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노정의가 '그해 우리는' 출연 전 공백기를 가졌다. 다소 우울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바쁘고 여러가지를 배우며 알차게 살아갔다. 노정의는 공백기에 고마워하며 "값진 시간"이었음을 자부했다.
노정의는 최근 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극본 이나은, 연출 김윤진·이단, 제작 스튜디오N·슈퍼문픽쳐스) 종영을 기념해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해 우리는'은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로 끝났어야 할 인연이 10년이 흘러 카메라 앞에 강제 소환 되어 펼쳐지는 청춘 다큐를 가장한 아찔한 로맨스 드라마를 그린다. 노정의는 극 중 엔제이 역을 맡았다. 엔제이는 최정상 아이돌로, 일러스트레이터 최웅을 짝사랑하는 인물.
그는 아역 배우 시절부터 다양한 배우들을 봤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그해 우리는'에서 주연이었던 최우식. 노정의는 최우식과의 만남을 반가워하며 촬영 현장을 다시 추억했다.
-'그해 우리는'을 통해 '2021 S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못 다한 수상 소감이 있나.
▶ 감사 드리고 싶은 사람 많아서 전화를 드렸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이 상을 받은 만큼, 연기로 더 보답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말이다. 난 청소년 아역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항상 청소년 연기상 받고 20살이 됐을 때 신인상을 받고 싶었는데 바로 신인상을 받게 됐다.
-'그해 우리는'이 벌써 아쉽게 막을 내렸다. 종영 소감 한 마디 부탁하자면.
▶ 모두가 노력하고 열심히 만든 걸 시청자분들께서 알아봐주시고 사랑으로 보답받는 거 같아서 너무 감사드린다. 추운 날 마음 한 켠에 따스한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게 우리 작품이 됐으면 한다.
-'그해 우리는'이 요즘 1020세대에게 로맨스 명작이란 호평을 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신기하다. 처음 대본 봤을 때 내용이 너무 재밌었다. 배우로서 기대가 되고 나만 잘하면 되겠더라. 그런데 촬영하다 보니 걱정이 됐는데 1화 본 방송을 보니 재밌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모두가 좋아해주니 기분 좋다. 나만 좋아하나 싶었는데.
-엔제이 역을 어떻게 구상했나. 아이돌이다 보니 실제 아이돌 영상들을 레퍼런스를 삼았을 것 같기도 하다.
▶ 레퍼런스는 따로 없었고 유명한 아이돌이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사람 영상으로 찾아봤다. 또 신인 분들이도 배울 점이 많다더라. 많은 분이 내가 아이돌 역할을 하기 위해 살을 뺏다고 생각하더라. 그런데 그건 아니다. 몸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을 많이 한다. 작품을 들어가게 되면 예민해서 연기에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밥을 좀 잘 챙겨 먹었는데 살이 빠졌나 보다.
-연기하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포인트는 무엇인가.
▶ 짝사랑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솔직한 얼굴이 최웅(최우식 분)에게만 나오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내 모든 신이 웅이와 함께 하는 것이라 아예 솔직한 캐릭터가 된 거 같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을 잘 표현했으면 했다.
- 아이돌 역할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극 중 아이돌이 나오는 경우엔 노래를 하는 장면들도 간혹 있다 보니 가수 출신 배우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 맞다. 무대 하는 장면이 있을까봐 걱정됐다. (무대가) 나오면 싫은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완성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미리 말씀해주길 바랬다. 그런 장면은 없었지만 한편으론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엔제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 있으니 괜찮았다.
- 짝사랑 연기는 어떤가. 사건으로 본다면 좋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끝나다 보니 단순하게 보여 연기할 때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 그렇지 않다. 짝사랑에도 많은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설레고 관심이 생겨 좋아했다가 혼자 연애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차인 것처럼 우울할 때도 있다. 그러다 말 한마디 걸어 주면 행복이 된다. 연애하는 거보다 불안한 선 위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고 재밌는 연기다.
-주연 배우들과 나이 차이가 약간 있는데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 오빠들과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지 몰랐다. 커뮤니티에 팬분들이 올려주는 걸 보면서 알게 됐는데 실제로 너무 좋았고 편했다.
-혹시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있나.
▶ 우식 오빠와 연기를 같이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2009년 쯤 아역 배우 시절에 우식 오빠와 지하철 공익 광고를 촬영했다. 부모님이 기억하셨고 나는 놀이터에서 '너 정말 예쁘다'라며 롱패딩 입은 사람이 기억났다. 그 사람이 우식 오빠였다. 그래서 계속 오빠가 나오는 작품을 보면서 같이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이번에 같은 작품이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내 얘기를 했는데 기억을 못하더라. 처음엔 '나 아닌거 같은데' 라고 하다가 내가 막 설명하니 '기억난다'라고 하더라. 너무 감사했다. 사실 '나만 기억하는 건가' 싶어서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촬영이 끝날 쯤, 우식 오빠가 사인과 함께 편지를 줬다. 운명적으로 만났는데 너무 짧았다고 다음에 또 보자고 하더라. 이런 작은 멘트도 너무 감사했다.
촬영 때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기억난다. 그때 오빠가 30개쯤 먹었는데 아침에 우유를 먹으면 안 좋다고 배가 아프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 와중에도 촬영에 집중하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내 멋있었다.
- 김다미와 김성철 배우와는 어떤가. 만나는 장면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연기 호흡이 좋으니 괜찮았을 것 같다.
▶ 성철 오빠의 친화력은 따라갈수가 없다. 너무 좋고 성철오빠랑 우식 오빠랑 같이 있으면 개구장이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편안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정말 언니, 오빠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올라탔다.
-오랫동안 연기하면 어떤가. 인생의 반이상을 연예계 생활로 시작한 만큼 장단점이 분명할 것 같은데.
▶ 배우로선 좋은 모습도 있는 반면 보기에 부끄러운 모습도 있다. 하지만 사람으로 봤을 땐, 내 일생이 전부 담겨있는 것 아닌가. 언제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머리를 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다. 난 내 작품들을 자주 돌려보는 편이다. 예전에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갔을 때 자주 돌려보고 작품들도 다시 본다. 볼 때 너무 부끄럽지만 견뎌야 한다. 봐야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해 우리는'에서 좋아하는 장면이 무엇인가.
▶ 연수(김다미 분)랑 웅이가 헤어지고 재회할 때다. 그런 이별을 겪어본 적 없지만, 보면서 눈물나고 마음이 아프더라. 내가 내 드라마를 보면서 울컥한 적은 없는데 정말로 울컥했다.
나도 앞서 말했지만 진한 로맨스를 연기해보고 싶다. 연기를 할 땐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듯이,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곤 한다.
- 이번 작품에선 어떤 걸 배웠나.
▶ 여유를 갖고 내 자신에게 집중하는 걸 배웠다. 다른 배우들을 보면 캐릭터를 바라보는 방식, 대사를 어떻게 하는지 등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웅이의 어떤 대사는 어떻게 감정 표현했는지 등. 이런 걸 보면서 나도 내 안에서 여유를 찾고 집중하게 되는 감정 표현을 배운 거 같다.
-'그해 우리는'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거 같나.
▶ 가장 인상 깊은 작품 중 하나다. 모든 작품 마다 추억이 있고 매력이 다 다르다. 이번 작품은 처음으로 상도 주고 나를 아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뜻깊은 작품이다.
- 벌써 2022년이다. 2021년 마무리는 잘 했는지.
▶ 상으로 마무리해서 행복했다. '그해 우리는' 준비 전에 공백기가 있었다. 그때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강아지와 놀다가 친구들도 만났다. 그러다 좋은 작품을 만나 몰두할 수 있었다. 모든 게 알찼다. 초반에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인 거 같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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