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알처럼 크고 맑은 눈동자부터 상대방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배우 배현성은 연예계 데뷔 경력 7년을 넘겼음에도 신인의 풋풋한 감수성을 잘 보유하는 듯하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자신의 MBTI는 INFJ라며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에 오랫동안 빠져있고,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친구에게 조언을 해줄 땐 이성적이 되려고 노력한단다.
그의 맑은 영혼의 느낌에 홍석천이 "더럽혀주고 싶다" 할 정도. '에겐남' 배현성은 차츰 차츰 성장중이다. 배현성에게 이번 작품 tvN 월화드라마 '신사장 프로젝트'(극본 반기리, 연출 신경수, 이하 '신사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신사장 프로젝트'는 전 레전드 협상가, 현 치킨집 사장으로 미스터리한 비밀을 가진 신사장(한석규 분)이 편법과 준법을 넘나들며 사건을 해결하고 정의를 구현해 내는 분쟁 해결 히어로 드라마.
배현성은 극 중 엘리트 신입 판사에서 하루아침에 통닭집 직원이 된 조필립 역을 맡았다. 조필립은 생활력 만렙 배달 요원 이시온(이레 분)과 앙숙처럼 티격태격 부딪히다가 어느새 찰떡같은 호흡에 이어 달콤한 무드까지 보였다.
-'신사장' 종영 소감은?
▶우선 저희 드라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주변에서도 잘 봤다고 연락이 와서 좋았다. 항상 듣기 좋은 칭찬은 연기에 대한 칭찬이다.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 늘었다'라는 칭찬이 좋았는데 이번에도 그런 말을 해주셔서 좋았다.
-최고 시청률이 8%를 넘긴 상황이다.
▶예상하지 못한 수치다. 첫 방송 때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독님, 선배님들과 '다행이다'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분위기가 이어진 것 같아서 행복하다.
-'신사장' 시청률 상승 이유는 무엇일까.
▶저희 드라마가 가까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요소가 있어서 지루함 없이 금방 해결되는 모습과 함께 많이 봐주신 것 같다.
-이번에 코믹 연기에 도전했는데.
▶전에 '가우스전자'란 작품을 할 때 경험을 해봐서인지 많이 어렵진 않았다. 한석규 선배님과 다른 선배님이 워낙 웃긴 연기, 일상 연기를 잘하셔서 저는 같이 맞춰가면서 해서 어려운 점은 없었던 것 같다.
-조필립 역할은 어떻게 준비했나.
▶법정 참관 수업도 한번 다녀오고 법류적인 얘기도 전문가분께 물어봤다. 저도 토씨하나 안 틀리고 대사를 하고 싶어서 실제 법조항도 많이 찾아봤다.
-너드남의 이미지도 보여준 것 같다.
▶제가 안경을 쓰고 연기한 적이 없었는데 필립이를 처음 봤을 때 안경 쓴 모습이 떠올라서 감독님께 제안드렸다. 서서히 시온이에 대한 마음이 생기면서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는 설정이 됐다.
-이레 배우와 러브라인은 어땠나. 실제로는 이레 배우가 7살 어린데.
▶나이 차이가 적은 게 아니어서 저도 촬영 전부터 걱정했는데, 부담스럽지 않게 서서히 진행되는 러브라인을 연기하려고 했다. 스킨십 같은 부분도 최대한 적게, 담백하게 하려고 했다. 제가 트렁크에 갇힌 신이 있었는데, 시온이가 저를 구해내고 엉엉 우는 신이었다. '안아주는 건 이른 것 같다'라고 해서 서로 '토닥토닥'으로 했다.
-이레 배우가 연기자로서는 배현성 배우보다 선배였다.
▶(이레 배우가) 현장에서 친화력이 높은 게 장점이었다. 그래서 저랑 빨리 친해졌고 다른 촬영 스태프분들과도 친해졌다. 연기하면서도 유연하게 연기하더라.
-'신사장'에서 한석규 배우와 연기 호흡은 맞춘 소감은?
▶작품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선배님이 캐스팅 돼 있어서였다. 작품 준비하면서 3~4달 정도 저희가 2, 3번씩 만나면서 리딩도 하고 그랬다. 하루에 4~5시간 얘기하면서 밥도 먹었는데 그 과정에서 선배님이 너무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셔서 어색함이나 어렵게 느낀 부분이 없었다. 연기하면서도 선배님이 '항상 전 상황을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대사를 잘 들어라'라고 좋은 말들과 '현성이는 기본기가 좋고 발성, 발음이 좋으니까 항상 초심 잃지 말고 열심히 하라', '방금 좋았다'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드라마를 보시고 시청자분들이 해주시는 칭찬도 좋은데, 선배님과 촬영할 때 바로 앞에서 대면하면서 연기하는 와중에 칭찬을 해주시니 너무 좋았다.
-한석규 선배를 옆에서 보면서 배현성 배우도 성장한 점이 있었는지.
▶제가 스스로 연기적으로 성장했다는 건 잘 안 느껴졌는데 주변에서 말을 해주더라.
-배현성 배우가 '신사장'을 하기 전 상상했던 한석규 선배의 모습은 어땠는지, 실제 한석규 배우를 만났을 때의 모습은 또 어떘는지.
▶제가 처음에 뵀을 때도 상상했던 선배님의 모습이었다. 항상 만날 때마다 '밥은 뭐 먹었니', '잘 지냈지'라고 맨날 말해주시더라.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느낌이 그대로 들었다.
-조필립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신사장의 유연함을 닮아가는 캐릭터가 됐다.
▶처음엔 재수없게 보이고 싶었는데 점점 능글맞게 하려고 했다.
-조필립은 노력형 천재고 융통성 없고 깐깐한 성격이다. 실제 배현성 배우와 닮은 점과 다른 점은?
▶닮은 점은 거의 없다. 저는 융통성 있게 '그럴 수 있지'라며 넘기는 편이다. 필립이처럼 꼬치꼬치 캐묻는 편은 아니다.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는 편이다. 필립이도 겉으로는 융통성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사람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슬픔도 가진 친구다. 해결해주고 싶어서 딱딱한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저와 비슷한 것 같다. 저도 친구들과 고민 얘기를 할 때 속으로는 '알겠어'라면서 해결해주고 싶어하고 이성적으로 상담해주려고 하는 편이다.
-최근 배현성 배우가 친구와 나눴던 고민거리는 무엇이 있는지.
▶따로 만나는 친구가 있다면 박서함 배우와 만나게 된다. 최근엔 시간이 없어서 잘 못 만났는데 형이 '탁류' 촬영하면서 군 복무 후 복귀작이니 저와 고민을 많이 나눴다. 형이 '촬영이 어색하더라', '사극이 쉽지 않다'라고 하던데 저는 속으로 공감하면서 '나도 힘들어. 해야 하지 어쩌겠어'라고 말했다.
-과거 박서함 배우와 과거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고.
▶최근 한국에서 '디지몬' 전시를 했는데 둘이 갔다왔다. 아직도 '디지몬'을 좋아한다. '디지몬'을 보면 추억과 감성이 있어서 좋다. 새로운 디지몬 굿즈가 나오면 공유한다. '난 이미 샀는데'라고 자랑하기도 한다.(웃음)
-'신사장'을 촬영하며 실제 협상력이 늘었나.
▶그렇진 않는 것 같다. 물건값 깎는 건 절대 못 하는 편이다.(웃음)
-이번에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신을 도전해서 힘들진 않았나.
▶액션, 로맨스, 법 지식도 알아야 하는 등 다양한 걸 해봐서 재미있었다.
-'신사장' 촬영을 하며 감정이 북받친 적이 있다면?
▶마지막 스케줄표가 나왔을 때 '이제 끝나는구나'란 감정이 세게 왔고 아쉬웠다. 감정이 올라와도 혼자 숨기려하는 편이다. 그런데 작년에 '조립식 가족'을 할 때는 옆에서 다 우니 저도 못 감추고 엉엉 울었다.
-'신사장' 새 시즌을 기대해도 될까.
▶시즌제로 만들면 저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고 싶다. 에피소드 형식이어서 만약 시즌2를 한다면 할 얘기가 아직 많이 있으니 좋은 얘기가 많이 나올 것 같다.
-만약 '신사장' 새 시즌을 보여준다면 어떤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 좋을까.
▶제 차기작 제목이기도 한데, '대리수능'?(웃음)
-가장 과몰입했던 에피소드는?
▶'전세 사기' 에피소드다. 최근 실제로도 뉴스에 많이 나오기도 했고 연기를 잘하셨다. 필립이의 변화의 시작이기도 했다.
-최근 유튜브 채널 '홍석천의 보석함'에 출연해서 홍석천으로부터 '깨끗한 느낌이라 더럽혀주고 싶다'란 이미지 평가를 받았는데.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일단 너무 재미있었다. 제 주변엔 그렇게 높은 텐션을 가진 분들이 없다. 가서 좋고 해피하고 신나는 기운을 많이 받았다. 가서 웃고만 왔지만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더럽혀주고 싶다'는 반응은 뭔가 귀여워 보이니까 괴롭혀주고 싶다는 문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낯을 많이 가려서 걱정하기도 했는데, 제가 칭찬을 받거나 옆에서 우쭈쭈해주면 열이 엄청 올라온다. 얼굴은 안 빨개지는데 귀만 엄청 빨개진다. 촬영 중간에 너무 빨개져서 쉬었다가 선풍기 바람을 쐬었다.
-MBTI가 INFJ라서 내향형이던데, '보석함'에서 기가 빨리진 않았는지.
▶촬영 시작할 때만 그랬고 뒤로 갈수록 편해졌다. (홍석천 형이) 쉬는 시간마다 잘 챙겨주셨다.
-지금까지 살면서 최고의 일탈 경험이 있다면?
▶별로 없는 것 같다. 홍석천 선배님이 말하신 '더럽혀주고 싶다'는 말이 저에겐 좋은 뜻인 것 같다. 제가 너무 내성적이고 순해보여서 새로운 모습을 발굴해주고 싶단 말로 들렸다. 다크해진 모습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순한 역할을 많이 했으니 반대되는 역할도 많이 해보고 싶다. 차기작 '대리수능'을 선택한 이유도 그런 악역 같은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작품 중 다른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 중 욕심난 것이 있다면?
▶박서함 형이 맡은 '탁류'의 정천?(웃음) 농담이다. 제가 사극을 해본 적이 없더라. 우직하고 강인한 캐릭터, 액션도 잘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대리수능'이 차기작인데, 수능 시즌에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을 한다면?
▶'대리수능'에 진중하게 생각할 내용이 나오는데, 대리 시험의 피해자 등이 나온다. 남재엽이란 캐릭터로 '경성크리처'와 또 다른 방식의 악역을 보여줄 것 같다. 재엽이는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친구여서 그런 부분이 연기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수능이 진짜 얼마 안 남았는데 그 동안 공부하시느라 고생하셨고 본인이 원하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대리수능'에서 학원물로 다시 교복을 입었다.
▶교복은 항상 설레는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도 예쁜 교복을 입으려고 의상팀,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면서 제작하고 있다. 이번에도 저의 새로운 교복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신사장'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는지.
▶항상 작품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은 있다. 그래도 보시는 분들이 '잘하고 있다'고 해주셨고 저의 새로운 모습이 전달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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