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무릎팍도사', 울지마세요 호동씨①

발행:
김현록 기자
[★리포트]
'무릎팍도사' 강호동 / 사진제공=MBC
'무릎팍도사' 강호동 / 사진제공=MBC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22일 종영한다. 예능의 한 페이지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007년 1월 첫 방송 이후 6년만이다.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무릎팍도사'는 획기적인 토크쇼였다. 명사들의 진솔한 속내를 듣는 1대1 토크쇼가 거의 전무했던 시기, '무릎팍도사'는 신선한 1인 토크쇼로 곧장 자리를 잡았다.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이전과는 달랐다.


이젠 트렌드라 하기도 무색한 '돌직구' 거친 예능의 시초를 가린다면 원조집은 이견의 여지없이 바로 '무릎팍도사'다. 핵심은 '게스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시청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였다. 1시간 넘게 게스트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1인 토크쇼에 걸맞게 묵직한 게스트를 섭외하되, 기존 방송에서는 쉽게 다루지 못했던 이력, 경험을 끈덕지게 물고 넘어졌다. 과거의 물의, 연애 경험, 흑역사에 주위 평판까지, 다루지 못할 이야기가 없었다.


'무릎팍도사'의 연출자들은 "이 모두가 강호동이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길게는 7~8시간에 이르는 녹화를 내내 지배하며 게스트와 기싸움을 벌였다. 때로는 게스트를 지배했고, 때로는 게스트를 살살 구슬렸다.


할 말 못 할 말을 하는 와중에도 형식은 발랄했다. 연지곤지에 색동한복 입은 '무릎팍도사' 강호동이 돌직구 질문을 날리는 것으로 모자라, '건방진도사' 유세윤이 틈틈이 깐족거리며 웃음을 더했다. 올밴 우승민은 아예 구경꾼이 돼 툭툭 끼어들었다. 양복 입고 마주 앉아 품위있게 문답하는 기존 1인 토크쇼는 꿈도 못 꿀 모양이었다. 그들이 미처 묻지 못하고 듣지 못한 질문과 답변도 이어졌다.


어디 이뿐이랴. 이야기가 산으로 가면 어김없이 에베레스트가 화면에 나왔고, '액션!' 같은 효과음도 자유롭게 썼다. 내용부터 형식까지, '무릎팍도사'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이후 나온 일련의 '독한 예능'들이 모두 '무릎팍도사'의 영향권 아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스트 설정도 발군이었다. 잊을 수 없는 1회 게스트이자 '막나가는' '무릎팍도사' 콘셉트를 잡아 준 시초인 배우 최민수를 시작으로 열거하기 힘든 톱스타들이 '무릎팍도사'를 거쳤다. 게스트는 연예인에 그치지 않았다. 산악인 엄홍길, 격투기 선수 추성훈, 소설가 이외수, 소설가 황석영, 발레리나 강수진, 사진작가 김중만, 오지여행가 한비야, 피겨선수 김연아, 영화감독 임권택, 김동호 부산영화제 전 집행위원장, 미술사학가 유홍준, 그리고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안철수 전 교수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인물들을 성실하게 스튜디오로 불러들였다.


첫 방송 이후 2011년 11월까지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요일 밤 정상을 지키며 토크쇼 최강자로 군림하던 '무릎팍도사'는 2009년 세금 과소 납부 논란에 휘말린 강호동의 방송 잠정 은퇴와 함께 '잠정' 폐지됐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돌아온 강호동과 함께 목요일 밤으로 옮겨 방송을 재개했으나 지난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22일 쓸쓸히 막을 내린다.


'무릎팍도사'가 사라진 사이 시청자들은 또 다른 트렌드를 찾았고, 돌아온 '무릎팍도사'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인 게스트 토크쇼로는 정반대 콘셉트를 내세운 SBS '힐링캠프'에 치였고, 동시간대에선 유재석이 이끄는 KBS 2TV '해피투게더'에 밀렸다. 야심차게 투입한 황광희가 하차하고, 유세윤이 음주운전 물의로 물러나고, 이수근 장동혁까지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뺏긴 관심을 되찾아 오지는 못했다.


한 때를 풍미했던 토크쇼 최강자 '무릎팍도사'도 저조한 시청률 앞엔 별 수 없이 막을 내린다. 아쉽게 종영하지만 머리에 무명천까지 질끈 동여맨 에너지 넘치는 MC 강호동이 게스트를 들어 나르며 '영원하라~'를 외쳤던 순간순간, '무릎팍도사'가 선보였던 속 시원한 돌직구 토크쇼는 오래도록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지 않을까.


마지막 게스트인 김자옥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강호동은 잠시 눈물을 붉혔다 한다. "강호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이라며 "'무릎팍도사'처럼 온 국민이 좋아하고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은 몇 안 된다. 정말 대단하다"고 김자옥이 칭찬을 한 뒤라고 . '전 같지 않다'는 평 속에 마음고생을 하며 분신과도 같은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강호동의 마음이 그 눈물에 담겼을까.


김자옥의 격려에 고마움을 더해 고스란히 강호동에게 돌려주고 싶다. 트렌드는 늘 바뀌고 시청자들의 기호 역시 오락가락하지만, 그 누가 김자옥의 말을 부인할 수 있으랴. '무릎팍도사'는 예능의 트렌드를 만들었고,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 사랑받았으며, 그 중심엔 '무릎팍도사' 강호동이 있었다. 아무도 그를 대신할 수 없다. 떠나는 '무릎팍도사'를 대신한 프로그램 역시 아직 없다. 만드는 모든 분들, 출연한 모든 분들, 그리고 호동씨, 그동안 고생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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