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사안의 중대성을 모르는 것일까. 배우 송진우가 일제강점기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옛날에 싸운 것"이라고 말해 일본 침략 역사를 일본과 한국의 분쟁으로 왜곡하는 발언으로 문제가 됐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 송진우도 사과문을 올렸다. 한일 역사 왜곡이라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그 역시 입장을 밝혀야 했던 것. 하지만 사과가 이상하다.
송진우는 26일 자신의 개인계정에 3년 전인 2022년 올린 글의 댓글로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의 내용을 떠나 일단 방식이 이상하다. 전혀 상관없는 3년 전 글에 댓글로 사과문을 다는 것이 그에게 최선이었을까. 자신의 피드에 사과문의 글을 따로 쓸 만큼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었던 것일까.
무엇보다 송진우가 댓글을 남긴 게시물도 문제다. 하하하 라는 웃음으로 시작되는 이 글은 유세윤과 떠난 여행을 담은 '배틀트립' 방송을 홍보하는 글. 영상에는 유세윤과 송진우가 스위스로 가서 여행을 즐기는 즐거운 모습이 담겼다.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술 마시고, 사우나를 하면서 가운을 열어 펼치는 장면도 담겼다.
한일 역사 왜곡에 관한 자신의 발언을 설명하고 진심을 전하는데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함께 영상 속에서 웃고 있는 유세윤까지 괜히 끌어들인 느낌이다.
앞서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354 삼오사'에는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송진우가 출연, 혼혈 자녀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송진우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역사를 배우는데 어떤 애들은 '일본 사람'하고 돌을 던졌다더라. 와이프 입장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해코지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아이에게 '아빠는 한국사람이고, 엄마는 일본사람이다. 우미(딸 이름)는 일본 사람이기도, 한국 사람이기도 하다'라고 정체성을 확실히 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옛날에 둘이 싸웠다' 이런 것을 미리 좀 알려주고 있다. '옛날에 (한국과 일본이) 싸웠는데 지금은 아니다. 나중에 이런 걸 배울 거다'라고 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침략 역사를 한국과 일본이 싸웠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함께 출연한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자신도 한국 이탈리아 혼혈인 아들에게 "양쪽 얘기를 들어보라"고 말한다고 첨언하며 '식민지 역사에 양비론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제작진은 곧바로 영상을 삭제하고, "출연자들의 발언이 마치 특정 사실을 왜곡하고,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는 것처럼 비추게 한 저희의 잘못"이라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싸웠다'는 표현은 일본의 침략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축소하거나 왜곡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편집 흐름상 단순 분쟁처럼 들릴 수 있는 뉘앙스로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송진우는 댓글로 올린 사과문에서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상처와 실망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저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의 무거움을 알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렇기에 역사를 왜곡하여 아이들을 교육하고, 보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변명했다.
송진우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 사이에서 부모의 국적 때문에 생긴 혐오감이 아이들에게 무분별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변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런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역사적 사실은 정확히 알고 이해하되,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송진우는 아이의 시선에 맞춰 설명하는 과정에서 '싸웠다'라는 잘못된 단어를 사용했다며 "제 표현이 더욱 신중하고 정확했어야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떠한 변명도 없이 제가 잘못한 부분"이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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