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에 끼치는 폐해'를 뜻하는 '민폐'. 최근 드라마 촬영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따로 없다.
쓰레기 방치는 기본, 지나가는 행인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또 전 국민이 즐기는 축제 현장에서 길을 막거나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고 소리 치기도 하며, 늦은 밤 조명 불빛과 소음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게 2023년 상반기에 일어난 드라마 촬영장의 실체다. 첫 방송을 하기 전부터 이러한 민폐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져 그 피해는 해당 작품 출연 배우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랑한다고 말해줘 드라마 촬영장 수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촬영하러 왔으면 치우고 가야지. 누가 치우냐"라며 담배 꽁초, 물병, 캔 음료 등 각종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는 길거리 사진과 '사랑한다고 말해줘'라고 적힌 드라마 촬영 시놉시스 종이를 공개했다. 이 종이에는 '2023년 5월 31일 36회차', '상암 출발, 여의도 출발' 등 드라마 촬영 현장 주소와 시간 등이 자세히 적혀있다.
이에 '사랑한다고 말해줘' 측은 지난 1일 "촬영 중 방치된 쓰레기로 인해 촬영에 협조해준 지역 시민들께 불쾌함을 주고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 당일 매뉴얼대로 촬영 종료 후 즉각 현장을 정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발생해 촬영 중간에도 쓰레기가 방치되지 않도록 매뉴얼을 다시 점검했다.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고 더욱 철저하게 주변 정리를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정우성과 신현빈이 출연하는 ENA 새 드라마로 말 대신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한 청각장애인 차진우와 목소리로 마음을 표현하는 정모은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힐링 멜로 작품이다.
지난 4월 30일에는 한밤중 드라마 촬영장에 벽돌을 던진 혐의로 40대 남성 A씨가 불구속 입건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이 드라마는 박은빈이 주인공을 맡은 '무인도의 디바'로 올해 하반기 방영 예정이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6일 오전 3시 25분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진행 중이던 드라마 촬영장에 벽돌을 던져 촬영 스태프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빛과 소음 때문에 짜증나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 이후 '무인도의 디바' 제작사는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주의하겠다"라고 밝혔다.
박보검과 아이유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도 촬영 단계부터 구설에 휘말렸다. 지난 4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창 청보리 축제 드라마 촬영 민폐'라는 글이 업로드됐기 때문.
작성자에 따르면, 19일 고창 청보리 축제에서 유채꽃밭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드라마 스태프가 '촬영 중'이라며 길을 막았다. 또한 다른 길로 가면서 유채꽃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드는 순간 '사진 찍지 마세요'라며 소리쳤다고. 작성자는 "관광객이 유채꽃밭 놀러 와서 사진도 못 찍냐. 촬영은 아주 멀리서 하고 있었는데 유채꽃도 찍으면 안 되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촬영하는 근처만 막는 것도 아니고 입구부터 제지하는 건 아니지 않냐. 관광객들 한창 많을 오후 4시에 촬영 때문에 한가운데 전세 낸 듯 길 막고 사진 찍지 말라는데 이게 무슨 축제. 다같이 즐기는 축제인데 정작 방문객들은 촬영 눈치만 보고 기분만 상해서 돌아갔다. 촬영하느라 그렇게 통제했으면 안 갔을 텐데. 시간 쓰고 돈 써서 좋은 추억 만들려고 간 건데 다 망쳤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해당 드라마가 '폭싹 속았수다'임이 알려졌고,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는 "불편을 겪으신 시민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 안전한 촬영과 스포일러 유출 방지를 위한 과정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귀중한 시간을 내어 방문하셨을 분들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촬영을 양해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촬영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서인국, 박소담이 출연하는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측은 스태프가 한 남성에게 '빠가야?'라는 욕설을 해 논란이 일자 "촬영 장소 정리 및 안내를 위해 당일 고용된 보조 스태프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제작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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