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 많이 졌습니다"..이순재·전유성·송대관, 별이 된 거목들 [2025 연말결산②]

발행:
김노을 기자
[편집자주] [편집자주] 그 어느 해보다 시끄러운 2025 을사년 연말.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해의 연예계 10가지 뉴스를 정리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연말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고 있을 독자를 위해 스타뉴스 기자들이 올해의 연예뉴스 톱 10을 정리했습니다.
(왼쪽부터) 고 송대관, 고 이순재, 고 전유성 /사진=스타뉴스
(왼쪽부터) 고 송대관, 고 이순재, 고 전유성 /사진=스타뉴스

"네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 고 송대관 '네 박자' 중


"남들이 생각 안 할 때 한 번만 더 생각하면 훨씬 재미나는 세상이 펼쳐집니다. 마치겠습니다." - 고 전유성


"배우는 몸살 걸려 누워 있다가도 '레디, 고!' 하면 벌떡 일어나게 돼 있는 겁니다." - 고 이순재


대중문화의 거목들이 긴 여정을 마치고 별이 됐다. 가요계 영원한 '큰 형님' 가수 송대관부터 KBS 2TV '개그콘서트' 창시자 코미디언 전유성, 현역 최고령 원로 배우 이순재까지. 2025년, 한국 대중문화의 산증인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영원한 현역'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아쉬운 작별 앞에 대중의 슬픔은 깊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값진 유산은 세월이 흘러도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다.

◆ 영원히 불릴 '유행가'들 남긴 고 송대관(1946. 6. 2~2025. 2. 7)

가수 故송대관의 빈소. /사진공동취재단 2025.02.07 /사진=이동훈 photoguy@

고 송대관은 지난 2월 7일 컨디션 난조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고인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통증을 호소해 급히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별세 직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고 송대관이기에 팬들과 동료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고인은 사망 전인 1월 17일 KBS 1TV '전국노래자랑' 성동구 편 무대에 올라 관객과 호흡했으며, KBS 1TV '가요무대' 출연도 예정돼 있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 송대관은 마지막까지 '천생 가수'로 남았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전국노래자랑' 충남 당진시 편을 녹화했고, 해당 녹화분은 별세 후인 3월 2일 전파를 탔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생전 마지막 무대에서 고인은 '지갑이 형님'을 열창했으며, 특유의 에너지와 화려한 무대 매너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가수 태진아가 故송대관의 발인제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2025.02.09 /사진=이동훈 photoguy@

1967년 '인정 많은 아저씨'로 데뷔한 고 송대관은 '해뜰날'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이후 '네박자', '차표 한 장', '유행가', '분위기 좋고', '딱 좋아' 등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회자되는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특히 '네박자' 속 '쿵짝쿵짝 쿵짜자 쿵짝 네박자 속에 /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라는 노랫말은 남녀노소 모두가 흥얼거릴 만큼 사랑받는 명가사로 꼽히고 있다.


또한 태진아, 설운도, 현철과 함께 대한민국 '트로트 4대 천왕'으로 손꼽힌 전설의 가수이기도 하다. 이에 고인과 평소 각별한 사이였던 태진아는 영결식에서 "형님이 하늘나라 가서 사시면 제가 방송하는 것도 큰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잘 계시고 내가 갈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놔 달라. 언젠가 형님 곁으로 갈 테니까"라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해 먹먹함을 안겼다.

◆ 대한민국 1호 개그맨 고 전유성(1949. 1. 28~2025. 9. 25)

개그맨 故전유성의 빈소. /사진공동취재단 2025.09.26 /사진=이동훈 photoguy@

고 전유성은 지난 9월 25일 입원 중이던 전북대학교 병원에서 폐기흉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그는 사망 전인 7월 초 폐기흉 시술을 받았으며, 이후 호흡곤란 증세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전유성은 1968년 TBC 동양방송 특채 코미디 작가로 일하던 중 코미디언으로 전향했다. 코미디언이나 희극인이라는 단어 대신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생전 '유머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에 출연하며 남다른 개그 포인트로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1999년 '개그콘서트'를 창시하며 대한민국 코미디 부흥을 위해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서 힘썼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조직위원회(집행위원장 김준호)는 "전유성 선생님은 한국 최초의 공개 코미디 무대와 개그 콘서트 실험 무대를 선보이며 한국 코미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재치와 풍자, 따뜻한 유머로 시대를 관통하며 웃음의 가치를 일깨워 주셨다"고 고인에 대해 떠올렸다.


故 전유성의 영결식에 참석한 코미디언 김신영. /2025.09.28 /사진=이동훈 photoguy@

후배 양성도 몸소 실천했다. 고인은 생전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김신영, 조세호 등 많은 후배들을 양성했다. 특히 김신영은 고 전유성과 유독 애틋한 사제 관계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김신영은 고인이 사망하기 전까지 전북대학교병원에서 병간호를 자처하며, 고인의 곁을 끝까지 지켰다.


김신영은 영결식에서 "(고 전유성과 보낸) 병원에서의 4일이 40년 인생 중에 가장 진실된 시간이었다"며 "제 코미디를 가장 먼저 인정해주신 분, 어린 제자도 존중해주시던 우리 교수님이었다. 병원에서 제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 즐거웠다'고 한 말씀이 아직 귓가에 남아있다"고 추도사를 읊으며 오열했다.


또한 김신영은 "훗날 저희가 그 길을 따라가면 꼭 마중 나와달라. 늘 즐거웠고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건네주신 주유비 10만 원은 끝까지 제자들을 챙기는 그 마음으로 알고 제 평생의 보물로 간직하겠다.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다"고 전했다.


고인의 영결식이 엄수된 9월 28일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생전 고 전유성의 무대 모습을 공개했다. 제작진이 공개한 영상 속 고인은 "개그맨들은 웃기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들을 합니다. 남들이 생각 안 할 때 한 번만 더 생각하면 훨씬 재미나는 세상이 펼쳐집니다. 마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해당 영상에 '이 땅에 개그맨이라는 말을 선물하고 간 개그맨 전유성 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자막을 삽입해 존경심을 표했다.


12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공개홀에서 개최된 '2025 KBS 연예대상'에서는 고 전유성에 대한 공로상 시상도 진행됐다. 시상자로는 코미디언 이경규가 나서 "우리 후배 개그맨들이 이렇게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과 토대를 만들어주신 분"이라며 수상자로 고 전유성을 호명했다.

◆ 병상에서도 오직 연기 생각..'천생 배우' 고 이순재(1935. 10. 10~2025. 11. 25)

배우 고 이순재의 빈소. /=사진공동취재단 /2025.11.26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 이순재는 지난 11월 25일 향년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고 전유성이 세상을 떠난 지 딱 두 달 만의 일이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출생한 이순재는 4세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으며, 호적상으로는 1935년생이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후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활동하며 생전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대표작으로는 '사랑이 뭐길래', '허준', '이산', '거침없이 하이킥' 등이 있다. 방송뿐 아니라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한국 대중문화에 있어 큰 획을 그었다.


1970~80년대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세 차례 역임했다. 정계에도 진출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민자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국회의원으로서 민자당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도 역임했다.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약을 이어가던 이순재의 건강이상설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공연을 취소하고 건강을 돌봤고, 같은달 23일 개최된 제16회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또 한 차례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다. 배우 정동환이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한 뒤 소감을 통해 "(이순재가) 현재 건강이 좋지 않으신 것 같다. 건강이 회복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하면서다.


고 이순재 /사진제공=KBS

당시 소속사 측은 고 이순재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신 상태이며, 다리에 힘이 없어서 재활 치료를 받고 계신다. 당분간 휴식과 재활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마지막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내 세상을 떠났다.


대중문화계 큰 별이 지자 각계각층에서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방송가는 일정을 변경했으며, KBS는 고 이순재의 유작인 '개소리'를 특별 편성했다. MBC는 특별기획 추모 다큐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를 편성하고, 지난해부터 투병 생활을 한 고 이순재의 마지막 모습을 최초 공개했다.


이 다큐에는 고 이순재가 병상에서 지인들과 나눈 대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고인은 '몸 건강해지면 하고 싶은 건 없냐'는 소속사 이승희 대표의 질문에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지"라고 답하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오직 연기만 생각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특히 지난해 고인에게 연기 대상을 안긴 드라마 '개소리' 촬영 당시 고 이순재가 이미 실명 직전의 상태였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돼 대중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소속사 대표에 따르면 고인은 실명 직전의 상황에서도 이전과 똑같이 연기 훈련에 임했고, 소속사 대표나 매니저에게 큰 소리로 대본을 읽어달라고 요청한 뒤 그걸 외우려는 의지를 드러낼 정도였다.


지난해 5월 개최된 제60회 백상예술대상 무대에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공연을 펼쳤다. 고 이순재는 당시 "배우로서 연기는 생명력"이라며 "예를 들어, 몸살이 걸려 누워 있다가도 '레디, 고' 하면 벌떡 일어나게 돼 있다. 이게 배우의 생명력이다. 그런데 연기가 쉽지가 않다. 평생을 연기했는데도 아직도 안 되고 모자란 데가 있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배역이 나올 때마다 참고하는 거다"고 연기 신념을 드러냈다.


한평생 연기밖에 몰랐던 고 이순재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상은 놀랍게도 '2024 KBS 연기대상'에서였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31일 진행된 '2024 KBS 연기대상' 녹화에서 '개소리'로 영예의 대상을 거머쥔 후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눈물의 수상 소감을 남겼다. 고인의 이러한 소감이 별세 이후 다시 한번 회자됐고, 대중은 "이순재 선생님,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는 메시지로 화답하고 애도했다.


고 이순재를 비롯해 원로 배우 김지미, 배우 윤석화 등 한국 대중문화의 산증인들도 올해 세상을 떠났다. 12월 10일 미국 LA에서 고 김지미(향년 85세)의 비보가 전해졌으며, 연극계 스타 고 윤석화(향년 69세)는 12월 19일 3년여의 뇌종양 투병 끝에 별세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캐셔로'
대상은 누구? '2025 KBS 연예대상' 현장
2025 MMA 레드카펫 현장

인기 급상승

핫이슈

연예

"신세 많이 졌습니다" [2025 연말결산]

이슈 보러가기
스포츠

송성문 마침내 MLB 입성! 샌디에이고와 계약

이슈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