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도를 기다리며'는 제가 다시 뜨겁게 감정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작품이에요."
데뷔 15년 차를 넘긴 배우 박서준에게 JTBC 금토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극본 유영아, 연출 임현욱)는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데에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데뷔 초 드라마 '마녀의 연애', '그녀는 예뻤다', '화랑', '쌈, 마이웨이',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로맨스물을 선보이던 박서준이 한동안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경성크리처', 영화 '청년경찰', '사자',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마블스' 등 장르물에 집중하다가 약 7년 만에 깊은 감성의 멜로로돌아왔다.
"이번에 감정신이 굉장히 많았어요. 이전에 제가 드라마를 찍으면 (장르물에선) 남자 배우에게 감정신이 세 신 정도 있더라고요. 이전엔 감정신을 대할 때 최대한 집중하지만 '잘 버텨야겠다' 생각했다면, 이번엔 계속 감정신이 있어서 그런 신을 찍을 때 찍고나면 굉장히 힘들고 집에 들어가면 공허하더라고요. 그럴 때 잘 채울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알게 됐어요. 감정을 소모하는 게 아니라 소비한다고 생각한 거죠. 다시 소비할 수 있는 감정을 잘 채우자고 생각해서 슬픈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예전엔 감정신 찍기 전 하루 전에 엄청 부담이 많이 됐는데 지금은 그래도 수월하게 찍을 수 있게 됐어요."
경도처럼 실제 섬세한 감수성의 박서준이 이번 드라마에서 잘 깨어났다. 이에 그가 담담하기도 하고 과몰입하기도 한 연애 장면 장면에 시청자들이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경도를 기다리며'는 두 번의 연애를 하고 헤어진 이경도(박서준 분)와 서지우(원지안 분)가 불륜 스캔들 기사를 보도한 기자와 스캔들 주인공의 아내로 재회해 짠하고 찐하게 연애하는 로맨스. '너를 닮은 사람', '킹더랜드' 임현욱 감독과 영화 '너의 결혼식', 드라마 '서른, 아홉', '신성한 이혼' 유영아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박서준은 지극히 평범하고 인간적인 직장인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진심인 동운일보 연예부 차장 이경도 역을 연기했다. 이경도는 특별할 것 없이 일상적인 나날을 살아가던 도중 의도치 않은 사건을 통해 첫사랑과 다시 엮이게 되면서 과거의 설렘과 아픔, 그리고 현재의 흔들림까지 직면했다.
원지안은 세간의 관심을 받는 자림 어패럴의 둘째 딸이자 동운일보 연예부 이경도 차장의 첫사랑인 서지우 역을 맡았다. 서지우는 아름다운 외모에 통통 튀는 거침없는 성격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사는 듯 하지만 그 이면에 남모를 아픔을 지녔다.
-'경도를 기다리며' 종영 소감은?
▶짙은 여운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방송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도 많았고 '경도'를 통해 다양한 사랑을 표현한 것 같다.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경도를 기다리며' 엔딩에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있었다. 선배의 죽음이 주인공 남녀의 재회 수단으로 쓰였단 평가가 있는데.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너무 갑작스런 일이지 않냐. 죽음이란 게 예고를 해서 찾아오는 건 아닌 것 같더라. 그걸 통해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금을 놓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준 것 같다. 의미가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로맨스 작품을 했다.
▶저는 오랜만이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지금 내 나이와 심리상태에서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경도를 기다리며'를 선택한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이게 가능할까 싶더라. 과거의 나도 많이 회상해보게 됐고 좋았다.
-과거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진 않았나.
▶저에게도 지리멸렬한 동기들이 있다. 만나면 항상 밤을 샌다.(웃음) 그저께도 만났는데, 친구들을 만나면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난다. 그걸 표현하는 것은 괜찮았는데, 외적인 부분에선 상대 배우와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그 부분은 고민이 되더라. 언어와 스타일링에서 신경을 썼다.
-경도가 많이 정적인 스타일링을 보였는데, 실제 기자들의 스타일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보수적인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핏도 벙벙하게 보이려고 했다. 경도는 옷에 신경쓰는 사람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기자 역은 어떻게 준비했나.
▶감독님이 기자 출신이셔서 얘길 많이 들었다. 기자 사이에선 상사여도 '님'을 붙이지 않는다고 하더라. 저희 동운일보 세트장이 좋았는데, 공간이 주는 느낌이 연기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경도에 대해선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나.
▶경도는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본업에 있어서 자부심도 있고 남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할 때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부분은 특히 닮은 것 같다. 또 저도 경도처럼 감성적인 것 같다. 저는 경도의 대사를 보며 되게 섬세하다고 생각했다. 뭔가 주제에 대해 얘기할 때 그냥 '힘들어'가 아니라 그걸 풀어서 얘길 하더라. 저도 경도처럼 흘리는 말은 안 놓치고, 정이 많은 편이라 너무 쉽게 정을 안 주려고 한다.
-20대의 박서준은 어떤 학생이었나.
▶경도랑 비슷했다. 지금은 사회성이 생겨서 말을 하지만 저도 극 내향인이어서 스무살 땐 더 심했다. 스무살 땐 대학을 통해 사회생활을 처음 배우지 않냐. 전국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신기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감정 표현에서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점에서 성장한 것 같은지.
▶감정신이 굉장히 많았다. 이전에 제가 드라마를 찍으면 남자 배우에게 감정신이 세 신 정도 있더라. 이번엔 많았다. 이전엔 감정신을 대할 때 최대한 집중하지만 '잘 버텨야겠다' 생각했다면, 이번엔 계속 감정신이 있어서 그런 신을 찍을 때 찍고나면 굉장히 힘들고 집에 들어가면 공허하더라. 그럴 때 잘 채울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알게 됐다. 감정을 소모하는 게 아니라 소비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소비할 수 있는 감정을 잘 채우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픈 노래를 많이 들었다. 예전엔 감정신 찍기 전 하루 전에 엄청 부담이 많이 됐는데 지금은 그래도 수월하게 찍을 수 있게 됐다. 제가 연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액션을 했을 때 모두가 이 상황을 위해 집중하지 않냐. 그때 공기가 바뀌고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감정신에서 특히 극대화되더라. 그런 면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이번에 발라드 가수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성시경 형, 로이킴, 정승환 씨 노래를 많이 들었다.
-엔딩에서 경도가 지우의 가짜뉴스에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연기인지.
▶저뿐만 아니라 이쪽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 공감할 거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그런 게(가짜뉴스가) 더 심해진 것 같다. 데뷔 때는 신문사를 찾아가면서 대면해서 얘기하면 사실에서 바탕해서 얘기가 나오고 인류애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많이 만들어지고 그런 게 소모가 돼서 아쉽긴 하다.
-'경도를 기다리며'에선 그밖에도 오열신이 많았다.
▶세상에 온전히 혼자 있는 느낌을 가지려고 했다. 감정이 올라오니 입술이 바짝 말랐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이 진짜처럼 느껴진 것 같다.
-이번에 18년의 연애담을 그렸다. 자신의 경험담도 연기에 들어갔는지.
▶저도 연애를 하면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연기를 할 때나 모든 일에서 후회하는 걸 싫어한다. 사랑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게 해보지 않으면 불행한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란 감정이 인간이 느끼는 축복의 감정이라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박서준의 로맨스를 좋아한다. 박서준의 로맨스는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저는 캐릭터에 맞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데 제가 기쁘게 생각하는 반응은 '그냥 경도 같다'라면서 캐릭터로 불러주시는 거다. 과몰입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고 저는 제 식대로 표현할 뿐이다.
-원지안 배우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저도 처음 보는 친구이다 보니 되게 궁금했다. 배우마다 각자 매력이 있는데 지안 씨만의 매력적인 말투와 캐릭터를 이해하는 방식이 있어서 신선했다. 내가 예상했던 느낌이 아니었다. 저는 리액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내가 어떻게 반응하면 재미있을까 생각하며 연기했다. 감독님과 셋이서 얘기를 진짜 많이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원지안 배우와 사담으론 어떤 내용의 대화를 많이 나눴는지.
▶그 친구가 생각보다 어리지 않고 깊고 차분했다. 별로 나이 차이를 못 느꼈다. 제가 '예전엔 밤을 많이 새우며 촬영했다'라면서 옛날 얘기를 해주면 지안 씨는 그걸 신기하게 보더라. 제 대학 시절의 차, 휴대폰 얘기도 하고 MP3 얘기도 했다.(웃음)
-서지우 같은 여자는 어떤가. 실제 박서준이라면 지우를 좋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계속 적극적으로 표현한 건 지우였다. 경도는 먼저 다가오는 사람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인물인가 싶다. 그렇게 예쁘고 적극적인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는 거의 없을 거다.
-이번 작품을 하며 새롭게 느낀 점은?
▶모든 작품이 사전제작이 되면서 찍으면 1년 뒤에 나오게 되더라. 작품이 나올 때쯤에는 '내가 뭘 찍었지?'라면서 인터뷰가 있으면 대본을 다시 봐야 하더라. 요즘 OTT 시장이 활성화됐는데 작품이 되게 오랜만에 나오는구나 싶었다. 예전엔 미니시리즈 경쟁이 붙었는데 그때가 피말리기도 했지만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웃음)
-성시경이 OST에 참여했는데 드라마에 대한 피드백은 어떻게 줬는지.
▶형도 너무 좋다고 말해줬다. 연말에 제가 형의 콘서트를 갔는데, 원형 무대에서 스크린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암전이 됐고 제 목소리가 나오더라. 깜짝 놀랐는데 화면이 나오면서 저와 지우의 6부 장면 '많이 울었어'란 장면이 나오더라. 그 타이밍에 형의 라이브가 나왔는데 제가 많이 울었다. 너무 감사해서 뒤풀이를 갔고 '감사하다'라고 말하니 형이 '내가 6만 명에게 홍보했다'라고 하더라. 종영 후엔 제가 '형님 때문에 드라마가 완성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실제 박서준은 마당발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것 같다.
▶코드가 맞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안부도 묻게되고 시간이 맞으면 보게 된다. 이 일을 하다 보니 계획해서 만나는 게 어렵더라. 시간이 나면 만나는 게 자연스런 일상이 되다 보니 저는 그걸 '챙긴다'고 생각해보진 않았다.
-손흥민, 뷔, 성시경 등 다른 영역의 사람과도 친분이 있을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어떤 친구는 연기에 대해서, 어떤 친구는 삶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사실 비슷한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연기 얘기는 (최)우식이랑 뜯어보며 얘기하는 편이다. 한 잔 하면서 그런 얘기에 젖어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런 얘길 하면 하루종일 너무 재미있다.
-실제 박서준의 내향형이었던 기질이 언제부터 바뀌게 됐나.
▶기본적인 성향은 절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진짜 친한 사람과는 사실 말이 많지 않다. 인터뷰도 (말을 많이 하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는 거다. '자매다방'을 할 때 이수지 씨, 정이랑 씨가 INFP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지 알게 됐다. 저도 최선을 다하는 거다.(웃음)
-배우로 데뷔한 지 15년이 지났다.
▶일을 진짜 안 쉬고 하다 보니 어떻게 지내온 건지 모르겠다. 안 쉬려고 한 건 아닌데 그때마다 운이 좋게 작품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 시간이 된 것 같다. 재작년에 1년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 안 쉬니까 힘든 느낌이 오긴 하더라. '경도'가 다른 의미가 또 있는 게, 내가 다시 뜨겁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작품이다.
-재작년 1년 동안 쉬면서는 무얼 했는가.
▶그때는 한국에 많이 없으려고 했다. 조급해지더라. 여행을 하면서는 '내일 뭐 하지?'가 아니라 '내일 뭐 하고 놀지?'가 됐다. 그러면서 건강하게 사는 법을 찾게 됐다.
-지금 시점에서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지금은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여서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몇 년 간은 적어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서 작품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 제가 데뷔 전부터 시간을 쪼개서 쓰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는데 활동을 하다 보니 그런 시간을 많이 안 가진 것 같다. '경도'가 끝난 후 지난 12월엔 연말이어서 좀 퍼져있었는데 1월부터 루틴도 가지면서 살려고 한다. 이불을 개고 올리브유도 마시고 운동도 하고 언어 공부도 하고 관리도 하고 러닝도 하면서 저를 바쁘게 만들면서 지내려 한다. 몸과 정신이 건강한 한 해가 되고 싶다.
-최근 신생아 이름 중에 '서준'이란 이름이 많아졌다.
▶수년 전에 '별에서 온 그대'가 나왔을 때 '민준' 이름이 많더라. 서준이도 작품의 영향이 많다고 본다.(웃음) 팬클럽 분도 아이를 낳고 서준이란 이름을 지으셨더라. 내 인생에서 범법 행위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많은 서준이들이 있을 텐데 앞길을 가는 서준으로서 대단하진 않지만 약간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게 하겠다. 이름에 먹칠하지 않겠다.
-'경도를 기다리며'는 박서준에게 어떻게 남을까.
▶경도와 지우의 서사가 어떻게 편집돼서 왔다갔다 할까 싶었는데 다시 보니 의미가 있더라.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뜯어볼 게 진짜 많겠구나 싶었다. 다시 봤을 때 깊이감이 다르겠구나, 짙은 여운을 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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