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해준이 망가졌다. 한심하고 지질한 모습을 계속 보이다가 어느 순간 꿈과 성장하기 위한 발돋움을 내딛기도 한다. 두려움 없이 확실한 코미디를 선보인 박해준의 다음이 더욱 기대된다.
박해준은 최근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하 '아직 최선')과 관련해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직 최선'은 44춘기 자발적 백수가 웹툰 작가의 꿈을 안고 자신만의 속도로 '갓생'(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의 '생'을 합친 신조어로, 부지런한 삶을 뜻함)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았다. 다른 작품에 출연했을 때보다 더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에 박해준은 "김갑수 선배님과 딸로 나오는 박정연 씨가 있기 때문에 단독 주연은 아니다. 그래도 촬영 현장에 많이 있다보니 피곤함을 덜 주기 위한 책임감, 작품을 끌고 나가야 하는 부담감은 있었다. 조금 힘들어도 현장에서 즐겁게 해보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박해준은 그동안 무겁고 어려운 역할을 한 것과 비교하면 남금필은 쉬운 부분도 있다. 실제로 연기하는 입장에선 편했던 부분이 있었을까. 그는 "사실 신나게 했다"고 즉답했다. 박해준은 "촬영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신나게 했다. '이거 재밌는데'란 생각도 들고 앞으로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하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내가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했고 어두운 역할도 했다. 그때 오는 희열도 있지만 날 다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신나게 연기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라며 "처음에 신나게 하다 보니까 전체적인 것도 봐야하지 않나. '내가 잘 가고 있나'란 생각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무리 없다'고 얘기해서 더 해봤다"고 얘기했다.
그는 극 중 남금필 역을 맡았다. 남금필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웹툰 작가의 꿈을 향하지만, 현실은 지질하고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 박해준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어떤 인물을 가두지 않고 결정하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작품이 할 가치가 있다고 좋다고 생각할때 결정하게 된다. (이번 작품은) 역할로서도 사실은 도전하고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 "한다면 확실하게!"
항상 어둡고 무거운 역할로 카리스마를 보였던 박해준은 '아직 최선'을 통해 가볍고 코믹한 캐릭터도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남금필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참고한 인물이 있었을까. 박해준은 "난 그 인물이 장면, 장면 가지고 있는 상황 안에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거기서 내가 해야 하고 전해야 할 말, 어떤 감정을 가져야할지 정하게 된다. 내가 대본을 열심히 선택할 때 염두를 둔다. 이 작품은 일단 장면, 장면이 이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던 거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외형적으로는 머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머리 스타일은 황정민, 전도연의 '너는 내 운명'에서 힌트를 얻었다. 황정민 선배의 머리 스타일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고 메이크업을 덜하고 생얼에 가까운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고 얘기했다.
또한 박해준은 "날 아는 사람들은 평소 어리숙한 부분과 잘 맞다고 하더라. 이전까지 스크린이나 TV로 날 알았던 분들은 '어떻게 저렇게 망가질 수 있지'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남금필이 가진 굉장히 다양한 면이 있어서, 시청자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가가 나뉘고 있다. 편안한 모습에 반전 매력을 느끼는 반면, 일각에서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박해준은 "(남금필은) 44살 먹도록 철이 들지 않은 인물이다. 이제까지 자기만 생각하고 살았다면, 앞으로 성장한다. 가족들,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 철이 든다"라며 "사회적으론 낮은 곳에 있지만 꿈을 꾸는 거에 포기하지 않은 면들, 또 빨리 읽고 금방 힘들어하다가 넘어가는 마음을 보면 참 편하게 산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건 부러웠다"라고 말앴다.
분명 이런 부분들이 시청자에게도 위안을 줄 것이라고 말하며 박해준은 "사실 열심히 살고 성실하게 사는 거에 대가를 받은 사람의 입장에선 '왜 저러고 사나' 싶지만 열심히 살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면 금필에게 좀 얻을 만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韓 40대 남성들, 남금필 보며 울림 받을 것"
앞서 말했듯, 남금필은 웹툰 작가로서의 '갓생'을 꿈꾸는 캐릭터다. 한심하고 지질하지만 남금필의 갓생을 응원한다는 시청자들 반응이 많았다. 본인이 생각하는 갓생은 무엇일까. 박해준은 "사실 이번에 갓생이란 말을 처음 들었다. 각자 개인마다 다를 것 같다. 난 원대한 꿈을 꾸고 있진 않다. 가정의 평화와 사람들이랑 좋은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별다른 욕심이 없다"라고 답했다.
박해준은 "사실 우리나라의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가 되고 할리우드 진출해 상도 받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걸 목표로 해서 살았을 때 상을 받고 난 후엔 뭐 하나. 내겐 목표보다도 조금씩 움직이는 게 훨씬 이득이다"라며 "욕심이 생기면 일이 잘 안 풀리더라. 그래서 당장 지금 할 일만 생각하자 싶다"고 얘기했다.
그는 극 중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남금필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며 "사실 가까운 사람, 가족, 연인이 나와 가장 잘 통한다고 생각하고 또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이지만 사실 마음으론 가장 먼 사람일 수 있다. 남금필의 가족을 보면 딸, 아버지와의 관계가 풀어지며 진짜 속내를 열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준은 이런 점들이 40대를 살아가는 또래 중년 남성들에게 큰 울림을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 호흡을 맞춘 김갑수와 박정연에 대한 얘기도 덧붙였다. 세 사람은 가족으로 나오기 때문에 무엇보다 진한 호흡이 중요했다. 두 사람과의 현장은 너무나 즐거웠다던 박해준은 먼저 박정연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그는 "워낙 혼자 잘하는 스타일이다. 실제도 좋지만 화면에 나오는 걸 보다 시피 너무 예쁘고 그 안의 딸이 가진 깊은 고민들이 보이면서 너무 잘하더라. 그 친구가 촬영하고 있을 때 한참 보고 있다가 참 잘하고 예쁘다란 생각을 했다. 저 딸이 내 딸이란 게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대견하고 앞으로도 사실 내가 말하긴 웃기지만 기대가 많이 되는 친구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갑수에 대해서도 "(김)갑수 선배님은 재밌는 자리를 잘 해준다. 나는 좀 흐릿하게 연기하는데 갑수 선배님은 명확하게 하더라"며 극찬했다.
◆ "마음에 위안 주는 작품, 드라마 좋단 얘기 듣고파"
박해준은 2011년 배우인 아내 오유진과 결혼했다. 그는 "애들을 재우고 아내랑 재밌게 보고 있다"라며 "예전에 드라마 방송할 땐, 보통 10시에 시작하니까 애들을 빨리 재우고 시작 부분을 봐야했다. 그런데 티빙에서 하니까 시간 제약이 없어서 좋더라"며 "이 작품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해서 아내가 가장 잘 안다. 되게 즐겁게, 좋게 봐주고 있다"고 가족의 반응을 말했다.
그는 실제로 어떤 자식이자 부모일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던 박해준은 "내가 부모님한테 싹싹하지도 못하고 잘 챙겨드리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삼형제 막내로 태어나 예쁨만 받고 배풀지 못한 면이 있다. 그런 게 죄송하다. 부모님께선 배우로 잘하는 모습이 효자라고 하는데 그래도 난 사실 챙겨드린 것도 없어서 죄송하다"라며 "자식들, 아내에게도 좋은 남편이 되려고 애를 쓰려고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피곤하단 핑계로 많은 시간을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하다"란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다른 드라마 중에서 tvN 드라마 '미생', '나의 아저씨'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에게 인생작이라고 거론되는 작품이다. 나 또한 '위안을 주는 작품이 없을까' 하는 와중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라며 "남금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위안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다는 아니지만 몇몇 분들에게 '드라마 참 좋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듣는 게 최고 아닌가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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