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한..막장 '시월드'의 재림

발행: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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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이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 '시월드'를 생동감 있게 또 공감가게 그려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지난해 가장 사랑받은 드라마 중 하나였다. 그 작품이 세대를 가리지 않고 방송 내내 뜨거운 지지를 얻은 것은 답답한 며느리, 서운한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균형있게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드라마들도 이유있는 캐릭터, 갈등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그렇게 달라지는 듯 했던 드라마 속 고부관계는 최근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막장 과거로 소환중이다. 물론 극한의 고부갈등을 주요 소재로 삼는 '부부클리닉2''사랑과 전쟁'이 여전히 방송중이지만, 최근의 몇몇 드라마 속 시어머니의 모습은 '부부클리닉' 갈등전문 시어머니 저리가라 할 만큼 막장의 극을 달리고 있다.


MBC 주말특별기획 '백년의 유산'의 시어머니 박원숙은 그 극악무도함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녀가 맡은 방여사는 집 바깥에서는 남편을 잃고 남매를 홀로 키우며 식품 사업에 손대 훌륭하게 그룹을 키워낸 사업가지만 집 안에서는 아들에 집착하는 '올가미'형 시어머니다.


며느리가 버릇이 없다며 머리채를 붙잡고 주먹을 날리는가 하면, 결혼을 앞둔 신부에게 '넌 짧으면 3개월, 길면 3년'이라고 막말하는 요상한 멘탈의 소유자다.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며느리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하고 입원을 시키는가 하면, 그 며느리가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오자 엉뚱한 남자와 불륜설 조작에 나선다. 키위 알레르기로 쇼크 위험이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태연히 주스를 시켜 마시게 하기도 한다.


이정도면 막장 시어머니가 아니라 싸이코, 인격장애 수준이다. 간만에 극악무도 시어머니가 등장했다며 신선해하는 시청자가 다 있을 정도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로 따지면 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 이휘향을 따라갈 수 없다. 그녀가 맡은 시어머니 이기자 여사 역시 남편 없이 미용실을 운영하며 외아들을 훌륭히 키운 어머니지만, 삐뚤어진 욕심과 허영, 뻔뻔함으로 해선 안되는 결혼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디테일을 따져볼수록 기가 막힌다. 아들이 결혼 전 다른 여자와 만나 아이까지 둔 것을 알고도 재벌가와의 결혼을 놓칠 수 없어 결혼을 강요하고, 그 여자가 아이를 안고 집으로 들어오자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준 상태. 그 와중에도 재벌가로부터 온갖 지원을 받아 살면서 며느리에게는 곧장 임신을 하라며 종용 중이다. 처갓집에 차린 신혼집에 불시에 찾아가 주인 없는 방 서랍을 뒤지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 방송에선 며느리의 피임약을 발견하자 격분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아이까지 둔 아들의 불륜을 뻔히 알면서 재벌가 며느리를 맞은 막장 시어머니의 대단한 위세는 현실성도 떨어지거니와, 시계바늘을 한참 전으로 돌려놓은 느낌이다.


두 시어머니의 마마보이 아들, 철면피 아들의 행태도 가관이지만 어머니 덕에 가려진 느낌. 홀로 아들을 훌륭히 키운 어머니들의 막장 시어머니로 몰리는 이들 드라마는 설정도 씁쓸하거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시청자들을 모으고 있어 더욱 씁쓸한 느낌이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의 힘, 막장 시어머니의 판타지는 2013년에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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