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습생들의 분량은 간절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간절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친구들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단 몇 분이라도 방송을 통해 많이 보이게끔 하고 싶은 게 제작진의 마음이다. 최대한 'PD픽'이라는 말이 안 나오게끔 열심히 노력하겠다."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과 '프로듀스X101' 각각의 제작발표회에서 안준영 PD가 자신있게 했던 말들이다. 그리고 그는 현재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행이 됐다.
최근 '프로듀스' 시리즈(이하 '프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결국 입증됐다. '프듀'는 2016년부터 4년 간 4개의 시즌에서 "국민 프로듀서님들"을 외치며 100% 문자투표에 기반해 아이돌 멤버를 선발하고 데뷔시킨다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그러나 이미 판은 짜여져 있었다.
지난 6일 SBS '8 뉴스'에서는 안준영 PD가 지난 5일 경찰 조사에서 '프듀48'과 '프듀X'의 최종 데뷔 멤버의 문자투표 순위 조작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2016년과 2017년에 방송했던 '프로듀스 101' 시즌 1과 2의 조작 혐의는 부인했다. 안 PD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았고, 포승줄 신세로 구속조치 됐다.
안 PD는 추가로, 지난해 말부터 연예 기획사들로부터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40차례 넘는 횟수로 각 수백만 원씩 총 1억 원이 넘는 금액의 접대를 받았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10대 어린 시청자들도 저격한 콘텐츠를 만든 자가 '유흥성 대가'로 접대를 받았단 사실은 또 한 번의 충격을 줬다.
'프로듀스' 시즌 방영 때마다 'PD픽' '데뷔 멤버 순위'에 대한 이의 제기는 늘 있어왔다. 이 가운데 본격적으로 투표 조작 논란이 제기된 건 지난 7월. 당시 '프듀X' 최종회에서 그룹 엑스원(X1) 멤버 11명을 선발하는 생방송 투표 과정에서 유력 주자가 탈락하고 의외의 인물들이 데뷔조에 포함되면서 온라인이 떠들썩했다. 일부 시청자는 최종 투표 결과 1위에서 20위까지의 득표수에서 '7494.442'라는 특정 배수가 작용했음을 분석했고, 이는 곧 수학자들, 통계학자들의 분석으로도 입증됐다.
그리고 일부 시청자들과 팬들이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고 '프듀X' 제작진 등을 상대로 형사 고소, 고발장을 제출한 지 3개월 만에 안 PD가 혐의를 인정했다. '프듀'의 김용범 CP도 구속 상태다.
'프듀' 제작진이 사기,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도 대중의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젠 '프듀48'과 '프듀X'가 각각 탄생시킨 그룹 아이즈원, 엑스원의 활동에도 극도의 불편함까지 표하고 있다. 지난 7일엔 '조작그룹 ****·***의 지상파 출연을 금지시켜 주세요'란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올라와 1500명 이상이 이에 동의했다. 아이즈원은 11일로 예정된 컴백일을 잠정적으로 미뤘고, 이들이 출연한 예능들도 급히 통편집 혹은 방송 보류로 손을 썼다.
대중이 분노를 쏟아내는 이유는 '프듀'가 당초 내세웠던 '국민 프로듀서'란 파격 콘셉트가 철저히 무시됐다는 점, '평등'과 '공정'이 이슈인 최근 사회에서 '당신의 꿈을 이뤄드립니다'라던 제작진이 '취업사기'를 저지른 걸 또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일 터다. 연예계의 '씁쓸한 뒷거래'를 목격한 이들은 한 숨만 몰아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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