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희열 "'스케치북' 1000회 되면 예순 훌쩍 넘겠죠?"[★FULL인터뷰]

발행:
윤성열 기자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특집 MC 유희열 인터뷰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MC 유희열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MC 유희열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캐주얼한 슈트를 걸치고 목을 축였다. 지난 14일 서울 KBS 신관 공개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연출 김해룡, 이하 '스케치북') 대기실에서 만난 유희열(49)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녹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리허설을 하고 왔다"는 그의 목소리는 다소 잠겨 있었다.


"열창을 해서 목이 쉬었어요. '스케치북' 역대로 많이 노래를 부르게 됐거든요. 물론 음원으로 나오진 않습니다. 10주년에 냈던 음원이 최악의 성적을 냈거든요." 특유의 자조적인 농담에 금세 어색했던 분위기가 풀어졌다.


◆방송 11년, 500회 맞은 '스케치북'.."믿기지 않아"


2009년 4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스케치북'이 어느덧 500회를 맞았다. 급변하는 가요계 흐름 속에 11년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며 KBS 최장수 심야 음악 토크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감성 MC' 유희열은 무대에서 장르, 연령 구분 없이 다양한 뮤지션들과 소통하며 '스케치북'을 이끌었다.


유희열은 "처음 시작할 때 생각이 많이 난다"며 "첫 회를 끝내고 여기 대기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는데, 상기되어 있던 내 모습이 기억이 난다. 이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500회를 맞은 소회를 밝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스케치북'에겐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스케치북'의 풍성한 사운드를 책임져온 강승원 음악감독, 녹화 전 분위기를 띄워주는 '사전 MC' MC 딩동,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서현아 작가 등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스케치북'과 함께 달려왔다. "스태프, 밴드 분들, 작가 등 제작진 변동이 거의 없이 함께 진행하고 있음에 감동하고 있어요. 그들과 함께 나이 들고 있어 기분이 묘합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MC 유희열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이문세X이소라X윤도현, 역대 전임 MC 한 자리에…


'스케치북'은 지금까지 약 78개의 다채로운 특집들과 예능 요소를 살린 색다른 시도로 여타 음악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를 뒀다. 특히, 무대 뒤 세션 연주자들을 조명한 '더 뮤지션'(The Musician) 특집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500회는 가수 이문세, 이소라, 윤도현과 함께 '더 엠씨'(The MC)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KBS 역대 심야 토크쇼를 이끌어온 MC들이 '스케치북'을 통해 한자리에 모인 것.


유희열은 "노영심, 이하나 씨는 사정상 같이 못하게 됐지만 KBS 심야 라이브 프로그램의 28년 역사를 함께 기리기 위해 가장 상징적인 역대 전임 MC 분들을 모셨다"며 "가요계의 큰일을 이 공간에서 이뤄냈다. 그 의미를 담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500회 엔딩은 늘 그림자처럼 '스케치북'을 지켜준 이들과의 합동 무대로 이뤄졌다. 유희열의 '그럴 때마다'를 함께 노래하며 의미를 더했다. "저희 밴드, 제작진 등 모두가 함께 불러요. 주인공은 저 혼자가 아닌 모두가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의미 담았어요. MC는 다양한 뮤지션, 음악들을 소개하는 큐레이터, 징검다리 역할이 더 컸으니까요."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MC 유희열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놀이터처럼 즐길 수 있게"…가요계에 갖는 상징성


'스케치북'이 500회까지 이어질 것이라곤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유희열은 "길어봐야 3년일 거라 생각했다"며 "라디오 DJ를 했을 때 3년 정도 했는데, 이제 '스케치북'이 내 인생에서 가장 착실하게 결석하지 않고 개근한 프로그램이 됐다"고 말했다.


500회를 이끌어온 유희열은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스케치북'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진 인원이 적은 편이지만, 이분들이 얼마나 프로그램을 애정하고 있는지 느껴져요. 모두 이 프로그램의 상징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어요."


그동안 '스케치북'을 거쳐 간 뮤지션들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정통적인 음악 프로그램이 줄어들고 있는 방송가 현실에 '스케치북'은 순수하게 음악을 소개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기도 했다.


"이런 시대에 시청률이 아주 높진 않아도 음악인들이 이렇게 1순위로 찾아와 주는 곳이 어디 있겠어요. 그만큼 '스케치북'은 가요계에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아티스트도 많아요. 저도 TV에 잘 안 나왔을 때도 '이문세쇼',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은 출연했죠. 음악 하는 분들에겐 놀이터처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요. 저희도 그걸 지키려고 노력 중이고요."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MC 유희열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출연자 중 심성락-손열음 가장 기억에 남아"


유희열은 500회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관록의 아코디언 연주가 심성락과 천재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꼽았다. 심성락은 2011년 6월 3일 100회 특집으로 방영된 '더 뮤지션' 편에 출연했다.


"연로하신 심성락 선생님이 아코디언을 들 수 없어 악기를 팔고 음악을 관두신 상태였는데도 출연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선생님께서 '몇 년 만에 젊은 관객들 앞에서 연주한다'고 말씀해주셔서 감동이었죠. 세션맨들은 조명이 비춰지지 않는 뒤에서 묵묵히 그림자처럼 노력해 주잖아요. 그 거리가 5m가 채 되지 않는데 인터뷰하기까지 30년이 걸린다는 것을 깨달아 기억에 남아요."


올해 6월 5일 494회 출연자인 손열음과는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몄다. 유희열은 "손열음은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 연주자"라며 "'좋은 사람'을 즉석에서 연주해주셨는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수상한 피아니스트가 반주를 해주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더라"고 돌아봤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MC 유희열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게스트 1순위 11년째 가왕…기회 된다면 BTS도…"


유희열이 부르고 싶은 게스트 1순위는 11년째 '가왕' 조용필이다. "1회 때부터 목놓아 부르고 있어요. 그 꿈을 이루지 못해 11년간 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나와주실 때까지 버티겠어요. 하하. 방탄소년단도 아직 나온 적이 없는데, 워낙 바쁜 세계적인 아티스트라 1년치 스케줄이 짜여 있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스케치북'에서 멋진 무대를 보고 싶어요."


'스케치북'은 공개 프로그램을 지향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개월째 관객 없이 녹화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500회 특집도 예외는 아니다.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함성이 그리운 유희열은 "이문세, 이소라, 윤도현의 쓰리샷을 본다는 게 너무 기분이 묘하고 뭉클했다. 이걸 관객들과 느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아쉬움의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관객들이 없어 에너지가 떨어져요. 멋진 무대를 준비했을 때 웃음소리도 적고요. 가장 큰 건 큐 사인 후 제가 등장할 때 환호와 박수가 없어 속상해요. 그때 모든 관객들이 웃고 계시는데 그걸 못 봐서 아쉬워요."


그럼에도 '스케치북'이 매주 숨 쉴 수 있는 것은 무대가 필요한 뮤지션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에 대한 꿈을 꾸는 젊은 뮤지션들과 새 음악을 발표하는 가수들이 지치지 않고,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소개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라며 "어떤 방식이든 현장의 분위기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MC 유희열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1000회 욕심 생기지만, 그때면 예순 넘겠죠?"


유희열은 1994년 토이 1집 '내 마음속에'로 데뷔한 이후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여전히 아름다운지', '좋은 사람' 등의 히트곡을 내며 큰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비추고 있지만 '스케치북'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TV 출연이 뜸한 연예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청년기를 지나 중장년기에 접어들고 난 후 '스케치북'으로 TV 활동을 처음 시작했다"며 "과거에는 라디오가 저에게 음악의 동의어였다면, 이젠 '스케치북'이 음악의 동의어가 됐다. 지난 11년 동안 나에게 가장 큰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스케치북'"이라고 말했다.


'스케치북'이 500회를 맞는 사이, 유희열도 어느덧 50대가 됐다. "주책맞지만 음악을 잘 아는 편안한 꼰대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그는 이제 또 다른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사실 '언제까지 해보자'는 목표는 없다. 1000회 욕심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때가 되면 예순이 훌쩍 넘었을 듯"이라며 웃었다.


"저희 출연자분들이 10대 후반부터 나오세요. 저랑 많게는 30~40년 가까이 차이가 나죠. 개인적으로 그분들이 어색하지 않게 너그럽고 편안하게 잘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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