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유석 작가가 '악마판사' 속 다크 히어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문유석 작가는 최근 tvN 드라마 '악마판사'(극본 문유석, 연출 최정규,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스튜디오앤뉴) 종영을 기념해 스타뉴스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악마판사'는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와 함께 등장한 강요한(지성 분)을 그린다.
문 작가는 "이제 더 이상 이 훌륭한 배우분들의 연기를 주말마다 볼 수 없다는 게 슬프다. 시청자 모드로 보고 있었다. 최초에는 20부작으로 구상했었는데 그게 가능했다면 더 찬찬히 이야기도 풀고 배우분들의 연기도 더 볼 수 있었겠다 싶어 아쉽기도 하다"라며 "성원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악마판사'의 많은 요소가 큰 인기를 얻었지만 가장 강렬한 부분은 디스토피아 세계관이었다. 해외 작품에선 흔히 다뤄지는 배경이지만, 국내에서는 영화 '사냥의 시간' 등 몇 작품 내에서만 볼 수 있다. 이렇듯 흔치 않은 디스토피아를, '악마판사'는 제대로 구현해냈다. 문유석 작가는 이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한순간 달라지는 걸 보며 무서움을 느꼈다.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되고 마는 걸까 생각하다가 '블랙 미러'나 '브이 포 벤데타' 같은 근미래 디스토피아물처럼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해보기로 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10부 죽창 재판 때 죽창이 선언문을 낭독하는 씬이 있는데 그 첫 마디가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익만을 좇는 백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이다. 이는 2011년 노르웨이에서 무려 77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극우 테러리스트 브레이빅이 남긴 트윗 내용에서 따온 것"이라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걱정스러운 현상들을 극중에 녹여 낸 결과 해외 시청자들이 자기 나라 얘기라며 적극 공감하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한국 콘텐츠에 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은 만큼 창작자들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글로벌한 주제들로 관심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은 결국 '악마판사' 속 강요한이라는 다크 히어로를 탄생시켰다. 다크 히어로는 장단점이 확실한 캐릭터다. "통쾌하다"란 반응과 "자극적"이란 평이 동시에 오가기 때문이다. 작가 입장에서 양면적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문유석 작가는 "'악마판사'는 그 양면적인 반응을 느끼게 하는 것 자체가 기획의도인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일면 통쾌하지만 그 뒤에 찝찝함과 불편함이 뒤따르도록 구성된다. 다크 히어로는 분명 시민들의 정당한 분노에서 출발하기에 픽션 속에서 통쾌함과 공감을 주지만 현실은 다르다"라며 "수단과 절차 따위는 필요 없다면서 모두가 각자의 정의를 내세우고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더 큰 지옥이 된다. 그래서 다크 히어로는 현실에 대한 은유로서 픽션의 세계에 머물러있어야 한다. 솔직히 다크 히어로에 대한 열광이 끝나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면서 썼다"라고 전했다.
(인터뷰②)에 이어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