 세상사람 누구나 하는 평범한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그렇게 신에게 기도했던 거 같다."


그리고 7년 후, 기억상실증에 걸린 강마루는 바람처럼 다.시. 태.어.났.다. 아픈 기억을 싹 잊어버린 강마루는 서은기와 더 이상 슬프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찜찜하고 걸리적거리는 과거 따위는 다 치워버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진짜 사랑으로, 평범한 사랑으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의 기억상실증이 너무나 반가웠고, 신선했다.


복수에 살인에 음모에, 뻔하고 자극적인 소재들을 가지고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착한남자'는 마지막 기억상실증까지 그랬다. 거기엔 배우들의 절제되고 섬세한 감정연기와 작가의 따뜻한 인간애가 있었기 때문이다. '착한남자', 세상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착한남자'는 선함, 악함, 복수, 화해, 용서, 인간 내면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다룬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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