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얼굴 공개 '그알' PD, 5년 만 무죄 심경 고백.."후련하고 행복"[전문]

발행:
김노을 기자
이동원 SBS PD /사진제공=SBS
이동원 SBS PD /사진제공=SBS

이동원 SBS PD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얼굴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5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서울서부지검이 이 PD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지난 18일 취소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021년 1월 정인이의 억울한 죽음을 재조명하고 아동학대 현실을 다룬 '정인이는 왜 죽었나,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 할 길' 편을 방영했다. 이 과정에서 정인이 얼굴이 나온 사진과 영상도 공개했다.


이에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그해 10월 정인이의 얼굴과 생년월일 노출 등을 이유로 이 PD를 고발했으며, 서울서부지검은 2023년 6월 그를 아동학대처벌법(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러나 헌재는 2년여에 걸친 심리 끝에 "기소유예 처분은 정당행위에 관한 중대한 법리오해 또는 수사미진에 의한 것으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기소유예를 취소했다. 또한 이 PD의 행위에 대해 아동학대처벌법 구성 요건에는 해당하면서도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상이 인정돼 '정당행위'로 판단했다.


이동원 SBS PD /사진제공=SBS

기소유예 취소 판단이 내려지자 이 PD는 23일 자신의 SNS에 "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문을 게재했다.


이 PD는 "저는 한 번도 검찰에서 연락을 받거나 출석해서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 통지서 하나가 전부였다. 무려 방송 2년 후의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의 헌법소원 인용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잘못 되었으니 취소한다는 뜻"이라며 "방청석에서 재판관의 선고를 듣고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헌법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인용'이라니. 그런 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나 듣는 건 줄 알았다"고 기쁜 마음을 내비쳤다.


또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제 개인 방송이 아니"라며 "함께 일하는 수많은 PD, 작가들과 매우 치열한 고민 끝에 제작한 방송이다. 그러니 다시 돌아가도 훌륭한 동료들과 끝없이 토론하고, 함께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신념을 밝혔다.


그러면서 "여튼, 5년 만에, 저는 무죄다. 후련하다. 행복하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 이하 이동원 PD 글 전문.


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아침부터 제 이름이 실린 기사들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라왔습니다. 축하한다는 카톡을 받고서야, 보도가 된 걸 알았습니다. 지난주 일이라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여기에 몇 자 적어봅니다.


2021년 1월 2일, 정인이 사건을 주제로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연출했습니다.


방송 직후 많은 분들이 SNS 계정에 '정인아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함께 공분해주셨지요. 방송 다음날부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공식 사과, 수사 책임자에 대한 징계, 아동학대 처벌에 대한 특례법 개정, 가해자인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 사법, 입법, 행정 절차가 빠르게 이어졌습니다.


그로부터 9개월 뒤인 정인이의 첫 기일 무렵, 오늘처럼, 포털사이트 메인에 제 기사가 나왔습니다. 모 시민단체에서 그알 방송의 제작방식을 문제 삼아, 수사기관에 저를 고발한 것입니다. 고소장도,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도 아닌, 한 언론사의 단독기사를 통해 제가 고발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경찰에서 정식 소환 통보를 받고, '피의자'로 출석하여 조사 받았습니다. 경찰에서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죄가 없다는 뜻이지요.


그러자 모 시민단체에서는 이번에는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였습니다. 수사기관에 다시 처벌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 사건이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질 무렵인 2023년 봄, 검찰에서 회사로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기소유예'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불법을 저질렀지만, 재판에는 넘기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저는 한 번도 검찰에서 연락을 받거나, 출석해서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 통지서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무려 방송 2년 후의 일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정인이 사건 편 방송이 불법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검찰의 결정에 당연히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SBS 법무팀에서도 법률적 판단을 다시 받아보자고 하였습니다.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할 방법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것 뿐입니다. SBS 법무팀에서 서류를 준비해서, 곧바로 헌법 소원을 신청해주셨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2년 반이 흐른 지난 주 목요일, 조지호 경찰청장의 탄핵 선고가 있던 날이지요. 헌법재판소 같은 재판정에서 저도 선고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저의 헌법소원 인용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잘못 되었으니, 취소한다는 뜻입니다. 방청석에서 재판관의 선고를 듣고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헌법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인용'이라니. 그런 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나 듣는 건 줄 알았으니까요.


언론사 보도와 관련된 사건이,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SBS에서도 역사상 처음이랍니다. 게다가,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취소되는 일은 더욱 드문 경우입니다.


헌법재판관들은 이 건을 주요 결정으로 판단하여, 결정의 요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해두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사건에 따르는 사회적 의미가 있나봅니다. 헌법재판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주가 되면, 정인이 사건을 방송한 지 만 5년이 됩니다. 그동안 경찰-검찰-헌법재판소로 이어지는 사법적 절차를 거치며, 수천 번, 수만 번 혼자 고민했습니다. 그때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선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밤이 혼란스러웠고, 이 직업을 선택한 제 자신을 수없이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결론은 같았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제 개인 방송이 아니니까요. 함께 일하는 수많은 피디, 작가들과 매우 치열한 고민 끝에 제작한 방송입니다. 그러니 다시 돌아가도,

훌륭한 동료들과 끝없이 토론하고, 함께 결정을 내렸겠지요. 그렇다면 결론은 같을 겁니다. 다만 저는 지금처럼, 메인PD로서 그에 따르는 책임만 지면 되는 겁니다.


제 주변엔 고소, 고발로 스트레스를 받는 피디, 작가, 기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극한 직업이지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약자 편에 서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많은 동료들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랍니다.


여튼, 5년 만에, 저는 무죄입니다! 후련합니다!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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