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제훈의 몸매에 대한 개그우먼 이경실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제훈의 가슴골에 물을 흘려 받아먹으면 그게 바로 약수"라고 한 것을 두고 성희롱성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
해당 발언은 지난 17일 방송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나왔다. 스페셜 DJ로 출연한 이경실은 SBS 새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홍보를 위해 나선 배우 이제훈의 근육질 몸매 스틸컷이 등장하자 "가슴과 가슴 사이에 골 파인 것 보이시냐. (이제훈) 가슴골에 물을 흘려서 밑에서 받아먹으면 그게 바로 약수다. 그냥 정수가 된다"고 짓궂게 농담을 던졌다.
DJ 김태균은 "한번 해보라. 집에서 TV에다 물 따르는 것 아니냐. TV에 물 따르면 안 된다"고 부추겼고, 이경실은 "스톱시켜놓고 물 따라 브라운관에서 받아먹겠다. 새로운 정수기다. 이제훈 정수기다"고 거들었다.
방송 이후 일각에서는 이경실이 시대착오적인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반면 웃고 넘어갈 일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이경실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방송 이후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제작진은 논란을 의식해 해당 방송분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 조치했다. 다시 듣기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성희롱 발언 이슈는 과거 우월주의로 똘똘 뭉친 일부 남성들의 비뚤어진 성 의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이는 자칫 남녀 간의 '젠더 갈등'을 부추기기도 한다. 남녀 간의 인식 차이로 인해 성희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 하지만 성희롱 기준이 성별이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사회적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 연예인들의 수위 높은 발언도 성희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김민아는 지난 2020년 5월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정부' 코너 '왓더빽'에서 진행한 한 남자 중학생과 화상 인터뷰로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김민아는 당시 공개된 '중학생한테도 선 없는 김민아... 불쌍해 중학생' 영상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는 남자 중학생과 영상 통화를 했다. 김민아는 이 중학생에게 "에너지가 많을 시기인데 에너지를 어떻게 푸냐", "왜 웃는 거냐,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 "혼자 있을 때 뭘 하냐"라고 물었고, 성희롱 논란에 휘말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 채널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김민아는 "개인적인 영역을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끌고 들어와 희화화 시키려 한 잘못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부끄러운 행동이었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걸 그룹 러블리즈 출신 미주도 수위 높은 발언으로 많은 지탄을 받았다. 미주는 같은해 6월 웹 예능 '미주픽츄'에서 남자 대학생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주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A씨에게 "어디까지 갔어. 끝가지 갔겠지. 얼마나 됐어"라고 물었고, "200일 됐다"는 A씨의 말에 "무조건이네"라고 말했다.
이에 A씨가 "뽀뽀밖에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자, 미주는 "웃기지마. 너 남자 맞냐"고 물으며 A씨의 다리로 시선을 옮겼다. 해당 영상이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미주는 "많은 팬 분들과 시청자분들의 정서적 불편함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경솔한 발언을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개그우먼 박나래를 둘러싼 성희롱 논란은 경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2021년 3월 공개된 웹 예능 '헤이나래' 2회 영상에서 박나래는 '암스트롱맨'이란 팬티만 입은 남자 인형을 소개하며 "요즘 애들 되바라졌다", "너무 뒤가 T", "그것까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한 늘어나는 팔을 테스트하던 박나래는 인형의 사타구니 쪽으로 팔을 밀어넣었다.
해당 영상을 소개하는 썸네일에는 '39금 못된 손 감당불가 수위조절 대실패', 'K-조신'이란 수위 높은 표현이 적혀 있었고, 일부 네티즌들은 "도가 지나쳤다", "성희롱 아니냐"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결국 박나래는 "불편함을 끼쳐 죄송하다"고 자필 사과문을 썼고, '헤이나래'는 폐지를 결정했다. 박나래와 제작진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이 이어졌으며, 서울 강북경찰서는 박나래의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유통 혐의와 관련 고발장을 접수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불송치됐다.
연예인들의 성희롱 논란은 대개 웃음을 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된다. 뉴욕타임스는 박나래의 성희롱 논란을 두고 "서구의 코미디 시각에서 박나래가 보여준 행동은 그렇게 모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박나래의 행동은 그저 웃으며 넘어갈 일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를 위한 농담이더라도, 국내에선 듣고 보는 상대가 불편했다면 지양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공연성이 있는 방송이나 인터넷 콘텐츠에선 더욱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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